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쿡 요리책 - 간단하게 완성하는 맛있고 멋있는 한 접시
조윤희 지음 / 책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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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니쿡'이란 이름의 요리 아카이빙 인스타 계정을 운영중인데 여기 올라오는 요리들은 간단하면서도 맛있고 멋있는 한 접시라는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저자는 요리 인스타를 운영하며 쉽고 맛있는 조합의 여러 요리들을 개발했는데 그렇게 개발한 수십 가지의 오니쿡 요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 [오니쿡 요리책]이다. 처음 '오니쿡'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는 도깨비라는 뜻의 일본어인 '오니'를 떠올리고 도깨비처럼 뚝딱 쉽고 맛있는 일품 요리를 만드는 컨셉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오니는 저자의 할머니가 저자를 부르던 별명이란다. 그런데 오니쿡에서 다루는 요리들은 전부 간단하면서도 맛있고 멋있는 일품 요리라는 점에서 정말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만드는 요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니 묘하게 그 이름이 요리 컨셉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책은 메뉴에 따라 총 6파트로 되어 있고 각각 라이스, 파스타, 미트&씨푸드, 야채, 샐러드, 디저트로 분류되어 있다. 각 파트에서 다루는 메뉴들은 한식과 양식,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데 정통 한식, 정통 양식 같은 정통의 느낌이 나는 요리도 있지만 약간 퓨전요리처럼 한식 느낌, 양식 느낌의 요리도 있다. 비유하자면 약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이 만들던 요리들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냉부라고 해서 김풍의 야메 레시피 같은걸 뜻하는 건 아니다. 레시피 자체가 생각보다 쉽다는 장점도 있어서 정말 냉부 레시피처럼 느껴지는데 있는 재료로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냉부 스타일의 요리책처럼 느껴졌다.


일단 여러가지 분류별로 다양한 형식의 요리가 소개되고 있어서 자신의 취향이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점이 좋다. 비슷한 류의 메뉴나 한두가지 형태의 음식으로만 구성이 되었다면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을텐데 카테고리가 다양하다보니 특색있는 요리를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물리지 않게 메뉴를 구성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하나의 메뉴는 총 2장으로 레시피를 다 소개하는데 우선 완성된 완성품의 모습을 한페지에 걸쳐 보여주고 옆에는 재료 소개와 요리에 대한 개요와 소개가 이어진다. 마치 냉부에서 셰프들이 자신이 만든 요리를 소개하듯 여기서도 이 요리는 어떤 음식인지,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어떤 느낌의 맛이 들며, 곁들이면 좋을 만한 와인이나 반찬은 어떤건지 같은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재료 소개는 메인 메뉴의 재료와 소스나 육수 만들기 재료로 구분하여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다음장에 본격적인 레시피가 나오는데 요리 순서대로 찍은 실물 이미지와 함께 아래에 설명이 따라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레시피 소개에는 두 페이지가 배당되는데 요리에 따라서는 레시피를 두 페이지에 나누어 넣기 위해 억지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생각이 들만한 것도 있다. 괜히 기본 재료의 이미지를 올려놓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물론 이게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를 다 채울 수 없을만큼 레시피가 간단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애초에 쉽고 맛있고 멋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컨셉이므로 간단함은 기본인 셈. 그리고 이렇게 간단하지만 맛있는 레시피는 나처럼 요리 똥손에겐 참으로 고마운 것이다. 반대로 페이지를 꽉 채울만큼 레시피 설명이 긴 것도 있지만 이건 과정이 어렵거나 복잡하다기보단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재료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라 전체적으로 레시피 자체는 상당히 쉽다.


책의 컨셉이 '쉽고 맛있고 멋있는'인데 그런만큼 소개된 요리들은 보기에도 참 좋아보인다. 물론 나 같은 똥손은 책에 소개된 예시처럼 멋있게 만들어서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따라하진 못하겠지만 어쨌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메뉴들은 손님 접대용이나 파티용으로 내놓으면 좋을만한 꽤나 그럴싸한 메뉴들이다. 여러명이 둘러앉아 다 함께 나눠먹을 수 있을 스키야키나 고추잡채 같은 것에서부터 파스타는 물론이고 등갈비 같은 최근 파티음식으로 각광받는 메뉴는 물론 와인이나 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같은 것도 나와있어서 다양한 컨셉의 홈파티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너무 비쥬얼적으로 뛰어나다보니 굳이 혼자 한끼 때울 때 이렇게까지 만들어서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신 혼자 가볍게 먹을 땐 라이스류를 참고하면 좋겠다.


