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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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가부장적이면서  귀엽기도 하고, 또 약간은 허세스러운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 엔도 슈사쿠님의  '사는 재미' 를 주는 38편 이야기가  사람이 산다는 건 다 비슷한 것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더 좋아질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려주게  됩니다.  다른 이에게 가야할 편지를 받아놓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혹시 찾아올까봐 후다닥 답장을 썼다거나 귀가 얇아 몸에 좋다는 여러가지를 산다거나 하는 이야기로 우리를 웃게 만들기도 하고, 구두쇠가 되기위해 노력하다 변비에 걸린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에 구두쇠가 된다는 건 역시나 그의 말대로 지치는 일이겠구나 알게도 되고,  자신이 소설가가 된 건 어머니의 따뜻한 말때문이라는 이야기에는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리고 후배들에게  불량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던지는 그의 충고에는  겉으로 보기엔 엄하지만 알고보면 따스했던 아버지가 하던 말같기도 하고, 현자가 던지는 삶의 진리가 그런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겨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라면 내 안에 생긴 모든 고민들을 슬쩍 꺼내도 '나는 이런 일이 있었지!' 라며 이 모든 게 나에게만 있는 일도, 그리고 계속 되는 일도 아니라는 말을 진지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게 됩니다. 그건 그가  아이였던 때부터 작가 후배로, 인생 선배로, 남편으로, 한 남자로 어떻게  살아갔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기때문인데요.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그와 대화하게 된다면   끝에는 마음이 풀리고  웃음으로 마무리 짓지않았을까 할만큼 '삶은 비극이라네, 웃을때 빼고','고물이 되어서도 힘을 내는 게 인간' 이라던지 등의 매력적인 이야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공감과 웃음을 불러오게 됩니다.   


즐기며 살아가려 노력한다는  그의 이야기에 거의 찬성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딱 하나,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만을 맞지 않는다고 나 역시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그렇게 늦을꺼면'에서 시작해 '그래서 난 아무도 없는 차가운 방에서 홀로...'라는 커다란 비약으로 발전한다는  아내의 논리나    '머리는 쓰기 나름이다.' 라며  인기가 없는 남자가 어떻게 하면 의심을 피할 수 있는지  말하는 대목은 아직 여자를 잘 모르시는 말씀 아닌가 해서입니다.   여자란  남자의 행동을  '두려울만한 기억력' (엔도님이 그러시는군요) 이라 부른 기억력으로 비교  분석 판단후   더 하다보면 그럴 수 있으니 서로 조심하자는 논리적 결과를 -단지 몇 단계를 빼고 말했을뿐 , 왜냐하면 너무 길어지니까요.- 말한것이고, 또 여자란 같은 비교 분석력으로 머리를 아무리 쓰더라도 남편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금세  알게되니 말입니다.   이렇게 상대방 역시 속말을 시원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버리는 건 1923년생이라는 그의 나이, 혹은 시간차를 느낄수 없을만큼의  편안함을  받기때문인데요. 이런 그를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만들었다는  "침묵"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더  궁금해지게 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장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갈 보람이 있는 것이지. 장래를 알고 있다면 살아갈 의미도 없어져버린다.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에 관해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163

예전과 달리 갖지 못한 걸 부러워하지도 않고, 이런 저런 차이에 아쉬움을 갖지 않는 "나는 나, 이대로 좋다"는 자신이 되었다는 엔도 슈사쿠님의 이야기가 '지금의 나' 가 가진 어떤 마음이든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만끽' 하는 거라는, 부드러운  그의 말이 우리 모두에게 강한 응원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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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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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어요."

"윌리엄이 죽으면 당신도 죽어요."-28

수의사인 상드라를 인질로 잡은   은행강도 일당중 대장인 라파엘이 말합니다. 경찰 총에 맞은 내 동생 윌리엄이 죽으면 당신도 줄을 줄 알라고 말입니다. 난 의사도 아니라고 상드라가 간절하게 말하지만 라파엘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동생 윌리업의 생사뿐입니다. 억울하게 잡힌 상드라와  그녀 집을 차지한  보석 강도 일당. 그들과 며칠동안의 원치않는 동거는 서로에 대한 탐색과 언제  나를 죽일줄 모른다는 두려움뿐일 것같지만 예상외로 상드라가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그의 임무는 매우 위험한 편이었지만 언제나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준비를 한 탓에 단 한 번도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다."-12

며 며칠동안 집을 떠난 파트릭을, 상드라는 홀로 기다리다  인질이 된겁니다. 오늘 내일 떠날거라는 그들과 빨리 자신의 집을 떠나는 것이 좋을거라 위협하는 상드라. 분명 그녀가 인질임에도 언뜻 보이는 그녀의 잔인한 모습은  그녀에게, 그리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군인 경찰'이라는 파트릭에게 뭔가가 있는것일까 라는 생각을 주게 됩니다.


