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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ㅣ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びっくり箱, 1987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운동회 三毛猫ホ-ムズの運動會, 1986’ 이후 두 번째 단편집이다. 마찬가지로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는 컨테이너에 만들어진 닫힌 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남자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상사인 ‘구리하라’ 대신 어느 파티에 참여하게 된 홈즈 팀 일행. 20년 전에 죽은 남편의 기일을 기념하는 파티라는 말에 어이가 없어진 가타야마와 사건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한 하루미, 맛있는 음식과 하루미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이시즈, 그리고 이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고양이 홈즈. 그들은 ‘미해결 살인사건 20주년’을 기념하는 저택으로 향하는데…….
여기서도 가타야마는 자기비하를 멈추지 않는데, 가문 좋고 미남에 머리 좋고 운동 잘 하는 남자가 있다는 말에 그런 녀석이 있으니 자신처럼 쓸모없는 남자가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양이가 준 힌트로 사건을 해결해왔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해 온 성과가 있으니 자신을 가져도 되는 게 아닐까?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명연주』에서는 홈즈 팀이 인연이 있는 ‘아사쿠라’의 초대로 그의 제자 ‘토가와’가 지휘자로 데뷔하는 연주회에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토가와의 부인에게 흑심을 품은 단원이 연주회를 망쳐버리겠다고 협박을 해온다. 모두가 다 불안해하는 가운데, 연주회 도중에 사건이 일어나는데…….
남의 배우자를 노리면서도 뻔뻔스럽게 연애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화가 났었다. 뭐, 이런 XX가 다 있지?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패닉』에서는 건물의 완성을 축하하는 파티에 초대받은 홈즈 팀과 수사 1과장인 ‘구리하라’가 등장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신축 건물이 조금씩 기울어지는데…….
다행히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용을 아낀다고 날림공사하고 설계대로 짓지 않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일정한 양을 유지하는 건 과학에서만 존재하면 좋겠다. 굳이 또라이나 XXX같은 놈들마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유령 퇴치』는 이시즈가 친구의 의뢰를 받은 사건이다. 결혼을 앞두고 산 집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령이 비치는 거울에서 뜻밖의 것이 발견되는데…….
사건 해결이 뭐랄까, 너무 허무했다. 그렇게 마음 약해서 어떻게 사람을 죽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 설마 살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 작가의 빅픽쳐였을까?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피로연』은 홈즈 팀이 가타야마의 친구인 시라이의 결혼 피로연을 가서 맞닥뜨린 사건이다. 유능하기에 남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시라이’는 어리고 부유한 신부와 결혼을 앞두고 살해 위협을 받는다. 긴장감이 맴돌던 결혼식이 마무리되던 중,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데….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보물찾기』는 땅 속에 묻혀있다는 보물을 찾으려는 남자의 이야기다. 읽다 보니 문득 서양 공포 영화가 하나 떠올랐다. 상당히 짧은 분량으로, 사건 해결이 무척이나 후다닥 되어버린 이야기였다.
이번 단편집은 뭐랄까, 뭐든지 후다닥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었다. 단편이라 배경 설명이 휘릭 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건과 트릭 설명까지 휘릭 지나가는 건 좀……. 어떤 이야기는 좀 더 살을 붙여서 중편이나 단편으로 만들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발표한 단편 중에서 몇 개를 장편으로 다시 만들어서 내놓기도 했는데, 이 작가도 그랬는지 찾아봐야겠다.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나저나 난 아직도 하루미가 이시즈와 사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하루미가 내 가족은 아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시즈는 안된다고 여러 번 중얼거렸다. 하아, 도대체 형사라는 사람이 사건 현장에서 먹을 것만 챙기고 있으면 어쩌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