각 레시피마다 '오니스 팁'이 있어서 재료에 약간의 변화를 줘서 응용할 수 있는 비법이나 남은 재료나 요리를 활용하는 법, 취향에 따라 곁들이면 좋은 음식 등을 깨알같이 소개해놓은 것도 도움이 된다. 각 챕터가 끝나면 오니의 칼럼이란 코너가 나오는데 유용한 조리도구, 식료품 소개, 연말 플레이트 아이디어, 곁들이기 좋은 마실거리 같은 참고하면 좋을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책에 실린 메뉴를 맛 조합과 재료 활용도를 고려해서 추천 세트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맛이나 메뉴로만 셋트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 활용도까지 고려해서 세트 메뉴를 만든 점이 좋았다. 이걸 참고하면 부모님께 차려드리기 좋은 한상, 둘이 즐기는 홈파티, 여러 명의 손님이 모이는 집들이 등 여러 상황에 맞게 세트 메뉴를 고려해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 자체의 이야기도 해야겠는데 책은 샛노랑 표지로 되어 있어서 꽤나 강렬하면서도 상당히 귀엽다. 그리고 안의 페이지들은 노랑, 그린, 오렌지 등의 여러가지 컬러가 입혀져 있는데 이게 의외로 컬러풀하니 감각적이다. 그리고 페이지 배치도 너무 글자를 많이해서 페이지가 꽉 차게 글이나 사진을 몰아넣지 않고 여류로운 공간이 많이 느껴지도록 간결하고도 깔끔하게 배치가 되어 있어서 책을 볼 때도 가독성이 높은 편이다. 간단하면서도 맛도 있고 보기에도 그럴싸한 상당히 가심비가 높은 요리들이 많아서 요리 똥손들도 부담없이 따라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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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쿡 요리책 - 간단하게 완성하는 맛있고 멋있는 한 접시
조윤희 지음 / 책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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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접대나 홈파티에 어울릴만한 근사하고 그럴싸한 요리들을 배워볼 수 있네요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조합하면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코스로도 즐겨볼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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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
호세 A. 디에즈.안드레아 이아코나 지음, 이상원 옮김 / 일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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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바보같이 굴게 하는 건 딱 두 가지, 돈과 섹스다. 섹스를 포함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참으로 오래된 담론으로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도 수많은 밤을 잠 못 들어 하며 시작되는 사랑의 감정에 설레이고, 이별의 마음에 아파하며 고민해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을 알지 모른다. 왜 사람에 빠지면 우리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사랑이란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사랑이란 참 묘하고도 어렵다. [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는 이렇게 묘하고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철학적이나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사랑에 대한 안내서이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남녀간의 사랑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녀가 만나 불꽃이 튀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가 사랑이 식고 이별하게 되는 사랑의 하나의 주기를 각 단계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나타나는 사랑의 사고의 오류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여섯개의 챕터로 먼저 첫번째는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기본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는 여러가지 사랑의 오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앞서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까지 단계별로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오류에 대해 알아본다고 했는데 각 챕터별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깊어지면서 모든걸 소유하려다 이별하게 되는 형태의 4단계로 나누어서 사랑의 한사이클을 만들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랑의 오류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사랑의 진행되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 정확히 구별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략적인 구분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 장에서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열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적어놓았다.


작가가 사랑의 오류에 대해 설명할 때는 그냥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희곡이나 오페라, 혹은 이솝우화처럼 잘 알려진 이야기 등을 예로 들어서 그 사랑의 오류를 분석하고 설명한다. 무작정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심리나 감정을 설명하니 상황과 입장들을 잘 이해하게 되고 설명하는 내용도 쉽게 이해가 된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랑의 오류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환상의 세계인지 알게 된다. 가끔 사랑이라는 개념을 비판적, 냉소적으로 삐딱하게 말할 때의 말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서 재미있다.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사랑의 밀어들이 얼마나 환상이고, 상대에 대한 사랑이란 감정이 허상에 불과한지 알게 되는데 반대로 사랑이란 것의 실체가 이런 것이라니 좀 쓸쓸하게도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환상임을 알고도 그 환상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특별히 사랑을 미화하거나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랑을 다루는 책들은 그렇기에 결국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우리 모두 사랑을 하자는 식으로 결론을 맺는데 여기서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이며 필요한지에 대해 설파하는 대신 덤덤하게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사랑을 분석하기만 한다. 또 연애지침서나 사랑학개론처럼 사랑할 때 유용한 스킬이나 연애 잘하는 법에 대해 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연애수업이 아니라 말그대로 순수하게 약간 학문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수준으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연애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연애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의 인식론과 낭만이 아닌 이론으로서의 사랑을 알게 됨으로서 결론적으로는 기존에 사랑을 바라보던 시각과는 별개의 시선으로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게 될 수 있어서 사랑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깊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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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식당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인칭 6
싱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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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식당]은 인스타에 연재되는 소위 말하는 인스타툰이다. 인스타툰은 말그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웹툰을 연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스타의 특성상 최대 10장까지 사진파일을 올릴수가 있어서 이에 맞게 10장 분량의 짧은 내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내용을 담은 숏콘텐츠 형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인 웹툰처럼 복잡한 줄거리나 특별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에피소드별로 짧게 감성적인 내용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형식이 많고 이런 류의 인스타툰들은 편안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메세지로 평범함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스토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인 것이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힐링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것 같다.


