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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고경민 감독, 이천희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DEJA VU , 2018
감독 - 고경민
출연 - 이천희, 남규리, 이규한, 동현배, 조한선
스포일러로 가득한 리뷰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지민’은 악몽을 꾸고,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약혼자인 ‘선우진’과 차를 타고 가다가 한 학생을 치어 죽이고, 그 학생이 주변을 맴도는 그런 악몽과 환각이었다. 급기야 그녀는 그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자 선우진은 고라니를 치어 죽인 것이었다며, 암매장한 고라니 사체를 증거로 내민다. 형사인 ‘인태’의 소개로, 선우진은 지민을 정신과에 데리고 가고 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일 관련으로 알게 된 ‘주도식’의 끈질긴 추근거림과 인태의 수사는 그녀의 불안증을 더 심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찾아온 주도식과 싸움을 하게 된 지민. 정신을 차리자 집안은 온통 피범벅이었는데…….
아, 뭐랄까 보면서 안타까운 영화였다. 사건 자체에 대한 것만 보면, 반전도 괜찮고 사건의 흐름도 좋았다. 그런데 인물이 들어가면서, 뭔가 많이 이상하고 어색하고 짜증 나고 우습기만 하고 그랬다. 인물 사이의 관계가 억지스럽고, 갑툭튀가 많았으며, 행동이나 대사에 뒷받침이 되는 근거가 보이지 않았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축인 지민과 선우진 그리고 주도식의 관계가 어딘지 모르게 많이 이상했다. 선우진과 주도식은 친한 사이로, 집까지 왔다 갔다 할 사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지민이 돈을 빌린 건 핑계로 주도식은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추근댄다. 그녀의 직장은 물론이고 선우진과 함께 사는 집에서도! 제수씨라고 부르면서! 더 황당한 건, 지민의 회사 직원들은 그런 그의 행동을 말리기는커녕, 그녀에게 도리어 주도식에게 잘 보이라고 종용한다. 뭐 하는 회사지? 거래처 회사 사장에게 직원을 상납하는 곳인가? 더 황당한 건, 그녀가 회사에서 주도식 때문에 열 받아 회사 비품을 마구 부수는데, 역시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퇴직을 권유하지도 않고, 도리어 회사에 진 빚을 갚으라 난리를 피운다. 지민은 도대체 무엇하고 다니기에 여기저기 빚을 졌을까? 그런데 지민이 돈을 빌린 건, 선우진을 위해서라는 뉘앙스도 슬쩍 풍긴다. 그러면 선우진은 돈 때문에 약혼녀를 담보로 삼은 건가? 그래서 주도식이 지민에게 온갖 진상짓을 해도, 모르는 척하는 건가? 물론 그 와중에 그녀에게 착실히 약을 먹이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척하면서 통제하고 억압한다. 이거 가스라이팅 아닌가?
그 와중에 형사는 끈질기게 그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사건을 수사한다. 아마 폐차업을 하는 주도식과 건축 현장 담당자인 선우진이 뭔가 불법적인 일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준다. 그런데 거기에 관련된 것은 자세히 안 나오고, 그냥 주도식의 능글맞은 양아치다움과 선우진의 분노와 짜증을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거기다 중간에 좀 의아한 장면도 몇 개 있었다. 아무리 결혼을 앞둔 사이라지만, 의사가 그렇게 환자의 병력을 그렇게 술술 불어도 되는 거였나? 환자와 의사 사이에 그 뭐지, 비밀 보장의무 같은 건 없는 거야? 그리고 의사는 그 사람이 평소에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영화 내내 그런 낌새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의사 말로는 충동을 억제하는 게 어렵다고 나오는데, 후반 빼고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해 보이는 정도? 물론 그런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간혹 쓰이는 거긴 하지만, 여기서는 좀 뜬금없었다.
후반에 가서 사건의 진상이 몰아치듯이 밝혀지는데, 그냥 그랬다. 범인이라든지 동기 등이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각관계를 넣은 게 색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건 삼각관계도 아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애정을 빙자한 정복욕은 그냥 착취이고 협박일 뿐이다.
그나저나 조한선 씨는 몇 년 전에 본 ‘멜리스 Malice, 2015’에서도 돈 많은 양아치에다가 여자 밝히는 놈으로 나왔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이제는 이런 분야에 최적화된 배우가 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