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신의 제2차 세계대전 총기 도감
우에다 신 지음, 오광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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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밀덕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쟁은 아마 제2차 세계대전일 것이다. 이미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아주 오래된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게임이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2차대전을 많이 다루는 것은 그만큼 높은 관심과 수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인기에는 당시 사용되었던 총기들의 독특한 매력도 분명 한몫할 것이다. 참혹한 전쟁에서 낭만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당시의 무기에는 분명 낭만이 있었다. 지금의 무기들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하며 효율적인 형태로 수렴해 서로 닮아갔고, 여기에 커스터마이즈까지 가능해지면서 외형만으로는 어느 나라의 무기인지 단번에 알아보기 어려워졌지만 2차대전의 무기들은 국가별로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이런 매력 때문에 꼭 밀덕이 아니더라도 2차대전의 무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우에다 신의 제2차 세계대전 총기 도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추축군, 식민군 등 각국이 사용했던 총기를 일러스트로 소개하는 총기 도감이다.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2차대전 당시의 총기를 꽤 많이 접해 비교적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다양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미군과 독일군의 총기는 비교적 눈에 익었지만, 상대적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무기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고 모르는 것이 많았다. 각 국가별로 대표적인 주력 화기는 알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권총, 소총, 기관총, 산탄총, 기타 각종 화기를 국가별로 총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어, 모르고 있던 총기류 일체를 한눈에 비교하며 이해하기에 매우 좋다.


일단 매우 정교한 일러스트로 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일러스트는 특징을 살려서 묘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물 사진보다 더 눈에 잘 들어오고 디자인이나 구성, 형태를 이해하기 용이하다. 디테일한 묘사로 조금씩 개량한 총기의 바리에이션 버전의 세부적인 차이도 꼼꼼하게 설명해서 그냥 보면 모르고 넘어갔을 차이까지 알게 해준다. 총기 도감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단순히 총기 그림만 나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제원과 구조는 물론이고 조작법과 사격 절차와 자세, 부품 구성, 정비 도구 등 총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함께 다루고 있어 총기의 성능과 구조뿐 아니라 실제 사용 방식과 운용 환경까지 총기와 관련된 여러 지식을 폭넓게 알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각 국가의 보병 분대 편성표를 함께 제시해, 해당 총기들이 실제 전장에서 어떤 구성으로 분대에 배치되고 운용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시 일러스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총기를 들고 있는 군인의 일러스트는 밀리터리 프라모델 박스아트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장비와 자세가 정갈하게 표현되어 있다. 총기의 형태와 디테일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이를 참고하면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채색하거나 디테일을 표현할 때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총기의 사격 자세나 보병 분대의 편성과 배치에 대한 설명은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만하다. 2차대전 당시 이렇게 다양한 총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이를 하나하나 조사해 정리해 놓은 저자의 덕력에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역시 밀리터리 분야에서 ‘덕후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저자다운 집요함이 느껴진다. 미·영·독 3국을 제외한 국가들 가운데서는 일본 총기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이것이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의도적으로 비중을 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당시 일본이 사용한 총기의 종류가 많았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평소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총기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물론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떠올리면, 이 총기들의 끝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어 다소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총기라고 하면, 아무래도 독일군의 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군들 사이에서 최고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던 루거 권총을 비롯해, 2차대전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MP40, ‘히틀러의 전기톱’이라 불린 MG42는 지금도 영화와 게임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2차대전을 대표하는 총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 총기들은 다른 나라의 무기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외형과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소련의 PPSh-41이나 저격총으로 유명한 모신나강, 미국의 M1 소총과 카빈, 톰슨, 브라우닝 등도 분명 2차대전을 대표하는 무기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미적인 인상에서는 독일군 총기에 비해 덜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FPS 게임을 할 때면 독일군 무기를 일부러 찾아 사용하게 되는데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총기 외에도 대전차 소총이나 대전차 전투용 무기, 특수 임무용 화기, 간접 사격 장치, 철조망 절단기와 조준경 같은 각종 특수 장비까지 깨알같이 수록해 놓아, 이 책이 단순한 총기 도감을 넘어 당시 보병 전투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자료라는 인상을 준다. 영화에서는 미군의 대전차 로켓 발사기나 독일의 그 유명한 판처파우스트 같은 무기는 비교적 자주 접하지만, 대전차 소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런 무기는 현대에나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전차나 장갑 차량을 상대하기 위해 보병이 휴대하던 대전차 소총이 실제로 운용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과연 당시 전장에서 얼마나 실용적이었을지 그리고 이런 장비들이 왜 영화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는지에 궁금해진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예전부터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책에 나온 소총 제원을 참고해서 써보면 미국의 주력 소총은 반자동 소총인 M1 개런드이고, 독일은 볼트액션 방식의 Kar98k다. M1은 8발이 들어가고 반자동이라 사격 속도가 빠른데, 독일의 Kar98k는 5발 장전이고 볼트액션이라 한 발 쏠 때마다 노리쇠를 당겨야 한다. 독일은 기관단총이나 자동화기, 돌격소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는데, 왜 주력 소총은 이런 총을 사용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장에서는 사격 속도나 장탄수가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 굳이 이딴 걸 계속 사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명중률이 더 높아서였을까, 아니면 생산이나 보급 같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책에서는 이런 배경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제원을 하나하나 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의문이 더 커졌다.


