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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 살인사건 ㅣ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평점 :
원제 - A Lot Like Christmas, 2017
작가 -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의 작품 중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만 모은 단편집이다. 2000년도에 한 번 나왔던 단편집에 신작을 추가하여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 출간일 테니, 개정판이건 아니건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니까. 그리고 한 권짜리였던 것을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했으니,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고 싶으면 다른 한 권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를 꼭 읽어봐야겠다. 이번 책에는 모두 여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말하라, 유령』의 주인공은 이혼한 서점 직원이다. 딸의 양육권을 부인에게 빼앗기고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서점 행사로 바쁜데다가 전부인은 어떻게든 딸을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그의 앞에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세 유령을 연상시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고양이 발 살인사건』에는 명탐정과 조수가 등장한다. 둘은 유인원의 지능을 연구하고 향상시키며 더 나아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연구소에 초대된다. 그런데 연구소의 창업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음, 어떤 작품이 떠올랐는데, 그걸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절찬 상영중』의 주인공은 친구들과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런데 그녀가 원하는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우연히 만난 전남친에게서 그녀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음모에 대해 듣게 되는데……. 조만간 벌어질 수도 있는, 돈만 밝히는 기업과 아무런 생각이나 비판도 하지 않는 대중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말하는 이야기였다.
『소식지』의 주인공은 어느 날부턴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사람들이 전과 달리 너무 성실하고 착해진 것이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밝혀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착해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어쩐지 잭 피니의 소설 ‘바디 스내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의 패러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방박사들의 여정』에서 주인공인 목사는 설교 중에 계시를 받는다. 바로 예수가 재림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재림한 예수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가 만난 것은……. 예수가 재림하면 과연 그걸 알아차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은 특정한 주인공 한 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다른 곳에서 겪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폭설이 내리고, 그 와중에 사람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는 행복한 크리스마스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한 날이 될 것이다. 만약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에게는 어떤 크리스마스가 될까?
몇 십 년 동안 글을 써도 마르지 않는 상상력을 가졌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글로 써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가’라거나 ‘훌륭한 이야기꾼’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왜 이 작가에 대해서는 ‘수다쟁이’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수다’는 쓸데없이 말이 많이 하는 걸 뜻하고, ‘수다쟁이’는 그런 사람을 얕잡아 보는 표현이다. 처음에 이 작가에 대한 소개에서 수다쟁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그런가보다.’라고 넘겼는데, 그녀의 책을 읽을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로 비유되기에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너무 좋았다. 주저리주저리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유쾌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왜 수다라는 말로 폄하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작가들은? 왜 그녀만 그렇게 불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