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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CIENCE 푸드 사이언스 150
브라이언 레 지음, 장혜인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요리는 화학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약품을 측정하고, 시료를 계량하고, 두 약품을 혼합하고, 물질을 가열하거나 냉각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분리해내는 화학실험은 재료와 부재료를 계량하고 가공해서 냄비에 넣고 가열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의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섞고, 가열하고, 변화시키는 외형적인 절차나 과정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요리과정에는 화학적반응이 많이 발생한다. 끓이고 굽는 것은 열화학반응, 발효는 생화학반응, 건어물은 광화학반응, 절임은 산염기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 요리과정 중 물리적, 화학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탐구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분자요리라는 것도 존재하고 식품영양학과나 식품공학과에서는 화학 과목을 전공으로 배우기도 하니 요리와 화학이 비슷하다는 것이 영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백종원의 방송을 보면 양념 중 설탕을 가장 먼저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탕은 입자가 굵어서 나중에 넣으면 음식에 잘 베어들지 못하기 때문인데 보통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나, 정확한 이유는 모른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었고 이런 사소한 차이가 모이고 모이면 맛과 영양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영양인데 요리에 과학적인 지식을 적용하면 더욱 맛있고 영양을 살린 요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에는 더 맛있고, 더 똑똑하게 요리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 담겨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리의 과정과 방식, 도구 등에 대해 알아보는 요리의 기초파트 부터 맛에 대한 과학적 고찰 그리고 육류/가금류/생선, 달걀과 유제품, 과일과 채소 등 요리의 재료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고, 식품을 안전하게 먹고 보관하는 과정에서의 과학적인 원리도 알아본다.
음식과 과학을 연결시킨다는 것이 언듯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그동안 음식과 요리 속에서 과학을 찾아내고,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는 일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꽤 많이 해왔었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들이지만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밥이 설익는 이유 같은 것은 아이들 과학책에 빠짐없이 나오는 단골 메뉴이고, MSG는 건강에 나쁜지,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어도 될지, 그을린 고기는 건강에 나쁜지 등의 호기심이 모두 푸스 사이언스의 영역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이런 것들은 식품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내용이 많은데 잘못 알려진 정보로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일도 많으므로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지식을 탑재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요리를 하거나 재료를 다루는 과정 속에서도 과학적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엔 별 의식하지 않고 해온 행동인데 그게 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음식과 요리 속에 과학적 원리가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단순히 그걸 보고 신기하다고 느끼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요리에 적용하면 더욱 맛있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머랭을 칠 때 온도가 중요한지, 베이컨을 익힐 때 팬의 온도가 중요한지, 연한 고기와 질긴 고기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고기를 요리하기 전 실온에서 숙성시켜야 할지, 케이크를 구울 때 오븐에 넣는 위치도 중요한지 등 실제로 요리에 바로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이 많이 있어서 단순히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 과학 이야기를 넘어서서 요리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이 파트에서도 앞의 식품안전과 건강 파트와 마찬가지로 잘못 알려진 상식과 조리법이 많이 소개 되고 있는데 고기를 구울 때 시어링을 해야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는다거나 고기를 굽기전 상온에 두는 것이 좋다거나 고기는 웬던으로 구워야 안전하다는 등의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는 내용이 많아서 그동안 불필요한 방식으로 요리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굉장히 많이 퍼져있는 내용이고, 방송에 나오는 쉐프들조차 강조하는 내용이라서 아무런 의심없이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요리의 기초상식 같은 것이었는데 실제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내용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굳이 기존의 의미없는 조리법을 고수할 필요가 없이 더욱 효과적인 요리법을 찾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재료나 요리법에 대한 과학적 분석 뿐만 아니라 알아두면 좋을 음식에 대한 여러 과학적 정보도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 이 부분은 사실 몰라도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들이지만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라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 총 150가지나 되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질문에는 '요리의 과학' '주방의 한 수'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선 과학적인 측면으로 그 현상을 분석해보고, 그 원리를 주방으로 옮겨서 음식과 요리에 적용하여 생각해보는 식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과학 이야기에서 함몰되지 않고, 실제로 직접 주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과학을 추구하는 점도 추천할만하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데 단순히 레시피를 알려주는 책보다 그 이면에 숨어있는 과학으로 요리와 음식을 분석해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