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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3 - 이슬람에서 르네상스까지
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 궁리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 III, 2002
부제 - 이슬람에서 르네상스까지
저자 – 래리 고닉
어찌 된 일인지 이 책은 일 년에 한 권씩 읽는 것 같다. 다른 만화책은 원래 앉은 자리에서 여러 권을 읽지만, 이 책은 그러지 못한다. 아무래도 세계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그림도 많지만, 그와 동시에 글자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저자인 ‘래리 고닉’은 여백의 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구석에 깨알같이 글을 적어두기도 해서, 꼼꼼히 봐야 한다. 그래서 재미있는데 어쩐지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번 책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발전과 십자군 전쟁을 거쳐 르네상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다루고 있다.

다 읽고 나니,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영국과 유럽, 그것도 프랑스와 독일 위주이고 거기에 중국과 미국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이슬람 세계와 터키(투르크족)에 대한 부분이 간략하게 서술되어있다.
그래서 중세는 암흑기라고 배우는데, 이 책을 보니 그건 유럽에만 해당하는 것이었고 다른 대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세 동안, 이슬람은 수학, 과학, 농학, 건축학, 기계학, 조선, 지리학, 의학 등에서 유럽을 훨씬 압도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도 풍부한 자원 때문에 발달한 국가가 등장했다. 누비아나 그리스도교를 믿었던 에티오피아는 이슬람을 믿는 아랍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특히 에티오피아의 시바 여왕은 솔로몬의 아이를 낳았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특히 서아프리카에서 이슬람을 믿는 ‘말리’의 왕이 메카로 순례를 가던 중 이집트에 머무르면서 일으킨 영향은 놀라웠다. 그들이 엄청난 양의 황금을 쇼핑하는데 뿌리는 바람에, 이집트에서는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증가했고 급격히 물가가 올라가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집트에서 장사하던 이탈리아인들이 떼돈을 벌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이탈리아의 은행가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은행가 중에는 유명한 ‘메디치’가도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아프리카의 황금이 르네상스의 재정적 받침이 되었던 게 아닐까?
책에서 제일 인상 깊은 것을 또 고르라면, ‘코끼리’를 들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메카로 쳐들어갈 때, 그들이 타고 간 것은 바로 거대한 코끼리였다. 그리고 이슬람의 칼리프가 독일의 샤를마뉴 대제에게 보낸 선물 중에는 코끼리가 들어있었다. 예전에는 코끼리가 귀한 선물이자 훌륭한 전투 무기였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조선 시대에 코끼리가 선물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번 3권을 보면서, 역사라는 건 어느 한쪽만 알아서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공교육에서라도 골고루 편향되지 않게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는 산업화가 늦은 것이지, 문명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