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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셜록 : 시즌4 (2disc)
폴 맥기건 감독, 마틴 프리먼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herlock, 2017
원작 – 코난 도일
제작 - 마크 거티스, 스티븐 모팻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아만다 애빙턴, 마크 거티스, 우나 스텁스, 앤드류 스콧
이 감상문에는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이미 이 드라마가 방영된 지 일 년이 지났으니, 뭐……. 역시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의 방영 시간은 약 한 시간 30분 정도이다. 그러니까 영화 한 편과 시간이 거의 맞먹는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여섯 개의 대처상 The six Thatchers’은 제목에서부터 단편인 『여섯 개의 나폴레옹 흉상 The Six Napoleons, 1900』을 노리고 있다. 원작에서는 나폴레옹 흉상을 만들 때 안에 넣은 보석을 찾고 있지만, 여기서는 21세기에 걸맞게 USB를 찾는 사람이 나온다. 여기서 ‘왓슨’의 부인인 ‘메리’의 정체가 확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다시 발목을 잡고, 어쩔 수 없이 메리는 왓슨을 떠나게 된다. 원작을 읽어보면, 왓슨은 결혼을 두 번 한다고 나온다. 그래서 당연히 메리와 헤어진다고 예상은 했었는데 으아……. 제작진의 멱살을 부여잡고 싶은 결말이었다. 그나저나 왓슨, 실망이다. 아내가 육아로 바쁜데 그 와중에 다른 여자에게 설레어 연락처를 주고받다니……. 너무하다.
‘병상의 탐정 The lying detective’ 역시 제목을 보자마자 단편 『빈사의 탐정 The Dying Detective, 1887』 이 떠오른다. 원작에서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카를 살해해 재산을 차지한 교활한 과학자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신약을 만드는 거대 기업의 회장이 악당이다. 1편 이후 왓슨은 메리의 환상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상태였고, ‘셜록’은 메리가 남긴 말을 지키기 위해 혼자 사건에 뛰어든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떠오르는 전반부였다. 그리고 왓슨은 셜록의 형인 ‘마이크로프트’의 말실수를 통해, 그들에게 동생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놀라운 반전이 하나 기다리고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마지막 문제 The Final Problem’라는 제목으로 단편 『머즈그레이브 전례문 The Musgrave Ritual, 1879』와 『세 명의 게리뎁 The Three Garridebs, 1902』을 적절히 섞었다. 사실 세 명의 게리뎁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악당은,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셜록과 왓슨의 주위를 맴돌았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이름이 등장한 ‘유로스’였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드라마에서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홈즈 집안의 막내딸이자, 두 오빠를 훨씬 능가하는 천재, 하지만 남들과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달랐기에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그 때문에 섬에 격리되어 갇혀 살아야 했던 소녀, 아니 여인. 다른 가족들에게는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마이크로프트만이 그녀가 갇힌 곳을 찾아가 근황을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뭐랄까, 마이크로프트의 일 처리가 그리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와 영국 런던을 활보하고 다녔으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면서 셜록과 왓슨을 만나고 다녔다. 아니면 영국 정부를 움직이는 오빠를 속이고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을 손안에 쥐고 흔들 정도로 유로스의 능력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다. 음, 그런데 그런 그녀가 원하는 것이 너무 소박한 거 아닌가? 나 같으면 그 능력으로 세계 정복을 하겠구먼, 그녀가 원하는 것은 둘째 오빠인 셜록과 노는 게 다였다. 왜? 둘째 오빠는 동생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 하는데? 뭐랄까, 사건의 규모는 엄청나게 확장되었는데, 흐름과 결말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는 기분이었다.
뭔가 많이 실망스러운 4시즌이었다. 셜록이 3시즌부터 그냥 수다스러운 똑똑이로 변하는 것 같더니, 이번 시즌에서는 진짜 그렇게 되었다. 게다가 얼마나 예의가 없는지……. 아무리 사건 해결도 좋지만, 왓슨의 아이 세례식에서까지 트윗질을 하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해결에 집중하고 뛰어나다기보다는, 그냥 관종에 무례한 사람으로 비췄다. 적어도 원작의 셜록은 잘난 척하고 남을 무시하기는 했지만, 신사였다고! 다음 시즌도 제작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