아무튼 책은 재미있다. 밀덕이나 전쟁 영화를 좋아하거나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같은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하다. 요즘의 총기도 분명 매력이 있지만 역시 이 시절 총기들이 가진 개성 넘치는 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시대 각국의 멋있고 독특한 총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한 일러스트 덕분에 눈도 즐겁다. 2차 대전 총기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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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마스터 1500
오현숙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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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본어 마스터 1500]은 고급 일본어를 익히려는 학습자를 위한 일본어 교재로 총 1500가지 문제를 통해 고급 단계에서 요구되는 문법, 어휘,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흔히 일본어는 어순과 문법 구조가 한국어와 유사해 진입장벽이 낮다고 말해진다. 그만큼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만, 학습이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좌절을 겪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특히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표현과 단어들 때문에 한국어식 사고에 기대어 판단하다가 틀리는 일이 많아서 오히려 일본어와 유사한 환경의 한국어 학습자에겐 고급으로 가는 길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쉽게 생각했다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그 때문이다.


한편 일본어 능력시험에서는 이러한 표현과 어휘들 자체가 하나의 문법 항목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인 문장 구조나 문법 체계가 한국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어휘와 표현을 얼마나 정확히 익히고 있느냐가 고급 단계로 넘어가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어 학습자를 위한 교재는 초급 수준에 집중된 경우가 많고, 고급 단계에서 필요한 어휘와 표현을 본격적으로 다룬 교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고급’이라 불리는 책들의 대부분은 일본어 능력시험 1급 대비용 수험서로, 시험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순수하게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재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출판 환경 속에서 고급 일본어 학습을 목표로 구성된 이 책은 반갑게 느껴진다. 


