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인드스케이프
호르헤 도라도 감독, 브라이언 콕스 외 출연 / 비디오가게 / 2015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Mindscape, 2013
감독 - 호르헤 도라도
출연 - 마크 스트롱, 테이사 파미가, 노아 테일러, 브라이언 콕스
특수 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기억에 들어가서 사건을 수사하는 조직이 있다. 조직의 요원인 ‘존’은 어느 부호의 의뢰로, 그들의 16살 된 딸 ‘앤나’의 기억에 접속한다. ‘앤나’의 기억에 들어가면서, 존은 그녀의 기억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존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는데…….
예전에 본 영화 ‘더 셀 The Cell, 2000’에서는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장치가 무척이나 복잡하고 꼭 연구소에서만 이루어져야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뇌파 검사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머리에 붙이면 된다.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한 모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과연 기억이라는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
한 사건을 두고,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다르고, 또 C라는 사람의 말이 다를 수 있다. 얼마나 관련이 되어 있고, 어느 쪽과 더 친분이 있느냐에 따라 느끼는 공감과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리고 ‘이중 잣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목격자들의 기억은 각각 달랐다는 실험이 생각난다. 그러니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면, 사람들의 기억은 더 왜곡되고 덧칠해지고 변형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기억에 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관객이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양쪽에 다 공감할 수 있게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그래야 결말에서 관객들이 반전이라 느끼며 놀라워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중반 이후, 그 균형이 서서히 무너졌다. 후반에 가서 ‘오!’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이미 무너진 균형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다.
아! 갑자기 든 생각. 영화는 중반 이후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했다. 설마 그게 관객들에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사람의 얘기를 곱씹어보고 어디서 어긋났는지 알아보라는 제작진의 도전이었던 걸까?
게다가 또 하나 드는 의문이 있다. 마인드스케이프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영화 속의 조사원들은 어떻게 대상의 기억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대상의 상상이 곁들여진 일인지 구별할 수 있었을까? 조사원마다 허용하는 범위가 다른 걸까 아니면 규범이 있는 걸까?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로만 보면, 대상의 기억에서 본 사실들을 100% 믿어주는 것 같은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설마 조직 내에서도 100% 믿어주는 사람과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걸까? 그러면 누가 사건을 조사하느냐에 때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 아닌가? 만약 그런 시스템이라면, 누군가의 의도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건데? 그렇다면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는 낮아지지 않을까? 역시 여기서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건가? 흐음, 갑자기 영화의 기본 설정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주연인 앤나 역을 맡은 배우가 낯이 익다. 최근에 본 영화 ‘더 넌 The Nun, 2018’에서 아이린 수녀 역을 맡은 ‘테이사 파미가’다. 약 5년 전에 찍은 영화라 그런지, 아이린 수녀일 때보다 훨씬 앳된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