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Lie Tree, 2015

  작가 - 프랜시스 하딩







  ‘페이스’의 가족은 외삼촌의 제안으로 어느 외딴 섬의 발굴현장에 오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가 유명한 고고학자이자 목사이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아버지가 발굴한 화석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어, 거의 쫓기다시피 도피를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가족을 환영했던 섬사람들이었지만, 아버지의 추문이 전해지자 태도가 돌변한다. 그리고 섬에 온 이후, 아버지는 뭔가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급기야 시체로 발견된다. 사람들은 추문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고 하지만, 페이스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날, 그녀에게 보인 행동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거짓말을 먹고 자라는 나무’에 대한 기록을 읽게 된다. 거짓말을 하면 성장을 해 열매를 맺고, 그걸 먹으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나무. 처음에는 믿지 않던 페이스였지만, 아버지가 숨긴 나무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마을에 거짓말을 퍼트리고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밝혀내기로 한 것이다. 사소하게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페이스는 믿을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두개골의 크기로 인간의 지능을 평가했던 골상학이 팽배했고,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이 더 우세했으며,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그런 시대였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떻게 부모가 자식에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다.



  페이스에게 아버지는 세상의 전부였고, 페이스 역시 아버지의 전부였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4년을 살면서, 그녀는 부모의 애정이 자신에게 제대로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의 모든 관심은 어린 동생인 ‘하워드’에게 쏠려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이를 위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착한 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알아봐주지 않는 부모에게 실망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고고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조신하게 자라 좋은 집안에 시집이나 가라는 아버지의 말에 페이스는 배신감마저 느낀다. 어릴 때는 발굴 현장에도 종종 데리고 가던 아버지가! 사실 아버지를 유명하게 만든 화석도 그녀가 발견한 것인데!



  열매를 하나 둘 먹으면서, 페이스는 그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진실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된다.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건 어쩌면 그동안 그녀를 받치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은 아니었을까? 믿고 의지하던 사람에게서는 배신당하는 건 특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어른도 그런 상황이면 어찌할 바를 모를 텐데, 페이스는 이제 겨우 열 네 살이었다. 거기다 자신이 퍼트린 거짓말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현장을 보면서, 무척이나 놀라고 무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사태에 의연하게 행동하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이렇게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에게 공부할 기회조차 주지 않다니, 부모가 너무하고 시대가 너무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와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헤치려는 한 소녀의 심리 추리극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녀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빛을 보지 않고, 거짓말을 양분으로 자라며, 열매를 먹으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나무라니. 진실을 알려준다는 나무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성경에서 나오는 선악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보았다. 하지만 선악과는 빛을 받으며 자라잖아? 그리고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는 얘기도 없었고. 어쩌면 악마가 만든 선악과에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존재가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