'원래의 나는 오래전에 죽었다.'

라고 고백하는 사람에 대해   이유를 추측하게 되고, 그게 맞다는 걸 알게되면서 그가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라는 게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윌리엄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라파엘은 분명 많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애정과   자신이 정한 선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런 라파엘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드라 사이에 파트릭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만만치 않은 인물이 돌아오며  범죄자들 사이에서 지혜와 힘, 그리고 용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라파엘이  매번 당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너는 모른다"와 "그림자"라는 이야기를 써낸 카린 지에벨은 이번에는 어린 아이들 유괴범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파트릭과 마음이 상처로 닫힌 상드라, 그리고 그들 사이에 우연히 들어왔다 위험에 빠지게 된 라파엘 일당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요. 가해자이자 피해자도 되는   그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어려움이지만 어렸을 때 상처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 당시에 대한 고백과 회상을 통해  그들은 극복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어른으로 자라났다는 걸, 그래도  아이를 지키려는 가정안에서 자란 라파엘만이 절망속에서  다른 사람을 지켜주려는 마음을 보인다는 건, 그래서 이 모든 일에 아이를 제대로 지켜줘야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일까 싶은 상황속에서도 그 때문에 이 모든 게 바뀌지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지만 그 다음 순간은 더한 절망이 되고, 또 절망이기에  과연 끝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될까 싶어지는데요.


극한의 위협에 몰린 사람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란 생각이 많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였을까 싶은 잔혹한 엄마로 인해   사람이길 포기한 파트릭, 여러번 노력했음에도 결국 범죄자의 길을 벗어날수 없었던 라파엘 형제,  자신에게 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선택을 생각조차  해 본적 없는  상처뿐인 상드라와 그래서 생긴 수많은 아이들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상처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공포 이야기가 됩니다.  


생존과 사람의 마음, 나는 둘 중  자신있게 마음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이 소설이 살인 전과를 가진 재소자와 강도 전과를 가진 재소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증언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니, 또 '헉'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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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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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맨은 고객의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는 안 돼."--54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호텔에 취직했음에도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 다소 주의를 받는 나오미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전작이면서  나오미와 닛타의 만남 이후를 그린 '매스커레이드 호텔' 에서, 사건이 발생할거라 여기고 잠복하게 된  형사 닛타를  형사가 아닌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교육을 나오미가 하면서 알게되는 서로의 직업 특성이 가진 매력과 어려움,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사건 해결력이 빛났던지라  이번편에서도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요. '가면도 제각각'부터 '매스커레이드 이브'까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따라가며 닛타 형사와 나오미가 어디서 스칠까   기대하게 되지만, 닛타가 갔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주는 '매스커레이드 이브' 에서도 그들의 인연이  빗겨가게 되면서 다음 이야기에서라는 기대를 놓치지 않게 합니다.


전 애인과의 어색한 조우속에서도 냉철한 분석력을 잃지않고 진실을 찾아내는 나오미를 보여주는 '가면도 제각각',  진짜 민낯 아닌 가짜 민낯을 보여준거라 고백한 여자친구덕에(?) 사건 후 보여진 얼굴과는 다른 진짜 살인자가 누군지,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낼수 있는 멋진 형사로 짜잔 등장하는  닛타 형사의  '루키 형사의 등장',   호텔을 이용하려는  유명 작가와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열혈팬들의 극성속에서  유명 작가의 존재 자체를 숨겨야 하는  임무를 맡게된 나오미가 단 며칠 지켜보는 것만으로  열혈팬들의  무모한 행동도 저지해나가지만, 그동안  아무도 모르고 있던 진실까지 알아낸다는 '가면과 복면',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추려가던 중 유력한 용의자를 발견하지만 그가 불확실한 듯 확실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게되자 그것을  사건과 어떻게 연결시켜가는지를 보여주는 '매스커레이드 이브'. 이 4가지 이야기만으로도 나오미와 닛타는 이미  그들 분야에서 남다른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걸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그들 각각이 보여주는 사건은  강렬한 사건이 들어있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닛타의 날카로운 감과 나오미의  정확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는 추리력에 빠져들게 하는데요. 호텔이나 경찰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 가면을 지켜준다.' 와 ' 가면을 벗겨야 한다' 라는 정반대의 입장임에도 '가면도 제각각' 이라는 처음 이야기의 제목처럼 호텔에 잠깐 투숙하게 된 손님이나 경찰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중에   속이려 드는 제각각 다르게 포장한 사람들의 가면속 얼굴을 볼 수 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겁니다.


