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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어요."
"윌리엄이 죽으면 당신도 죽어요."-28
수의사인 상드라를 인질로 잡은 은행강도 일당중 대장인 라파엘이 말합니다. 경찰 총에 맞은 내 동생 윌리엄이 죽으면 당신도 줄을 줄
알라고 말입니다. 난 의사도 아니라고 상드라가 간절하게 말하지만 라파엘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동생 윌리업의 생사뿐입니다. 억울하게 잡힌
상드라와 그녀 집을 차지한 보석 강도 일당. 그들과 며칠동안의 원치않는 동거는 서로에 대한 탐색과 언제 나를 죽일줄 모른다는 두려움뿐일
것같지만 예상외로 상드라가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그의 임무는 매우 위험한 편이었지만 언제나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준비를 한 탓에 단 한 번도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다."-12
며 며칠동안 집을 떠난 파트릭을, 상드라는 홀로 기다리다 인질이 된겁니다. 오늘 내일 떠날거라는 그들과 빨리 자신의 집을 떠나는 것이
좋을거라 위협하는 상드라. 분명 그녀가 인질임에도 언뜻 보이는 그녀의 잔인한 모습은 그녀에게, 그리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군인
경찰'이라는 파트릭에게 뭔가가 있는것일까 라는 생각을 주게 됩니다.
'원래의 나는 오래전에 죽었다.'
라고 고백하는 사람에 대해 이유를 추측하게 되고, 그게 맞다는 걸 알게되면서 그가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라는 게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윌리엄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라파엘은 분명 많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애정과 자신이 정한 선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런 라파엘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드라 사이에 파트릭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만만치 않은
인물이 돌아오며 범죄자들 사이에서 지혜와 힘, 그리고 용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라파엘이 매번 당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너는 모른다"와 "그림자"라는 이야기를 써낸 카린 지에벨은 이번에는 어린 아이들 유괴범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파트릭과 마음이 상처로
닫힌 상드라, 그리고 그들 사이에 우연히 들어왔다 위험에 빠지게 된 라파엘 일당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요. 가해자이자 피해자도 되는 그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어려움이지만 어렸을 때 상처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 당시에 대한 고백과 회상을 통해 그들은 극복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어른으로 자라났다는 걸, 그래도 아이를 지키려는 가정안에서 자란 라파엘만이 절망속에서 다른 사람을 지켜주려는 마음을
보인다는 건, 그래서 이 모든 일에 아이를 제대로 지켜줘야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일까 싶은
상황속에서도 그 때문에 이 모든 게 바뀌지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지만 그 다음 순간은 더한 절망이 되고, 또 절망이기에 과연 끝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될까 싶어지는데요.
극한의 위협에 몰린 사람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란 생각이 많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였을까 싶은 잔혹한
엄마로 인해 사람이길 포기한 파트릭, 여러번 노력했음에도 결국 범죄자의 길을 벗어날수 없었던 라파엘 형제, 자신에게 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선택을 생각조차 해 본적 없는 상처뿐인 상드라와 그래서 생긴 수많은 아이들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상처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공포 이야기가 됩니다.
생존과 사람의 마음, 나는 둘 중 자신있게 마음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이 소설이 살인 전과를 가진 재소자와 강도 전과를 가진
재소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증언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니, 또 '헉'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