책은 총 3개의 레벨로 나뉘어 있으며, 레벨별로 각각 N4~N3, N2, N1 수준의 내용을 담아 단계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양자택일, 사지선다, 괄호 쓰기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를 통해 수준별 어휘와 문법을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똑같은 고급 일본어 학습이라고 해도 결국 어휘와 문법에는 중요도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본어 능력시험이나 JPT의 점수 영역에 맞춰 정리해 두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장점으로 느껴진다. 책의 구성은 굉장히 심플하다. 왼쪽 페이지에 문제를 배열하고, 바로 옆 오른쪽 페이지에 정답과 해설을 배치하여 문제를 풀고 나서 바로 해석을 보며 공부할 수 있게 해놓았다. 보통은 교재 가장 뒤에 답과 풀이를 몰아놓는 형식이 많은데 그러면 꽤 귀찮게 책을 들추고 엎고 하며 답과 해설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여기서는 바로 고개만 돌려서 풀이를 볼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풀이와 해설은 기본적으로 각 문제마다 개별 해설이 제시되며, 여기에 더해 각 페이지마다 ‘포인트’ 코너를 통해 해당 페이지의 핵심 용법과 문법, 어휘를 함께 정리한다. 한 페이지의 문제들은 ある·いる처럼 의미나 용법이 유사한 어휘나 표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포인트’ 코너에서는 개별 문제 설명과는 별개로 페이지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문법과 표현을 비교, 정리하는 방식으로 설명이 이루어진다. 또한 ‘플러스’ 코너에서는 문제와 관련된 추가 단어, 표현, 관용구를 정리하고, ‘오마케’ 코너에는 각종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단어와 표현, 관용구를 비롯해 잘못 쓰기 쉬운 표현 등의 정보를 함께 수록했다. 이처럼 문제 풀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답뿐만 아니라 헷갈리기 쉬운 어휘와 표현까지 체크할 수 있어 그냥 답만 알려주는 형식보다 학습 효과가 더 크다.


문제들을 실제로 풀어보면 확실히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나름 일본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답을 맞추려니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워서 쉽게 맞히지 못했다. 주관식은 말할 것도 없고, 객관식의 경우도 비슷한 표현과 단어들을 모아놓은 탓인지 꽤 헷갈린다. 애매하게 헷갈리는 예시들이 한데 모여 있어서, 어휘나 표현을 확실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정답을 고르기 매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각 페이지는 유사한 문법과 어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건 알고 있는데 어떤 건 잘 모르다 보니, 모르는 걸 아는 건줄 알고 쓰다가 틀리게 된다.실제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이런 경우는 꽤 자주 겪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비슷한 표현들을 한 번에 모아 놓고, 전체적으로 큰 틀을 잡아놓고 비교하면서 공부해 두면 나중에 헷갈리지 않고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


결국 외국어는 어휘와 표현이 전부다. 특히 한국어와 문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어의 경우, 정확하고 올바른 어휘와 표현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네이티브처럼 말하는 것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급스럽고 올바른 어휘와 표현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한다. 이 책의 문제형식은 한국어 문장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일본어 문장 중 일부를 빈칸으로 두어 선택지를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한국어를 기준으로 일본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정확한지 바로 생각하게 되고, 한국어에 맞는 일본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익힐 수 있어서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어 회화나 작문을 할 때 필요한 정확한 어휘와 표현을 연습하는 과정이 된다는 점이 이 문제 구조의 큰 장점이다. 고급 수준의 어휘와 표현을 익히는 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어 중급 단계에서 막혀 있던 학습자들에게 꽤 유용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구성도 깔끔하고, 학습하기에도 편리해 중·고급을 목표로 하는 학습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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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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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깊은 여운, 가볍지만 무거운 메세지. 마음에 카피하고 싶은 카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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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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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카피는 상품이나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짧고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홍보 문구다. 아무리 구구절절 제품에 대해 설명해도 사람들은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광고 카피는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도 그것을 각인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그리고 보통 이런 광고 카피에는 상품의 기능이나 이미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가 비교적 분명하게 담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침대는 과학입니다” "국물이 끝내줘요” 같은 소위 잘 만든 한국의 광고 카피만 보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강조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건 한국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전 세계 광고의 공통점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카피에서 강조되는 것은 대개 상품과 브랜드 자체다. 하지만 일본의 광고 카피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제품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도 스토리와 감정의 맥락을 통해 그것을 전달한다. 직접 설명하는 대신 전혀 다른 말과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그 제품이나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방식이다.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멋짐이 담긴 일본의 광고 카피 70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광고 카피를 보여주고 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해당 카피가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카피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속에 담긴 함의를 풀어낸다. 여기에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도 덧붙여져 있는데, 사실 이런 배경 설명을 보지 않더라도 카피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일본의 광고 카피에는 정서를 움직이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철학적이고 서정적인 문장이 많아, 짧은 한 줄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점이 많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서 해당 카피의 배경까지 읽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한층 더 풍성해진다. 막연히 의미를 짐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경 설명을 통해 이 카피에는 이런 철학이 담겨 있구나, 혹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 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문구가 더 깊이 다가오고 가슴속에 스며든다.