추리하는 사람을 차가움과 따뜻함이 같이하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놓는 재주가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증오와 배신으로 사건도 있지만 사람의 따뜻함도  함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호텔에서 잠깐 마주치는 사람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런 추리가 가능할까 싶은   나오미와 감이 좋은 형사로 이름을 올릴만한 닛타가 만난다면 그들 눈을 피할자가 있을까 하게 됩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 싶은  호텔리어와 형사의 이야기, 다음이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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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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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당신은 그 진 씨라는 분과 이혼 상태인데, 한바탕 생난리를 쳐서 다시 이혼을 하겠다는 거죠? 쓸데없는 헛고생아닌가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15

이 이혼은 가짜이니 여전히 결혼중이라는 걸 증명하고 진짜 이혼을 하고 싶다는 '단호한' 리설련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작은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녀는 남편을 죽일 사람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요. 도대체 이 여자를 이렇게 분노에 몸을 떨게 만든 이혼 사유가 무엇일까 싶었는데, 그녀는 둘째를 임신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알쏭당쏭한 이유를 댑니다.


이 모든 건,  중국이 35년간 고수하던 1자녀  정책때문이라는 겁니다.  지금이라면 괜찮았을 그녀는, 1자녀 정책을  고수하던 시대에 2번째 아이를 갖게 됩니다.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남편과 거짓 이혼을 하고 다시 합치면 되겠다는 교묘한 꾀를 내지만, 몇 달만에   남편이   결혼을 해버립니다.물론 딴 여자랑요.  이유를 듣고보니  그런 남편에게 당연히 리설련은 사과라도 듣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요. 하지만 기가차게도 남편은  끔찍한 말을 사람들앞에서 하게되고, 소심한 그녀가 스스로 꺼버리려했던 분노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맙니다. 남편이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는 속담만  알았더라도, 아니면 어찌되었든 신의를 저버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만 했어도 끝났을 일이   이제 리설련에게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평생의 과제가  되고 맙니다.


어찌하다보니 그녀는  조금만 뭐라해도 '당신도 고소하겠어!'라 하는 고소의 아이콘이 되고마는데요.  그녀의 지나친 집착으로만 보였던 일이     '깨알같은 작은 일로 잘도 여기까지...'라며 민원이라면 민원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자신에게 불똥이 튀자 몸을 사리는 공무원과 만나게되자   20년이 지나도록  중국 사회 공무원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설이 된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쓴 웃음짓게 만들게 됩니다. 


도돌이표 찍듯, 그녀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 나오는 반응들이 반복적이라 이 이야기에 과연 끝이 있을 수 있을까 했지만 다들 무시했던 그녀의 고소가  윗 사람의 의도치않은 한마디에   정리된다든지  고소 안하겠다는 그녀를 못미더워 계속 뒤따라다니지만 제대로  쫓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관리들의 허술함과 무능함은 어떤 크기의 일이 되었든 일관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뜨끔함을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나도 어디선가 이 비슷한 일을 바람결에 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중국의 산아제한, 즉 무리한 정책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겠느냐는 아우성, 세월이 지나도 자신들의 밥그릇이 어떻게 날아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우왕좌왕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계속된다는 헛웃음뿐 아니라 이 이야기는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걸 그녀를 통해 보게 됩니다. 사건의 처음에 분명 그녀는  스스로가  아직 아름다우며 뭘 해도 할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대답없는 남편과 성의없다 느낀 사람들을 고소하느라 20년 세월이 지나서야  자신을 돌아보니    남은 게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일의 시작이였던 지키고 싶었던 딸과도 좋지 못한 관계가 된다는 건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분노하며  살아가야하는건지를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목을 매는 데 한 나무만 고집하지 마라. 다른 나무로 바꾸면 시간을 벌 수 있다."-383

는 말에 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뭔가를 깨달았을까 싶은데, 그녀의 이 길고도 긴 이야기가 서론일뿐이고 진짜 본론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녀의 고소가 영향을 미쳐 식당을 하게 된, 예순 살 사노인이 '내가 지치는 일은 하지 않고.' 라며 유유자적 살게 된 모습으로 말입니다.


