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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꿈
조나단 홉킨스 감독, 매기 큐 출연 / 알스컴퍼니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Slumber, 2017
감독 – 조나단 홉킨스
출연 – 매기 큐, 실베스터 맥코이, 윌 켐페
‘앨리스’는 수면장애 전문의로, 가위눌림은 귀신이나 악령의 짓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다니엘’과 그의 가족들이 가위눌림으로 인한 수면장애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면 마비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들은 밤마다 잠이 들면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어린 시절, 잠을 자던 오빠 ‘리암’이 가위눌림 내지는 몽유병 증상에 시달리다 죽는 걸 목격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빠에게 있었던 일이 다니엘의 가족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가위눌림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잠깐 해보면 꽤 많이 읽을 수 있다. 대개 그런 이야기들은 갑자기 자다가 깨보면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소리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그런 경우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나 귀신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귀신을 보고 기도문을 외웠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도 한다. 결국, 기절했다가 아침에 깨어났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 나는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가위눌림과 더불어 몽유병까지 결합했다. 잠이 든 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 역시 공포 영화에서 인기 있는 설정이다. 물론 어떤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깨어보니 창가였다는 오싹한 예도 있고, 또 어떤 작품에서는 악령에게 홀려서 그런 일을 겪기도 한다. 다니엘의 가족들은 가위눌림과 몽유병, 두 가지 증세를 다 갖고 있었다. 잠이 들면, 다니엘은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이상한 형체를 보고, 다른 가족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집을 헤맨다. 특히 어린 여동생은 커다란 가위를 들고 인형의 목을 자르고 다니고, 엄마는 뜬금없이 한밤중에 믹서기를 작동시키는데, 으아……. 보면서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있었다. 바로 다니엘 가족의 증상을 관찰하기 위해 병원에서 자는 날의 일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건, 두 사람뿐이었다. 앨리스와 동료 의사 단 둘! 그런데 이 사람들,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다른 환자를 찾으러 간다거나 커피 마시겠다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다. 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았으면, 가지고 들어와야지! 아니면 미리 준비를 해뒀거나! 건물 청소 담당자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긴 지금까지 그들이 담당했던 환자 중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으니 그랬겠지. 그래도 한두 명이 아니고 적어도 네 명을 관찰하는데, 겨우 의사 두 명으로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그 두 의사는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야근하는 거잖아? 의사들이 먼저 수면장애를 겪을 거 같은데?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해서 흘러가는데, 음……. 그림자에서 나와 아이들을 공격하는 존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개 그런 경우에는 퇴마사나 성직자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그런 것에서 벗어나, 미신을 배격하고 과학을 신봉하던 의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줄 의도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의사는 어린 시절, 그런 존재와 접촉이 있었지만 애써 부정한다. 그러다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을 믿고 의지해온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이고 흐름이었다.
다니엘과 그 가족들이 겪는 상황은 조마조마하고 긴장되며, 호러 영화라는 느낌이 가득했다. 반면에 의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심리극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두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강약의 조절을 하려던 것 같다. 그러다 둘이 힘을 합쳐서 그 존재와 맞서는 장면에서 긴장감과 조마조마한 분위기를 펑 터트리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잘 느껴지지 않았다. 둘이 잘 섞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따로 있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둘이 합쳐지니 뭔가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조마조마하는 것도 줄어들고……. 어쩐지 영화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 생각도 나고……. 어둠의 존재가 각자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거길 공략한다는 설정은 다소 오싹했다. 제일 후회되고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으로 빠트려, 거기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다니!
가위눌림이나 몽유병을 다룬 공포는 아무래도 동양풍으로 만드는 게 내 취향에 더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