[냥식당]도 그런 감성적인 힐링툰의 하나이다. MZ세대들이 좋아하는 공감과 힐링, 고양이라는 아이템을 하나의 소재로 하여 만든 고양이 힐링물로 지친 하루의 끝, 고민이나 걱정 그외 각자의 여러 기억과 사연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가장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후 옷장문을 열고 옷장 속에 숨어있는 냥식당으로 가서 냥이 셰프가 만들어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냥식당의 동물들이 들려주는 조언이나 위로의 말에 위안과 깨달음을 얻어서 현실로 돌아온다는 판타지 이야기다. 에피소드와 어울리는 힐링 푸드를 먹으며 셰프와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컨셉을 차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야식당과는 다르게 냥식당은 꿈속이거나 환상일 수도 있고 그저 대뇌망상일 수도 있는 그야말로 판타지의 세계다. 옷장 속 냥식당에는 세 마리의 동물이 항시 대기 중인데 말티즈와 턱시도 고양이, 뱅갈 고양이로 이는 실제 작가가 키우고 있는 동물들이 모델인 것 같다. 메인 셰프는 턱시도 고양이고, 직원인 뱅갈 고양이는 셰프 보조로 가끔 주방에 서기도 한다. 말티즈는 항상 손님석에서 먹기만 하는데 개팔자가 상팔자다.


집으로 돌아와서 세상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때부터 펼쳐지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라는 아늑함과 안정감, 편안함 속에서 그날 하루 일을 결산하듯 낮에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며 그에 대한 반성, 깨달음 혹은 위로나 격려를 받는다. 작가는 냥식당이 어쩌면 나의 꿈속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말하자면 누구나 나만의 냥식당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옷장 속으로 쑥 들어가서 턱시도 고양이가 만들어주는 힐링 푸드를 먹고 있으면 고양이와 말티즈가 옆에서 조언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면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루틴인데 편안한 나의 공간에 들어서자 옷장 밖에는 놓치고 있었던 수많은 진실과 진심을 발견하게 되듯이 그렇게 독자들 개개인들도 매일 자신의 냥식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위로와 격려를 스스로 찾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화의 컷이 많지 않은데 그 많지 않은 컷 안에서 기승전결이 구성되어야 하고 완벽한 해피엔딩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보니 스토리텔링은 굉장히 단순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일상에서의 고민이나 걱정이 발생, 냥식당 입장, 조언과 위로, 해피엔딩이라는 빠르고 단순한 전개가 이어지는데 가뜩이나 분량이 적은데 하나의 에피 속에서 이야기를 완벽하게 끝내려고 하니 일단 에피소드가 정말로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나 말 몇마디로 해결하지 못할 심각한 고민을 다루지는 못한다. 위로나 공감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수준의 작은 고민이나 생각들을 다루고 있고 냥이들의 조언과 일침은 장황한 일장연설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그림과 몇 마디 메세지로 전하고 있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한다는 혹은 전해지는 느낌. 이런게 공감이라는 것인가 싶다. 해결하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정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고민과 걱정, 근심에 대한 해결책을 얻거나 힐링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비록 가벼운 일이기는 해도 누구나 겪을 수 있을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볍지만 폭넓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냥 따뜻한 말과 위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는 '꽃을 좋아하는 엄마'였다. 여친을 위해 꽃을 사가던 아들이 길거리에서 엄마와 마주친다. 엄마는 꽃 안좋아하잖아...라고 아들이 엄마한테 말하자 서운한 엄마는 냥식당에 와서 하소연을 한다. 엄마도 이쁜거 좋아하고 꽃 좋아한다. 자신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양보하고,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키워놓았더니 뭐? 엄마는 꽃 안좋아하잖아? 애새끼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 대략 이런 느낌으로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냥이는 참고 희생하는 엄마보다는 좀 더 좋아하는 거 표현하면서 살아라. 본인을 위하는 게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한다. 뭐 여기까지라면 별 큰 감동이 없었을 건데 장면이 바뀌고 아들이 지하철에서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할머니를 보고 엄마를 위해 꽃다발을 사온다. 엄마는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스스로 깨닫고 엄마에게 꽃다발을 안겨준 아들이라는 장면이 이어지자 괜히 더 찡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엄마에게 참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는 자식들에게도 자식놈들아 엄마 생각 좀 하라고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느끼는 바가 컸다.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나오는 에피외에도 앞서 소개한 '꽃을 좋아하는 엄마' 에피처럼 나이 든 장년층이 나오는 에피가 많은 것도 매우 좋았다.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1 서툴지만 찬란한 날들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일상에서의 고민, 젊은 친구들에게의 응원 같은 내용을 다루고 챕터2 나누며 채워지는 날들에서는 엄마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챕터3 저물며 차오르는 날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추억이 쌓여가는 것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보통 공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주로 인스타툰을 보는 주독자층의 나이대인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될텐데 특이하게 부모님 세대와 그 윗세대에 대한 이야기에도 많이 담고 있다는 점이 작가의 사람에 대한 큰 사랑과 관심이 느껴져서 더욱 따뜻하고 다가와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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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
안드레스 J. 콜메나레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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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는 안드레스 J. 콜메나레스의 만화 에세이로 인스타 등에 올린 만화를 책으로 엮어서 출시를 한 것인데 아마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듯 하다. 복잡한 줄거리나 특별한 이야기 전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짧은 에피소드별로 몇 컷의 만화를 그려낸 숏콘텐츠 형식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식으로 인스타나 블로그 등에 연재하는 인스타툰 같은게 많이 있고 이를 힐링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인스타툰들은 편안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메세지로 평범함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스토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인 것이다.


