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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베스트 에피소드 - 하 - 리츠의 환영기담
이마 이치코 글 그림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百鬼夜行抄 ベストセレクション, 2009
부제 – 리츠의 환영기담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 베스트 에피소드들 역시, 인기투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지난 상권이 두 요괴 새 ‘오지로’와 ‘오구로’ 중심이었다면, 이번 하권은 인간의 이야기 중심이다. ‘리츠’와 ‘츠카사’, ‘아키라’의 이야기도 있지만, 할아버지인 ‘이이지마 료’의 과거 얘기도 수록되어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첫 만남을 그린 『귀신의 신부맞이』를 보면, 온갖 요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외부 요괴들까지 놀러 오는 ‘이이지마’ 집안에 어떻게 할머니가 그토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뛰어난 영능력을 가진 이이지마 료 주위에 있으면, 평소에 요괴가 안 보이던 사람도 보게 된다는데 할머니는 그런 의미에서 최강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젊을 때 요괴들과 내기 도박을 하던 때로 어쩌다가 시간을 거슬러 가게 된 리쓰의 이야기를 다룬 『병풍 뒤에서 생긴 일』에서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이이지마 집안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았다. 요괴를 볼 줄 알고 다스릴 수 있다는 건, 어쩐지 내 상상보다 멋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죽어서도 딸에 대한 집착을 놓치지 않은 한 어머니에 대한 『여름의 손거울』는 어쩐지 읽으면서 오싹했다. 어린 시절, 액땜을 위해 여장을 하고 살았던 리쓰의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님놀이』에서는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그냥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했던 『정진 끝내는 날의 손님』에서도 역시 리쓰의 귀여웠던 여장 시절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요괴가 나와서 오싹한 장면도 있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다. 특히 『고리의 안』에 나오는 여우 요괴들은 어찌나 미모가 훌륭하든지, 컬러 버전으로 그려진 게 있으면 갖고 싶었다.
이번 에피소드들도 인간의 집착과 한, 욕심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들로 가득했다.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욕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많았다. 딸에게 집착했던 엄마는 병약한 딸이 혹시라도 상태가 악화할까 봐 전전긍긍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딸이 결혼하겠다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병원에 있어야 할 아이가 퇴원해서 결혼하겠다니…. 그러다 더 빨리 죽으면 어쩌란 말인가! 또한, 언니를 죽게 한 어린 소녀는 너무 놀라서 겁을 먹었기에 제때 대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평생을 언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야 했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은 가련하고 그렇게 악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쩐지 다시 백귀야행 달리기를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베스트 모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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