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키워드 517 - 일본어 수업에 바로 쓰는
박덕환 외 지음 / 길벗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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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 고유한 전통문화부터 대중문화, 일상 생활 속의 문화까지 다양하게 배워볼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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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키워드 517 - 일본어 수업에 바로 쓰는
박덕환 외 지음 / 길벗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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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식상한 표현이 있는데, 그 말처럼 일본에 대해서는 가깝기에 많이 알지만 또 멀기에 모르는 것도 많다.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한국에서 다루어지는 콘텐츠는 대부분 대중문화나 음식, 관광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서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폭넓게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놀거리나 즐길거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책들이 천편일률적이고 특정 내용에 치우친 것은 아쉽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기존의 일본 문화를 다루는 책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일본 문화 키워드 517]은 기존의 대중문화에 한정된 시각을 넘어, 일본의 일상 생활, 전통 문화, 대중 문화 등 일본 사회와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일본 문화 수업에 활용도가 높은 교재다. 이 책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층의 성향에 맞춰, 길고 지루한 서술형 설명 대신, 하나의 키워드를 짧고 간략하게 요약하여 핵심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해당 용어들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일본 문화에 대한 중요한 개념들을 파악할 수 있다. 책은 총 8파트로 구분되어 일본인의 말과 행동, 기념일과 선물 문화, 음식 문화, 의복과 주거 문화, 일상생활, 대중문화, 전통문화까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테마의 문화를 소개한다. 테마별로 관련된 문화 용어를 정리해놓은 점이 마치 백과사전처럼 느껴지는데 이렇게 테마별로 키워드를 정리해 놓으니 하나의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한 페이지에 두 가지 키워드를 소개하며, 총 517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일본 문화를 폭넓게 다룬다. 각 키워드마다 컬러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 있어 시각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고, 내용을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이 책은 원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 교재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간결하고 쉬운 설명이 특징이다. 또 각 항목별로 사전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교재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가볍고 부담 없어서 일본 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 각 키워드에는 중요도에 따라 별점이 붙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중요도를 구분했는지는 모르겠다. 시험에 잘 나오는 순인지, 그것과는 별개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의 중요도 별점과 개인적인 궁금증과는 조금 달라서 역시 개인마다 일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관심분야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일본 영화나 일드를 많이 본 사람 중엔 일본 고유의 문화나 전통, 일상 속의 생활문화를 제법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실제로 책을 보면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익숙한 문화적 요소들이 나와서 그런 곳은 조금은 시시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던 생소한 것들도 많이 나와서 은근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만화나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봐서 이미지적으로는 익숙하긴 한데 이름이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잘 아는 낯선 물건이나 문화적 요소들을 정확히 알게 되기도 하고, 일본에는 이런 신기한 문화가 있구나 하는 완전 새롭게 알게 되는 신선한 키워드도 상당히 많다. 가령 2장 일본인의 말과 행동 파트 중 일본인의 비언어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에 나오는 것 중 몸을 숙여 예를 차리는 오지기 문화가 소개되는데 보통 인사 예절이라고 하면 도게자 정도만을 떠올릴텐데 실제로는 인사하는 각도에 따라 에샤큐, 게이레이, 사이케이레이 등의 인사법으로 나눌 수 있는 모양이다. 마치 큰절, 그랜절 하는 식으로 허리 각도에 따라 인사법이 규정되어 있다는 게 병신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음식 문화와 대중 문화는 상대적으로 많이 아는 것들이었고 아마 일본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두 파트의 키워드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2장 일본인의 말과 행동, 6장 일본인의 일상생활, 8장 일본의 전통문화 파트가 유용했다. 그리고 일본의 행정구역과 상징물 등을 알려주는 1장 이웃 나라 일본 편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화나 뉴스를 볼 때 일본의 지명이 나올 때면 그게 어디에 붙어있는 건지, 뭘로 유명한지 전혀 연상이 안 되었는데 대략적이나마 행정구역과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서 만족스럽다. 