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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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時給三○○円死神, 2017

  작가 – 후지마루

 

 

 

 

  ‘사쿠라 신지는 어느 날같은 반의 인기인인 하나모리 유키에게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는다처음에는 솔깃했지만시급이 300엔이라는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하지만 그 일의 내용을 듣고는호기심을 갖게 된다하나모리가 말한 아르바이트는죽었지만 이승에 미련이 남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활하고 있는 죽은 자들을 돌려보내는 사신死神 일이었다. 6개월 동안 일을 하고 나면그동안의 기억은 지워지고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준다는 하나모리의 설명에 사쿠라는 반신반의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노라 약속한다그리고 첫 임무를 맡으러 간 그는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사신이라는 말을 읽으면서자연스레 퇴마물이라든지 일본 만화 블리치 ブリーチ BLEACH, 2001’가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사람들을 괴롭히며 저승으로 가기 거부하는 악령을 뒤쫓는 저승사자의 이야기라든지 사신과 사자死者들이 싸우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서정적이고 잔잔하며심지어 애달프기까지 했다어떤 이야기는 초반부터 애처로웠고또 어떤 이야기는 놀랄만한 반전을 던져주기도 했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이 책에서는그게 죽은 사람들에게도 해당하였다그들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미련은갖지 못했거니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이나 남은 사람에 대한 후회였다그 때문에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하고 눈앞에 놓인 일을 외면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다 살아가면서 아픈 기억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부상 때문에 축구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가진 주인공 사쿠라는 물론이고병석에 누운 동생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었던 소녀와 젊은 시절 가족을 돌보지 않고 살았기에 아들이 보낸 편지를 찾아야 한다는 남자자신이 떠나면 남을 아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는 여인그리고 엄마에게서 학대를 받다가 살해당한 어린 꼬마까지 모두가 다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했으며 동시에 이루지 못한 것을 꿈꿨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일을 시작했던 사쿠라는사람들의 삶에 대한 갈망과 애착 그리고 후회와 미련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되었다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비록 몇 달 동안의 단기 아르바이트였지만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 잊어버릴 경험이었지만사쿠라는 그 전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소년이 아니었다그는 외면했던 자신의 상황을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버리지 못했던 그리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책의 결말 부분을 읽으면서문득 데자뷔 deja vu’라는 말이 떠올랐다분명 처음 경험하는 일인데전에 겪어본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뜻하는 단어다어쩌면 우리가 데자뷔 현상을 느끼는 건기억 못 하는 과거에 6개월짜리 단기 사신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이 슬쩍 떠오른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분명 그때 가봤던 곳이거나 그 당시 겪었던 일이 무의식에 남아있다가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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