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 - AchtNacht, 2017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방금 밴드에서 퇴출당한 ‘벤’은 전부인인 ‘제니퍼’의 전화를 받는다. 이주일 전 자살시도를 한 딸 ‘율레’에 관한 얘기였다. 그녀는 율레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았노라 말했다. 경찰에 가져갈 정도는 아니지만, 부모에게는 믿음을 주기에 확실한 그런 증거. 벤은 딸이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를 기억한다. ‘아빠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 그런데 그날 밤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8N8’이라는 사이트에서 사냥 게임을 시작했는데, 벤이 사냥감으로 뽑힌 것이다. 그를 잡으면 받을 수 있는 상금은 무려 천만 유료! 처음에는 다들 가짜뉴스라거나 낚시라고 여겼지만, 어마어마한 상금과 게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당이 개입하면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뒤쫓는다. 거기에 과거에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그를 처단해야 한다는 광기에 휩싸인다. 물론 그 범죄는 누명이었지만, 이미 선동된 사람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벤은 사냥감으로 같이 지목된 ‘아레추’와 함께 생명을 건 도주를 감행하는데…….



  작가의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 그렇다. ‘제바스티안 피체크’. 바로 ‘눈알수집가 Der Augensammler, 2010’와 ‘눈알사냥꾼 Der Augenjager, 2011’ 그리고 ‘차단 Abgeschnitten, 2012’의 작가로, 책제목만으로 엄마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만든 그 사람이다.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 떠오르는 끔찍한 장면 연출로 한동안 속이 울렁거리게 만든 그 사람이다. 사실 그 때문에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을 멀리하기도 했다. 읽고 나면 그 참혹함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말처럼, 몇 년 지났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과감히 책을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마치 내가 벤과 아레추의 도주에 동반한 것처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어느 한 구석에 주저앉아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과 방송을 통해 신상이 탈탈 털렸기에, 나는 상대를 모르지만 상대는 나를 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공포는 엄청 났다.



  책은 온라인과 대중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간혹 온라인에 올라와있는 글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믿는 사이트에 있는 글만이 진실이라 믿으며, 그것을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며 공격하거나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뭉쳐서 모든 것을 배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선동되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첫 댓글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감동적인 얘기에 우스운 댓글이 처음 달리면 뒤를 이어 웃긴 댓글이 달리고, 첫 댓글이 비판적인 내용이면 다음 댓글들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에 관한 무슨 실험이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 ‘아니요’라고 할 때,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서 ‘아니요’라고 말하는 그런 실험이었던 것 같다. 다수를 따라가는 것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똑같은 모양이다.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기서도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들이 욕하니 같이 욕하고, 남들이 죽이라 하니 같이 죽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사람들은 다수였지만, 정작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소수였다. 그 한두 명의 사람들이 의도한대로 사람들은 움직였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문득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댓글 부대’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너무도 높아서, 기본적인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쉽게 선동되고, 남의 말을 쉽게 믿는 걸까? 물론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개인이 일일이 검증할 수는 없다. 그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100% 진실이라 믿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걸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중간 중간 생각하기 위해 멈춰야 할 정도로, 책은 진행이 빨랐다. 영상물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숨을 골라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눈알 시리즈만큼의 충격은 없었다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아마도 ‘제바스티안 피체크’ 일 년치가 넉넉하게 충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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