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Door Lock, 2018
감독 - 이권
출연 -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은행에서 일하는 ‘경민’은 광고 전화도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또한, 그녀는 매사에 신중하고, 남이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고객인 ‘기정’에게 정기 적금을 권유하던 중 다툼이 생긴다. 경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기정은 창피를 당했다 생각하여, 퇴근하던 그녀를 붙잡는다. 다행히 직장 상사인 ‘김과장’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경민을 집에 바래다주고, 잠시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김과장이 살해당한다. 그 사건으로 경민은 은행에서 잘리고, 이사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침대 밑에서 정체불명의 카드 키를 하나 발견하고, 누군가 자신의 집에 숨어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카드 키의 주인이 위층에 사는 여자라는 것을 알아낸 경민은, 같이 일하던 친구 ‘효주’와 함께 그녀를 추적하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무얼까? 귀신? 전쟁? 마마? 호환? 불법 비디오? 아마 대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귀신은 보는 사람만 보니까 평생 안 보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리 없고, 전쟁은 요즘 분위기를 봐서는 가능성이 적고, 불법 비디오에 영향을 받을 나이는 지났으며, 호환은……. 호랑이를 동물원 이외의 장소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아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밤에 인적 드문 장소에서 사람은 한 명만 마주쳐도 무섭고, 여러 명을 만나도 겁이 난다. 그렇게 느끼는 건 나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인지, 사람에 얽힌 괴담이 많은 모양이다.
영화는 그런 괴담을 적절히 섞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오는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나와 같은 층으로 가는 낯선 사람,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는 문손잡이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집에 숨어 사는 존재 등등. 문제는 저 괴담이라는 것 중의 몇 개는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니, 단순히 이야기라고 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은 원작이라고 초반에 밝힌 작품이 있는데, 하아……. 원작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았다. 그리고 제발 각색을 해서 원작과 같은 최악의 결과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 한국적 정서에서 그런 결말은 나오기 힘드니까. 제작진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다행히 그런 극단적인 결말로는 흘러가지 않았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나름으로 끔찍한 결말을 끌어냈다. 어떻게 보면 원작이나 이 작품이나 피해자였던 여자들은 평생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경민에게 자물쇠로 잠긴 집안도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없던 불안증도 만들어서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안쓰러웠다. 경민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주변에서 볼 법한 유형이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낯선 이를 마주치면 겁부터 나고, 소심하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남에게 기회를 빼앗기거나 기껏 용기를 내보았는데 되려 욕이나 먹고……. 그래서 처음 그녀가 보인 행동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보면서, 과연 저런 상황에서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는 전사 스타일의 여자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구석에서 무서워 떨며 울고 있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녀가 범인을 뒤쫓기로 마음먹는 장면에서 어쩐지 너무도 안쓰러웠다. 서민이 위험한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경찰이나 공권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슬펐다. 결국,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것도, 맞서 싸운 것도, 모든 일이 끝났을 때 그 충격에서 벗어나 극복해야 했던 것도 피해자였던 경민이었다. 어차피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라지만, 그게 범죄의 피해자가 알아서 범인을 찾고 해결하라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 때문에 오늘도 신문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의 경찰들, 범인이 사용한 약물을 조사해보면 출처를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영화가 끝난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런 거로는 추적할 수 없는 걸까? 어쩐지 경찰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 CCTV와 지문 감식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결론은 CCTV가 잘 설치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