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넌
코린 하디 감독, 데미안 비쉬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Nun, 2018
감독 - 코린 하디
출연 - 테이사 파미가, 데미안 비쉬어, 보니 아론스, 샬롯 호프
영화의 시작 부분에, 1952년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한 수녀가 자신이 몸담은 수녀원 문 앞에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바티칸에서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두 사람, ‘버크’신부와 수습 수녀인 ‘아이린’을 파견한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프렌치’의 안내로, 사건 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수녀원의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과 만나게 되는데…….
영화 ‘컨저링 2 The Conjuring 2’를 보면,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악령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수녀의 모습을 한 악마로, 주연은 아니었지만 나올 때마다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 음, 그러고 보면 ‘컨저링’ 시리즈에서는 메인 귀신보다 조연 귀신이 더 압도적이었다. 1편에서는 애나벨 인형이, 2편에서는 수녀 귀신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런 수녀 귀신 단독 영화라는 소식에, 무척 많은 기대를 했었다. 컨저링 2편에서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존재 자체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다소 심심했다. 잔잔하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영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는 있었지만, 뭐랄까……. 너무 모범생 같은 흐름이었다. ‘이제 뭔가 튀어나오겠네’ 하니까 나오고,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하니까 진짜 끝이었다.
영화에서 바티칸이 정식 수녀도 아닌 수습 수녀를 파견하는 것이, 마치 영화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에서 FBI 훈련생인 ‘스탈링’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면 자기네들의 책임을 모면해보겠다는 건가? 아이린은 어릴 적부터 환상을 봐왔고 아직 종신 서원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다른 수녀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는, 아직은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수녀원에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신에 대해 믿음과 자기희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버크 신부 역시, 과거에 퇴마 의식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때문에 그는 악몽에 시달리고 자신에 대해 믿음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수녀 귀신은 그의 그런 부분을 알아차리고, 그 소년의 모습으로 그에게 공격해온다. 그가 악령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은, 과거의 환영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영화는, 믿음을 잃어버렸거나 부족한 두 성직자가 진정한 주의 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물론 그 여정은 무척이나 길고 힘들었으며 고난의 연속이었다. 신에게 다가가는 길이 쉽기만 하면 재미없어 빙고? 개나 소나 다 그분의 오른편에 앉아있을 테니 그건 뭐 그럴 수도 있다.
영화는 ‘컨저링 1 The Conjuring, 2013’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은 즉, 이번 퇴마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아차, 스포일러! 그나저나 아이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컨저링 시리즈에서 ‘워렌 부인’ 역을 맡은 배우의 여동생으로, 분위기나 외모가 흡사하다. 그래서 아이린 수녀가 결국 수녀복을 벗어버리고 본격적으로 퇴마사로 전직한 게 아니냐는 상상도 해보았다.
영화 ‘애나벨 Annabelle’ 시리즈도 1편은 그저 그랬는데, 2편은 전편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혹시 이 영화도 2편을 만든다면, 1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