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Wol-ha : Very Bad Moon Rising, 2017
감독 - 오인천
출연 - 윤진영, 김준섭, 정성훈
‘월하의 공동묘지’라는 1967년 영화가 있다. 독립군 오빠를 둔 기생 ‘월향’이 모함으로 생을 마감하고, 갓난아기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귀신으로 나타나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작품은 그 월향의 비석을 찾아 떠나는 일행의 남긴 기록물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만 모든 것을 다 영상으로 기록해야 하고, 의뢰받은 것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좀 묘하긴 했다. 일행은 비석의 위치를 안다는 안내자를 만나기만 하면 금방 일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안내를 하러 온 사람은 이상한 행동과 함께 횡설수설하더니, 급기야 기괴한 춤을 추며 사라져버린다. 산에 남겨진 그들은 통화를 시도하지만, 전파마저 잡히지 않는다. 그러던 그들 앞에 뭔가 보이는데…….
아마 2018년에 본 최악의 한국 공포 영화를 꼽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썼다가, 생각해보니 최악의 영화가 다섯 개를 넘어서 열 손가락이라고 적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의뢰인이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영상으로 찍으라고 했기에, 일행은 거의 모든 것을 다 찍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영화는 상당히 지루하고 짜증이 났다. 공포 영화에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건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친 사람의 심리를 일반인이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점을 고려해도 자꾸만 ‘왜?’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왜 처음 등장하는 의뢰인은 일본말을 하는 걸까? 왜 의뢰인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서를 굳이 동행시켰을까? 왜 그 사람은 갑자기 그들을 공격했을까? 월향의 묘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등등.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았기에, 혹시 비석을 찾으려는 일본인이 월하의 귀신에게 살해당한 의사나 찬모의 후손이 아닐까 내지는 월하의 오빠가 독립군이었는데 거기에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행 중의 한 명이 월하의 묘 앞에서 내뱉는 대사는 어쩐지 그녀의 남편이 할 법한 내용이라 ‘혹시?’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왜?’에 힌트가 될만한 것들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나마 ‘월하의 공둉묘지’를 본 사람이라면 그 영화와의 연결점을 찾아내겠다는 집념으로 이런저런 상상과 망상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배우분, 낯익다고 생각했더니 예전에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진지한 연기를 해도 그 방송에서 보여줬던 코미디언으로의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었다. 그때도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대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웃겼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후반부에 아련한 표정을 짓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와서 몰입하기 힘들었다.
이 영화의 단 한 가지 장점이라면, 고전 영화인 ‘월하의 공동묘지’ 홍보를 했다는 것 정도? 그 이외에는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그 홍보도 그리 훌륭하게 해낸 것 같지도 않고……. ‘여긴 어디? 난 누구?’라는 심정으로 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