긴 서론과 너무도 짧게만 느껴지는 본론은 고소에 긴 세월을 보낸 리설련과 그 역시 억울하다면 억울하게 공직사회에서 벗어났음에도 너무 잘 살아가는 사 노인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분노에 머리가 뜨거워질때  딴 곳에 눈 돌릴 시간과 여유를 잠깐이라도 갖는 거 라는 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리설련이 이렇게 쫓아가도 되는걸까 주저하면서도 분노를 쫓았지만 결국 남는 게 후회뿐이라는 걸 보여주고,  사노인은 쉬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어찌되었든 실행해갔기에  지금 우리가  그의 웃음넘치는 삶을 보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중국 사회를 현실적으로 그린다 싶지만 또 어디선 안 그렇겠냐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유머가득한 대목 대목이 저자 류전원님의 특징이라는데요.  무엇보다  분노의 크기는 스스로 조절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분노 그 다음에 오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분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때문에, 왜 화를 내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져주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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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고전 읽기 - "고전 읽어 주는 남자" 명로진의
명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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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라는 말을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군요. 그 말이 다른 누구보다도 나를 행한 말인듯 해 괜히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누가 좋은 책을 읽었다는 말을 할때면  그 책을 반드시 읽으리라는 다짐을 하곤 했지만 제대로 손에 잡은 적도 없고  특히나 이비에스 라디오에서 명 로진, 권진영씨가 읽어가는 "고전 읽기"를 들을때면,   고전에 대한 의욕을 뜨겁게 살리곤 했지만 막상  책을 잡고 나선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라는 유유자적한 태도를 취하다 잊곤 했기때문인데요. 

 

"고전은 이미 수천 년 동안 검증을 거친 것으로, 고전으로 남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11
많은 분들의 강연을 통해 고전이 주는 깊이와 넓이에서 나오는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그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게 손으로 만져지는 채움이 아니라 안에서  채워가는 만져지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걸 고전에서 찾는다는 분들이 많이 있음에도  손이 가지 않는 건,  지루하다거나 어디선가 조금씩은 들어본 이야기들이라는 선입견에 , 이 사람이 누구이더라 왜 이런 말을 하게된건지란 주변 배경을 알기위해 자꾸 뒤로,옆으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때문일겁니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고전의 불친절함속에 있습니다."-16

하지만 우리의 불평이 사실은 고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자의  변명일뿐이라고 이 글의 저자인 명 로진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길게 연결되는 줄거리가 어땠는지 말하는게 아니고 그 주변 배경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어떤 한 마디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 하는데요.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적 없는 고전, 지성과 교양에 목마른 당신에게 꼭 필요한 고전, 드라마적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고전 이렇게 3부  12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왜 이 짧은 부분에 많은 것들을 알수 있는 건지, 그리고  이 대목이 지금의 우리네 삶과 어떻게 같은지를 짚어주고 있습니다.


 

늘 잔잔하기만 할 것같은 맹자 말씀이   민심의 대변이요, 혁명의 선동이 될 수도 있다던가  예나 지금이나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게 사람인지라    고대 인물들을 그린 이야기속에도  지금 신문에서나 보게 되는  줄 알았던  혀 찰 일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에사 소중하게 다뤄지는 줄 알았던  처세의 기술이 한비자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음을,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들어있는 이들에 대한  것이 승자와 패자의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  분노와 용서,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 고전이 각자에게 다르게 나만의 책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다양하고도 충분한 매력이 있음을 새삼 알게 합니다.


 

명 로진님의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할지에 나온  순서대로 참고도 하겠지만  다음에 고전을 손에 잡게되면, 그리고 진도가 나가지 않을때도 안달하지 않고,  일리아스에 나온 '바람이 길어준 창' 이란 대목에 클래식의 벼락을 맞는 순간이라는 그의 느낌이나 '노여움이란 녹아서 흘러내리는 벌꿀보다 훨씬 달콤해서' 란 글에 끌리는 기분을 느껴보도록 짧게라도 집중할꺼란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고전이란 언젠가는 봐야할 숙제같은 것이라 여긴  이들에게도  완독의 성급함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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