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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2.0 ㅣ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密室殺人ゲ-ム2.0, 2009
작가 – 우타노 쇼고
미리 말해두지만, 두 번째 책의 기본설정을 얘기하자면 자연스레 첫 번째 책의 스포일러를 하게 된다. 가능한 많은 것을 밝히지 않으려고 자제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작가가 그렇게 적었는데. 이번에도 그룹 ‘비틀즈’의 앨범 패러디로 된 책 표지다. 세 번째 책 표지도 그러하다는데, 단순히 디자이너의 취향인지 아니면 편집부의 의도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첫 번째 책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그 방법을 토론하던 모임은 어쩔 수 없이 해체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의 모든 기록과 자료들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전국은 난리가 난다. 충격과 공포에 경악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매료되어 모방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에 주인공이 되는 그룹도 그런 모임으로,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다섯 명의 채팅 이름과 분장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첫 번째 권에서도 그랬지만, 각 에피소드 사이에 다른 색의 종이로 약간은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모방범죄를 일으키던 사람들에 관련된 사건·사고를 간략하게 보여주고, 첫 번째 권의 그룹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으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왜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살인을 저지르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걸로 누가 더 멋지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경쟁하고 확인받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를 읽다가는 ‘하, 이 XX 제대로 미친놈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범인이 사용한 트릭이 공포 영화에서 본 것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현실감을 주는 작품에서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트릭이었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진짜 나쁜 놈이 등장했고,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읽으면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었다.
첫 번째 책에서의 멤버들은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이번 두 번째 책 아이들은 살인은 해보고 싶은데 잡히기는 싫어서 트릭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물론 두 그룹 다 남들보다 더 지적이고 뛰어나다는 걸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그런 결말이 나온 것 같다. 문제를 맞히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즐거움의 끝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밋밋한 결말 같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첫 번째 권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좀 가셨지만, 멤버들이 써먹은 트릭은 더 충격적이었다. 수법은 더 잔인해진 것 같기도 하고, 공감 능력은 더 떨어지고 개만도 못한 성향의 멤버가 늘어난 것 같기도 했다. 첫 번째 권을 읽으면서 이 XXX들이라고 욕했는데, 두 번째 권을 보면서 1권의 그 애들이 차라리 더 인간적이고 정이 있었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 작가는 시간이 갈수록 인간성과 인류애가 퇴보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럼 세 번째 책에서는 또 어떤 XXX들이 어떤 트릭으로 무슨 짓을 할지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