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 - Bian Shen, 2013

  작가 -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다른 아이들이라면 생일이 되면 신나하겠지만, ‘아르투르’는 달랐다. 14세가 되는 생일날 아침, 눈을 뜬 그는 불안에 휩싸였다. 지난 7천 년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매번 14번째 생일이 되면 그는 죽었고 모든 기억을 갖고 환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르투르처럼 환생을 거듭해온 다른 친구는 생일날도 헷갈렸냐고 놀리지만, 그가 계속 죽지 않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 이 세상에는 아르투르처럼 14세가 되면 죽었다 환생하는 존재가 있었고, 그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불안해하는 아르투르에게 ‘수호자’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그는 아르투르에게 사명이 주어졌다고 말하는데…….



  한편 공학도인 ‘너새니얼’은 위성을 통해 지구의 인구수를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연히 그는 421명에 해당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 비해 강한 뇌파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런 그에게 네트워크의 아이들이 접근한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환생자의 수보다, 너새니얼이 확인한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환생자 중의 한 명인 ‘파올로’는 어른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환생만 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그는 자신의 삶이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그는 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환생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결심하는데…….



  예전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오래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르투르를 비롯한 아이들은 환생을 거듭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그들은 몇 천년동안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삶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식과 인맥으로 그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기도 한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그들은 몇 개 국어뿐만 아니라 사라진 고어까지 습득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무한으로 읽을 수 있는데, 2권까지만 볼 수 있다면?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강제적으로 다른 소설 1권을 읽어야 한다면? 소설 읽는 재미가 사라질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도 그랬다. 그들은 오래 살기는 했지만, 그건 십대 초반인 열네 살 때까지 뿐이었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떠할 지 절대 알 수가 없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20대의 열정적이면서 불안한 감정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느낄 경험이나 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치는 경험도, 그들은 하나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자, 파울로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죽고 싶었다.



  책은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파울로와 이를 막아야 하는 아르투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어떨 때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시에 과학 기술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작가는 예전에는 그냥 마법이라는 단어로 넘어갈 수 있는 현상을,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굳이 과학적으로 풀어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하나는 현재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이 파울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환생자인 아이들 중의 한 명의 과거 이야기였다. 그 과거가 참으로 서글퍼서, 환생하는 것이 꼭 좋은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르투르와 파울로, 그리고 너새니얼의 삶 중에서 어떤 삶이 좋은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들 나름 고통이 있었고 기쁨이 있었으며 이루어지길 바라는 꿈이 있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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