가능하면 이 부분은 공부하듯 집중적으로 읽고 기억해두면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전통문화나 연중행사 같은 것을 정리해놓은 것도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일본 영화를 볼 때 등장하는 문화적 배경과 의미를 잘 몰라서 해당 장면의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자세히는 아니어도 대략적으로라도 그것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면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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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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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파민 터지는 흥겨운 부산 사투리 사전. 부산 토박이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산 사투리의 정확한 뜻을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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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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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방송, 특히 개그 프로그램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도 친구, 범죄와의 전쟁, 해운대, 황산벌처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경상도말이 점점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섰다. 예전에는 방송에서 사투리를 쓰는 게 금지되기도 했고, 영화 속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는 깡패나 조폭 같은 악역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사투리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 경상도 사투리가 점차 주류 문화에 편입되면서, 예전처럼 사투리에 대한 거리감이나 거부감은 점차 사라졌다. 오히려 그 특유의 억양과 정서가 영화와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게 되며 생동감과 유머를 더하는 포인트가 되었다. 부산표준어를 쓰는 나 같은 부산 토박이 입장에서는 꽤나 반가운 일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요즘 젊은 친구들보다는 사투리를 더 많이 쓰는 편인데, 내가 평소에 써오던 말을 TV나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는 건 즐겁고도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부산 사람이라고 해서 미디어에 나오는 사투리를 다 알고, 모두 그런 말을 실제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방송을 통해 처음 듣고 나서야 알게 된 말도 많다. 가령 “살아있네” 같은 표현은 적어도 우리 세대에선 거의 쓰지 않았거나, 적어도 나는 별로 쓴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마치 부산을 대표하는 사투리처럼 여겨진다. 그런 괴리감이 오히려 또 재미있다. 내가 몰랐던 정감 있는 고향말을 새삼 알게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투리를 더 알고 싶어도 국어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고, 그런 말들을 제대로 정리해 알려주는 곳도 거의 없다. 애초에 이런 사투리는 대부분 동네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뜻이나 어감, 뉘앙스를 설명하기조차 애매하다. 결국 이런 말은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해 정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딱 잘라 정의하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일반적인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부산 사투리의 뜻과 의미, 어원 등을 유추하며 정리해 놓은 일종의 사투리 사전이다. 앞서 말했듯 네이티브 사투리는 생활 속에서 전해져 온 것이라 어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런 단어들의 뜻과 어감을 풀어내고 어원과 활용까지 정리해 놓아 부산 사투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쓰잘데기 있는 참고서가 되어준다. 단순히 재미로 사투리를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잊혀져 가는 고향 사투리를 보존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데, 미디어에서는 사투리를 자주 접하게 되었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점점 사투리가 사라져 가고, 방송에 나온 몇몇 사투리만 유행어처럼 쓰이는 현실에서 이렇게 잊혀져 가는 사투리를 기록한 것은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총 101가지 사투리를 글자 수에 따라 정리해 놓았다. 가나다 순이 아닌 글자 수 정렬이라는 점도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이는 부산 사투리가 가진 특유의 간결함과 함축성, 그리고 리듬감을 살려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부산말은 짧은 글자 수 안에 뜻을 압축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글자 수별로 정리함으로써 그런 특징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책의 구성은 우선 해당 단어가 활용된 회화문을 보여주고, 사전처럼 단어의 정의를 한줄로 설명한다. 그리고 단어의 정확한 의미, 어원, 뉘앙스, 발음법, 실생활에서의 활용법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어원을 유추할 때는 그냥 막연하게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문법적인 분석과 고찰을 통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저자가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구나 싶다.