전반적으로 꽤 멋진 글들이라서 순수하게 감탄하게 되는 카피도 있고, 제법 감동적인 것들도 있다. 이런 말이 호들갑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려서 그런지 꽤 인상 깊게 느껴진다. 일단 어떤 홍보를 위한 카피인지를 의식적으로 보지 않고, 우선은 카피 그 자체만 놓고 문장 자체를 즐겼다. 그런 다음 무엇에 관한 카피인지 확인하고, 다시 그 문구를 대입해 메시지를 읽어내면 전혀 다르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그냥 읽을 때는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문장도, 광고 제목이 더해지는 순간 미싱 링크가 맞춰지듯 하나의 원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고, 그때 느껴지는 쾌감이 꽤 짜릿하다. 한때 유행했던 하상욱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이건 좀더 고오급스런 버전이라 하겠다. 가령 "별이 되어도, 달을 걷고 있을 거야"라는 문구만 보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데, 이것이 마이클 잭슨 유품 전시회 광고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정도면 그냥 미친거다. 또다시 호들갑처럼 들리겠지만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처럼 멋진 문구가 또 있을까?


이 책은 광고나 홍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흔히 말하는 영감, 인스피레이션을 줄 만하다. 단선적이고 직접적인 홍보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이런 감성 광고는 이야기를 통해 감정에 먼저 닿고, 그 결과 소비자를 설득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광고는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브랜드를 한층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 잘은 모르지만, 감동적인 카피를 접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브랜드 자체를 다시 보게 되는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에 실린 카피들을 쭉 읽다 보면 어떤 경향성이나, 잘된 카피가 갖는 공통된 특징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광고나 홍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또 광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나처럼 일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꽤 유용하다. 광고 카피라는 특성상 문장이 길지 않고, 대부분 하나의 의미로 깔끔하게 완결되어 있어 읽고 익히기 부담이 없다. 게다가 다양한 분야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자연스럽게 폭넓은 어휘와 표현을 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실제로 쓰이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어 교과서적인 일본어가 아니라 살아 있는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멋진 문구들은 기억해 두면 언젠가는 꼭 한 번쯤 쓰이게 된다. 대화 중이든, 커뮤니티에서 글을 쓸 때든 그 문장 자체이거나, 혹은 그것을 살짝 변형한 표현을 사용할 순간이 분명히 온다. 그럴 때 이런 문장을 자연스럽게 섞어 쓰면 말이나 글이 한층 있어 보이고, 센스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이런 카피들을 참고해 응용하는 창조적 우라까이가 꼭 나쁜 일만은 아니고, 오히려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이런 문장들을 곱씹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나 의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생각의 깊이를 조금은 더 깊게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 카피가 주는 감각적인 울림과 철학적인 여운, 그리고 짧지만 깊이 남는 감동은 길게 쓰인 철학책 못지않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이 책은 광고나 홍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가볍게 읽으면서도 깊은 사유와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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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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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스타그램의 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자신이 먹고 마시며 보낸 일상의 순간들을 일러스트로 기록하는 컨셉으로 마치 사람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듯 저자는 그 장면들을 일러스트로 그려 한 페이지씩 책에 담아 놓은 것이다. 다만 이 책은 단순한 SNS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넓은 지면을 활용할 수 있고, 사진이 아니라 머릿속 이미지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가 마치 자랑하듯 먹거리 그 자체를 결과물로 올려놓았다면 여기서는 일상의 미식 경험이 단순한 자랑이나 기록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와 흐름을 가진 서사로 확장된다. 단순히 자기가 먹은 먹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먹거리를 둘러싼 자신의 일상과 기분을 더 풍부하게 표현하고 그 일상을 공유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인스타그램과 닮아 있으면서도, 그보다 더 스토리 있고 알찬 구성으로 읽히는 미식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약간 인스타 확장판의 느낌이다.


