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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킹: 손오공의 탄생
정바오루이 감독, 주윤발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西游記之大鬧天宮 The Monkey King, 2014
감독 - 소이 청
출연 - 견자단, 주윤발, 곽부성, 진혜림
천계와 마계의 전투 이후, 무너진 세상을 복구하기 위해 여신 ‘여와’는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힘을 간직한 수정 하나가 지상에 떨어지고 거기서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난다. 여신의 힘을 이어받고 선과 악 두 가지 측면을 가진 원숭이였기에 천계와 마계에서는 그에게 주목한다. ‘관음 대사’의 명을 받은 ‘보리도사’는 그에게 ‘손오공’이라 이름 붙이고 도술을 가르치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시기한 인간 제자들 때문에 불화가 끊이지 않자, 도사는 손오공을 원래 있던 ‘화과산’으로 보낸다. 손오공은 도술로 요괴들을 물리치며 다른 원숭이들을 보호하며 왕이 된다. 한편 전투의 패배로 지하세계에 갇혀있던 마계의 ‘우마왕’은 다시 천계를 공격하기 위해 손오공을 이용하기로 한다. 한편 용궁에서 난리를 피운 손오공을 ‘옥황상제’가 불러들이는데…….
언젠가도 말했지만, 동양과 서양에는 사골 우려먹듯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재탄생하고 인용되는 두 가지 소재가 있다. 동양에서는 ‘삼국지’이고, 서양은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양에서 삼국지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서유기’이다.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법사를 호위하는 원숭이와 돼지 그리고 물귀신이라니! 이 얼마나 신선하고 기상천외한 조합이란 말인가! 그렇게 따지면, 요괴와 신선, 신이 등장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항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1편은 손오공의 탄생을 다루고 있기에, 삼장법사나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인성 교육과 보호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분명 옥황상제와 도사는 손오공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 있고 악도 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그들은 손오공을 불러 도술을 가르쳤다. 전에는 ‘도술이라니 우왕 신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재주를 가르치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물론 아이가 재능이 철철 넘쳐서 그걸 장려하기 위해 가르쳤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게 있지 않을까? 그 재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거나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거 말이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옥황상제나 도사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이야 신 또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기까지 여러 가지 일을 겪었겠지만, 얘는 돌에서 태어나 원숭이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런 애에게 도술만 덜렁 가르쳐주고 하산시키거나 신들과 섞여 살게 하다니…….
이건 마치 고아인 여섯 살짜리 꼬꼬마가 똘똘하다고 대학교에 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과연 거기서 그 꼬꼬마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같은 학교 다니는,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다른 학생들의 질투 대상이 되거나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게다가 만약 그렇더라도 뒤에서 지탱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학교에 다닐 수 있겠지만, 그런 존재가 하나도 없는 천애 고아라면? 그래서 오공이 천계의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고, 우마왕의 함정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오행산에 갇히는 형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표정은 진짜 하아……. 그 체념과 포기, 그리고 아무런 불만이나 항의도 없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그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손오공 역할을 맡은 ‘견자단’의 표정 연기가 그렇게 멋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무술이나 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영화의 CG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중국이 작품에 투자를 많이 한 모양이다.
관음 대사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웠고, 옥황상제는 하늘에서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