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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소설
김진묵 감독, 조은지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rue Fiction, 2017
감독 - 김진묵
출연 - 지현우, 오만석, 이나라, 김학철
2편까지 개봉한 서양 영화 ‘살인 소설 Sinister, 2012’와 한글 제목은 똑같지만, 영어 제목은 다르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이다.
‘경석’은 유력 정치인의 딸 ‘지은’과 결혼하면서, 시장 보궐 선거에 여당 후보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인인 지은의 동창이자 자신의 후배인 ‘지영’과 불륜관계이다. 장인의 심부름으로 별장에 숨긴 비자금을 숨기러 가면서, 그는 지영과 동행한다. 하지만 그는 별장에 도착하면서 온갖 사건·사고에 엮이게 된다. 운전 중에 지영과 얘기하다가 동네 개를 치고, 우체부의 오토바이와 부딪힐뻔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별장지기 ‘순태’와 마주치면서, 경석의 하루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경석의 성격은 그야말로 강자에겐 약하고 비굴하기까지 하고, 약자에겐 강하고 뻔뻔스러울 정도이다. 게다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태도를 더 빨리 바꾼다. 그의 내연녀인 지영은 자기보다 잘 나가는 지은의 남자를 빼앗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고, 부인인 지은은 아버지의 유명세로 작가 행세를 하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지은의 아버지인 ‘염’ 의원은 유력 정치인이긴 하지만, 돈을 써서 사람들을 매수하며 뒤로는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인물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보면, 이 작품의 장르가 스릴러로 분류되어있다. 사실 설정만 보면, 부패한 정치인을 함정에 빠트려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범죄 스릴러물이라는 추측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과연 그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라든지 극의 분위기, 배경 음악 등을 다 합쳐보면,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석의 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의 허세와 비굴을 오가는 연기는 그냥 웃음만 줬다. 별장이 있는 도시에 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면서, 왜 마을 사람들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를 연신 내뱉고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거기에 뜬금없는 경석과 지영의 요트 위에서의 섹스신은 왜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야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았으며, 보는 내내 ‘쟤들 왜 저래?’라는 생각만 들었다. 또한, 순태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의 연기는 약간 과장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경석과 지영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수를 쓴다는 그런 눈치가 뻔히 보였다. 그래서 스릴러물 특유의 긴장되고 조여오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부패한 정치인과 부유층의 위선과 독선, 오만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에게 통쾌함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도 그리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코믹한 분위기를 좀 줄이고, 좀 더 스릴러 적인 면을 살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