작가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체로 인기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집이나 생활 잡화, 소녀 같은 것들을 자주 그리는데, 딱 보면 이 작가 그림이라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로 스타일이 확실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가의 '집이 좋은 사람'이란 책도 가지고 있는데 그림체가 이쁘고 소녀 감성이라 보고 있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히 뭔가 대단한 내용이 없어도 그냥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좀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색감도 전반적으로 파스텔톤 위주라서 자극적이지 않고, 눈이 편하고, 오래 보고 있어도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림 자체는 꽤 정교하고 현실적인 편이라서, 너무 동화 같거나 과장된 느낌은 또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현실이 갑자기 일러스트처럼 포근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마음이 좀 느슨해진다. 그래서 힐링계라고 생각하는 건데 아무튼 이런 편안한 그림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느긋하고 별일 소소한 일상이라는 컨셉이랑 잘 맞는 것 같다. 만약 이걸 사진으로 전부 찍어놓았다거나, 다른 그림체의 이미지로 꾸며놓았다면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즐긴다는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심플하다. 매일 먹고 마시는 일상다반사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작가의 일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으로, 일상 속 미식생활에서 한때 유행했던 ‘소확행’을 찾는 컨셉에 가깝다. 하루 세 끼 식사뿐 아니라 차나 커피, 디저트와 간식, 그리고 먹거리를 담는 컵과 접시까지도 모두 미식생활의 일부로 다룬다. 흔히 말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예쁜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보여주기식 미식이 아니라, 평일 낮 동네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혼자 밥을 먹고, 일을 끝낸 뒤 남편과 하이볼을 마시며 안주를 고민하고,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만들어 먹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커피를 내려 조용히 티타임을 갖거나,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접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동네 직판장에서 누군가가 키운 야채를 사고, 백화점에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비싼 차잎을 고르기도 한다. 이렇게 미식생활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하루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취미가 되기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도 이어진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하고 싶을 때만 요리하고, 가족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취향대로 메뉴를 고르고, 마음에 드는 식기로 식탁을 꾸미는 모습은 가만 보면 요즘 여자들이 바라는 전형적인 인스타용 삶과도 겹쳐 보인다.


책은 상당히 얇은 편이다. 게다가 일러스트북 형식이라 텍스트의 비중도 크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굉장히 빨리 읽힌다. 이런 점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내용이 조금 부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통 에세이 책은 여기저기 읽을거리도 많고 곱씹을 부분도 있는데, 이 책은 에피소드 수 자체도 적고 글도 많지 않다 보니 다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남는다. 표현하자면 팔도비빔면 하나 끓여 먹은 것처럼 어딘가 모자란 기분에 가깝다. 물론 그림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그림 하나하나가 예쁘고 보는 맛이 있어서, 글이 적다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채워준다. 하지만 이왕이면 책의 분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페이지가 더 많았다면 작가의 그림도, 이야기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또 처음에는 이 책에 간단한 레시피 같은 내용도 들어 있을 거라고 혼자서 기대를 했었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나 디저트의 레시피를 일러스트로 풀어 놓았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애초에 이 책은 레시피북이 아닌 에세이집이었으니 없는 내용을 기대한 쪽이 잘못이긴 하지만, 만약 레시피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면 작가의 미식생활을 따라 해 보면서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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