친절한 상어 씨는 우정과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고 마음을 다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처받고 마음을 다쳐도 다시금 사랑과 우정을 갈구하는데 어쩌면 이런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가 살면서 늘 마주치는 영원한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백상아리를 주연으로 하고 그외 오징어, 문어, 고래, 바다거북, 게, 산호, 돌고래 같은 바닷속 생물과 펭귄, 북극곰, 바다사자 같은 여러 동물들을 조연으로 해서 바닷속을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죠스라는 영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물 위에 떠올라 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만 보면 모두들 두려워하고 도망치게 되는데 이때문에 물속에 감추어진 상어의 스윗하고 친절한 또 다른 이면을 놓치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텐데 어떤 하나의 면 때문에 그 사람의 속을 알지 못하고 오해하고 관계를 망쳐버리는 일이 많다. 그런 점에서 착안하여 평소 무섭게만 생각하던 상어를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해서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다른 바닷속 생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는 일종의 반전스토리를 그려가는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상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나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놓으면 무서워할래도 무서워할 수는 없겠지만..


각각의 카툰은 바닷속 친구들을 그린 그림과 그들의 짧은 대화나 독백 같은 문구들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특이하게 가장 아래 영어 원문도 함께 병기되어 있다. 아무리 잘 번역했다고 하더라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이 가진 의미나 미묘한 늬앙스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영어 원문을 함께 읽으면 작가가 의도했던 어감의 차이나 느낌까지 전부 캐치할 수 있어서 영어 원문을 함께 표기해놓은 것도 상당히 좋았다. 일단 문장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영어 원문도 짧고 간략해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서 가볍에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이것으로 영어공부도 될 것 같다.


카툰의 컨셉은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관계 속에서의 오해를 해소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보잘 것 없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찾는다는 식으로 전체적으로는 희망과 사랑, 화해와 소통이란 주제가 이어져 있다. 이렇듯 내용도 잔잔하고 바닷속 친구들은 전부 너무 귀엽고 깜찍하게 그려졌는데다가 이 친구들이 벌이는 행동이나 상황들도 흐뭇한 웃음이 날만큼 귀여운 것들이라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업되고 편안해진다. 크게 막 재미있거나 큰 깨달음을 얻거나 엄청난 위로가 된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소소한 미소를 띄게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책을 읽으며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닷속 생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행동이나 이들이 벌이는 상황은 전부 실제 우리의 일상적인 일들이라서 누군가는 실제로 같은 상황이나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보통 이런 류의 그림 에세이는 함축적인 이야기가 많다. 사실 그 내용 자체는 별 게 없지만 그걸 읽는 독자가 혼자 머리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메세지를 찾아내게 되는데 그렇다보니 그냥 생각없이 진도를 빼듯이 빠르게 읽어나간다면 재미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4컷만화 정도 밖에는 안 되겠지만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어간다면 잔잔한 재미와 소소한 감동,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페이지나 펴서 몇장씩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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