일단,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읽다 보면 부산 사투리 특유의 경상도파민이 터지면서 웃음이 나고, 부산 표준말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잘 안 쓰지만 어릴 때는 자주 쓰던 말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도 있다. 그중에는 처음 보는 말도 꽤 있었는데 곡각지, 홍큐공, 쑥쑥하다, 속닥하다 같은 말들은 내나고 처음이다(그러고 보니 '내나고'도 부산말 되시겠다). 엄마한테 물어봐도 못 들어봤다 하시니 확실히 같은 부산말이라도 동네나 세대, 사람에 따라 쓰는 말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 외에는 어릴 때 많이 썼거나 지금도 가끔 쓰는 말들인데, 막상 단어만 보고 뜻을 설명하려니 애매한 것도 많았다. 이걸 외국인 친구한테 알려준다고 생각하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애매하고, 뜻을 정확히 짚어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우리하다, 시근, 고마, 내나 같은 말들은 느낌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말로 설명하려 하면 입안에서만 맴도는 기분인데, 그런 단어들을 책에서는 알기 쉽게 풀어놔서 네이티브 부산 토박이인 나도 한수 배워간다.

또 내가 쓰던 말과 책에 담긴 말이 미묘하게 다르게 쓰인 경우도 있었는데, 해깝다는 해꼽다, 새그럽다는 시그럽다, 추접다는 추잡다 이런 식으로 나는 약간씩 다르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책에는 내가 쓰던 다른 버전의 말도 언급되어 있는 걸 보며 역시 사투리는 변화무쌍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역시 이렇게 보면 상당히 연구를 많이 한 티가 난다. 책을 보면서 이게 부산말인 줄 전혀 모르고 있던 것도 몇 가지 있어서 좀 놀랐다. 예전에 서울 친구와 밥을 먹다가 간장을 많이 찍길래 "짭다"라고 말했더니, 왜 사투리를 쓰냐며 뭐라고 하길래 그게 사투리인 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사투리라는 걸 알게 된 말들도 있었다. 막장, 박상, 한바닥&한코스, 바보축구온달 같은 게 부산말이라니… 그럼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말을 안 쓴다는 건가? 당연히 전국에서 다 통하는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강구, 땡초, 단술 같은 단어도 부산말이라고 하니 역시 부산말은 지역만의 색이 또렷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부산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꼭 짚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쪽자"다. 쪽자는 책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소위 달고나를 뜻하는 정식 부산표준어이다. 책의 설명대로 쪽자는 작은 국자를 의미하는데 국자에 설탕을 녹여서 소다를 넣은 후 모양을 찍어내는 과자의 명칭이기도 하다. 달고나라는 게 방송에서 언급되면서 언젠가부터 달고나 또는 뽑기가 그 과자의 정식 명칭처럼 굳어졌는데 우리 때는 이걸 쪽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달고나는 설탕을 녹이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의 설탕 덩어리, 이후에 그게 포도당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아무튼 그 설탕 덩어리를 달고나라고 불렀다. 그건 소다를 넣을 필요 없이 그것만 녹여서 먹었는데 가격이 쪽자보다 비쌌다. 이렇게 쪽자와 달고나는 엄연히 다른 건데 쪽자를 멋대로 달고나라고 부르며 그 시절의 기억을 강제로 바꿔버려서 달고나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릴 적 추억을 빼앗긴 기분이 든다. 아무튼 책에는 똥과자도 나오는데 이건 모양을 찍어내지 않고 그냥 설탕통에 그대로 때려넣고 덩어리째로 먹는 형태를 말한다. 생긴게 똥같다고 똥과자라고 불렀는데 이건 같은 부산 사람 중에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 역시 놀랬다. 책이 널리 퍼져서 달고나와 쪽자는 엄연히 다른 거라는 사실이 좀 알려졌으면 좋겠다.

본격적으로 부산 사투리를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라는 형식은 새롭고 재미있으며, 어릴 때 자주 쓰던 말을 보니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정서적으로만 이해하던 부산말을 정확하게 정의해 놓아, 늘 쓰던 말이지만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K 콘텐츠에도 사투리가 메인이 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지금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부산사투리의 매력이 한번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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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
우만직 지음 / 서울의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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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재난과 재해, 전쟁에 대비한 서바이벌북을 보면,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로, 지진, 태풍, 홍수 등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서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 책들에서는 일본 특유의 상황과 재난을 고려한 세밀한 대비책들이 주로 다뤄진다. 물론 재난과 재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본 서바이벌북은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특유의 지진 대비 방식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쓴 책이기에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진 실용적인 정보들이 가득하다. 한국의 지리적 조건, 기후, 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재난 대응 방법과 준비 사항을 제시하며, 한국인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재해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이기에, 이 책이 우리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재난과 재해에 대한 대비를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다룬다는 점이다. 하나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다. 기존의 많은 서바이벌 서적들이 재난 이후의 극한 상황, 즉 문명사회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살아남는 법, 예컨대 물을 구하고, 불을 피우고, 식량을 조달하는 생존 기술에 집중해왔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상황은 그런 극한의 생존 환경이 아니라, 당장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가족과는 어떻게 연락을 유지할지,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할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실에 기반해, 재난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항목들과 함께, 지진, 화재, 홍수, 폭염과 한파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떤 매뉴얼보다 실질적이고 유용하게 느껴졌다.


이에 따라 책도 크게 네 파트로 나눠볼 수 있다. 1장에서는 ‘필수 생존 준비법’이라는 주제로 생존 가방과 응급처치 키트, 재난 대비 필수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비상 대피 경로와 계획을 세우는 방법, 재난 상황을 미리 상정해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등을 다룬다. 단순히 ‘무엇을 챙겨야 한다’는 목록 나열에 그치지 않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2장에서는 ‘자연재해별 대처 방법’을 중심으로, 지진, 태풍, 홍수 및 폭우, 산사태, 폭염과 한파, 번개와 낙뢰 사고, 쓰나미, 가뭄과 산불 발생 등 각종 자연재해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한다. 재난마다 위험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처법도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장의 내용은 특히 실용적이다.


3장에서는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다루고 있는데, 분량 자체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상황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완전히 대비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터지면 끝’이라는 비관적 인식이 반영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인 대피 요령이나 피난 경로, 전시 상황에서의 생존 필수품 등은 앞서 다뤘던 자연재해 대비 내용과 연결되며, 전체적인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서두에 체크리스트 형식의 워크북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비상 가방 구성부터 비상 연락망, 대피소 정보 등을 스스로 정리하고 준비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독자가 단순히 정보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삶에 맞춘 재난 대비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는 점에서 매우 실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을 종합해보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단지 재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주는 현실 밀착형 서바이벌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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