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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최상훈 감독, 김영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8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 - 최상훈
출연 - 소주연, 김민규, 김영, 김태민
수능을 끝낸 고3 교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가득하다.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아이, 유튜브 생방송 중계에 푹 빠진 아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노는 아이 등등. 그중에 뜻이 맞는 아이들 여섯이 무작정 길을 떠나기로 한다. 중간에 길을 잃어 목적지와는 엉뚱한 곳에 다다르고, 그곳에 있는 폐 놀이공원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폐 놀이공원에 얽힌 비극적인 기사를 찾아내고, 호기심에 동굴에 만들어진 귀신의 집을 탐사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들은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데…….
영화는 35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궤도로 들어간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의 잡담과 농담 그리고 치기 어린 행동들로 가득하다. 중간에 ‘은하’라는 학생의 우울한 얼굴과 뭔가 이상한 행동 그리고 악몽이 분위기를 이끌어가기는 한다. 그녀는 같이 놀러 가자는 친구의 제의를 거절했는데, 혼자 나간 친구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부터 은하의 귓가에는 이상하게 거슬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죽은 친구가 나오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째서 관리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폐 놀이공원에서 밤이 되자 불이 들어오는지, 아이들은 손전등이 어디서 났는지 의문이지만, 그들은 동굴에 있는 귀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대개의 공포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같이 뭉쳐서 다니는 게 아니라 각자 따로. 아무래도 동굴이 그리 어둡지 않아서 혼자 다녀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저기, 그런데 얘들아? 관리인이 없어 보이지만, 밤이 되니 불이 들어온다면……. 누군가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뜻 아니겠니? 그런데 그냥 들어가면 그거 무단침입이란다. 애들이 어려서 그런 걸 모른다고 여기기로 했다.
영화는 이후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엄마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려고 은하는 뒤에 혼자 남는다. 아무리 입구 부분에 불이 들어와도, 누구 한 명은 기다렸다가 같이 가주지 않나? 보통 친구라면? 게다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민우’조차 먼저 가버리는 걸 보고 좀 어이가 없었다. 자기 속마음을 다른 아이들에게 들키기 싫어서일까 생각도 들었지만, 앞부분에서 충분히 둘이 다녔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민우는 은하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디서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길이 여러 갈래가 있는데 중간에 엇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거기다 이어지는 은하의 행동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동굴에서 혼자 헤매는 아이를 발견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아이를 발견한 곳이 동굴 중간도 아닌, 입구 부분이었다. 바로 자기들이 들어온 그 입구. 그리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 건가? 친구들과 만날 생각은 안 하고, 아이를 따라서 동굴을 이리저리 헤매는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해도, 깊은 밤에 동굴을? 그것도 처음 온 동굴인데?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데, 그러면 잃어버린 거 아니잖아? 미끼를 유인하는 거지.
하여간 이래저래 해서 아이들은 위기에 직면하고 싸우고 믿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혼자 있게 되면 어김없이 뭔가의 공격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들의 심리 변화가 잘 와 닿지 않았다. 어쩌면 그리도 휙휙 변하는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뒤늦게 겪는 줄 알았다. 조금 전까지는 친구와 싸우다가 울고 주눅이 들어있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신나서 방송하고 그다음에는 또 겁에 질려 벌벌 떤다. 그리고 친구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화가 나서 다른 아이와 싸우고 자리를 뜬다. 저기요? 위험에 빠진 친구는요? 아무리 싸웠어도, 친구를 구하려는 척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가면 끝?
아, 제작진은 요즘 아이들의 이기적인 면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영화는 전반적으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그리 놀라지 않았다. 동굴 안이라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 것도 있었고, 너무 정석대로 튀어나와서 이미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거기다 극의 흐름이나 설정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서, 무섭다기보다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거기다 등장하는 귀신들이 어째서인지 다른 작품들에서 본 귀신들과 흡사하게 생겼다. 가야코라든지 토시오라든지.
그리고 결말은, 하아…….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말은 안 하겠지만, 어쩐지 비겁한 변명처럼 보이는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최악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