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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미래다 -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덟 가지 이야기
사라 카노 지음, 아나 산토스 외 그림, 문주선 옮김 / 두레 / 2018년 12월
평점 :
부제 -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덟 가지 이야기
원제 - EL FUTURO ES FEMENINO (THE FUTURE IS FEMALE)
작가 - 사라 카노
그림 - 마리아 에세, 아나 산토스, 아구스티나 게레로, 레이디 데시디아 외 5인
총 여덟 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50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이다. 그런데 다 읽은 후에 주는 여운은, 상당히 오래 갔다. 어떤 이야기는 읽으면서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그냥 마음이 아팠다.
첫 번째 이야기인 『귀고리』는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귀를 뚫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주인공은 괴로워한다. 과연 그렇게 해서라도 그 아이들과 어울려야 하는 건가 고민해볼 문제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축구 경기를 하는 남자애들 때문에 운동장 근처에서 놀다가 공에 맞자 도리어 왜 거기서 노느냐고 핀잔을 들은 여자아이들의 연대를 그린 『운동장의 주인』이다. 운동장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곳이다. 남자아이들이 중앙에서 축구를 하고 여자아이들이 그 주변에서 노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들도 운동장 중앙에서 놀고 싶다.
세 번째 이야기인 『빨간 엉덩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한 생리 때문에 등교 거부를 한 소녀가 등장한다. 털이 많다고, 바지가 빨갛게 물들었다고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을 놀린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그런 아이일수록, 도리어 반격을 당하면 아무 말도 못 하거나 난리를 피운다는 걸. 자기가 하는 건 즐겁고 자기가 당하는 건 싫다니, 이 무슨 심보인가!
네 번째 이야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연기를 잘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주연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꼰 연극 지망생의 이야기인 『미스터리 사건 해결』이다. 연기 실력이 아닌, 성별로 역할을 배정하는 감독이 너무도 한심했다. 그런데 그런 사례는 주변에서 종종 일어난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자신 속에 숨어있는 여자를 숨길 수 없던 소년의 슬픔을 그린 『보이지 않는 여자아이』는 읽으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단순히 어떤 성기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성별을 정의할 수 있냐는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박물관 견학을 가서 지루해하던 학생들에게 작품들 속에서 여자를 찾아보라고 과제를 낸 인솔 교사가 들려주는 『숨은 여성 찾기』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의아했던 아이들은, 곧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면서 역사 속에서 기록되지 않고 사라진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같이 연구하는 동료 여성 과학자의 발견을 훔쳐다가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곱 번째 이야기인 『후회하지 않아!』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교우관계까지 억압하는 남자친구에게 맞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남자친구와 안전이별을 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딸, 너에게 배웠어』는 딸을 낳아 기르는 엄마가 화자이다. 그녀는 여자아이는 이렇게 길러야 한다거나 이걸 좋아할 거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어린 딸은, 엄마의 예상을 언제나 건너뛰었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엄마, 고모나 이모와 조카가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그동안 성장하면서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고, 아이들은 현재 느끼는 감정을 말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아이들도 읽어야 할 거 같은데? 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남자아이들은 거의 겪지 못할 상황을 다루고 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런 상황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해할 수, 아니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남자·여자 가리지 않고 다 같이 읽어보고 생각하고 얘기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