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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김래원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RV: Resurrected Victims, 2015
감독 - 곽경택
출연 - 김래원, 김해숙, 성동일, 전혜진
어느 순간부터 전 세계적으로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자기들을 죽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였고, 목적을 이루면 다시 죽어버린다. 각 국 정부에서는 그런 존재들을 ‘희생부활자, RV: Resurrected Victims’라고 부르며, 주시하고 있었다. 7년 전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진홍.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살아 돌아왔다. 왜? 어째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갑자기 어머니가 진홍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에 경찰과 정부에서는 혹시 진홍이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진홍은 7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아들의 사법고시를 뒷바라지한 어머니, 아들의 합격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꽃길만 깔아주고 싶었던 어머니. 그런데 7년이 지나서, 그녀는 누구보다 악의에 찬 눈길로 아들에게 칼을 겨눈다. 어머니 역을 맡은 김해숙 배우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다. 예전에 영화 ‘박쥐 Thirst, 2009’에서 봤을 때도 후덜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엄청났다. 인자하고 따뜻하게 아들을 보며 웃는 과거의 모습과 눈에 독기를 품고 일그러진 얼굴로 아들을 보는 현재 모습의 대비는, 진짜 같은 사람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을 밝히려는 진홍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희생부활자들은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고 되살아나는 것이기에, 어머니가 죽이려는 아들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숨기고자 하는 비밀과 어머니가 감추고 싶었던 일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결론은 신파조로 흘러가는데, 하아……. 영화는 시작부터 긴장도 되고, 어떤 비밀이 숨어져 있기에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해서 ‘오오!’하면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어머니의 아들 사랑과 등장인물들만 눈물을 질질 짜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 이게 뭐야!’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짜증이 밀려왔다. 왜 호러 스릴러 장르에서도 막판에 ‘이래도 안 울어? 감동 받아야지!’라는 억지 신파조의 흐름을 봐야 하는 걸까? 설마 한국에서는 신파 분위기를 빼면 영화 제작을 할 수 없는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그 전까지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막판에 가서 그 흥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그 때문에 그 전까지 영화상에서 강조했던 RV 규칙이 약간 어긋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냥 살인자들에게 복수하는 희생자들의 얘기로만 꾸며도 재미있었을 것 같았는데, 아쉽기만 하다.
별점이 두 개짜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세 개까지는 아닌데, 별 반 개를 줄 수가 없어서 반올림으로 별 세 개. 두 개 반이 딱 적당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