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
안드레스 J. 콜메나레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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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날, 친절한 상어 씨를 만나 봐]는 안드레스 J. 콜메나레스의 만화 에세이로 인스타 등에 올린 만화를 책으로 엮어서 출시를 한 것인데 아마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듯 하다. 복잡한 줄거리나 특별한 이야기 전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짧은 에피소드별로 몇 컷의 만화를 그려낸 숏콘텐츠 형식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식으로 인스타나 블로그 등에 연재하는 인스타툰 같은게 많이 있고 이를 힐링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인스타툰들은 편안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메세지로 평범함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스토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인 것이다.


친절한 상어 씨는 우정과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고 마음을 다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처받고 마음을 다쳐도 다시금 사랑과 우정을 갈구하는데 어쩌면 이런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가 살면서 늘 마주치는 영원한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백상아리를 주연으로 하고 그외 오징어, 문어, 고래, 바다거북, 게, 산호, 돌고래 같은 바닷속 생물과 펭귄, 북극곰, 바다사자 같은 여러 동물들을 조연으로 해서 바닷속을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죠스라는 영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물 위에 떠올라 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만 보면 모두들 두려워하고 도망치게 되는데 이때문에 물속에 감추어진 상어의 스윗하고 친절한 또 다른 이면을 놓치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텐데 어떤 하나의 면 때문에 그 사람의 속을 알지 못하고 오해하고 관계를 망쳐버리는 일이 많다. 그런 점에서 착안하여 평소 무섭게만 생각하던 상어를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해서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다른 바닷속 생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는 일종의 반전스토리를 그려가는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상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나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놓으면 무서워할래도 무서워할 수는 없겠지만..


각각의 카툰은 바닷속 친구들을 그린 그림과 그들의 짧은 대화나 독백 같은 문구들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특이하게 가장 아래 영어 원문도 함께 병기되어 있다. 아무리 잘 번역했다고 하더라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이 가진 의미나 미묘한 늬앙스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영어 원문을 함께 읽으면 작가가 의도했던 어감의 차이나 느낌까지 전부 캐치할 수 있어서 영어 원문을 함께 표기해놓은 것도 상당히 좋았다. 일단 문장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영어 원문도 짧고 간략해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서 가볍에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이것으로 영어공부도 될 것 같다.


카툰의 컨셉은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관계 속에서의 오해를 해소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보잘 것 없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찾는다는 식으로 전체적으로는 희망과 사랑, 화해와 소통이란 주제가 이어져 있다. 이렇듯 내용도 잔잔하고 바닷속 친구들은 전부 너무 귀엽고 깜찍하게 그려졌는데다가 이 친구들이 벌이는 행동이나 상황들도 흐뭇한 웃음이 날만큼 귀여운 것들이라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업되고 편안해진다. 크게 막 재미있거나 큰 깨달음을 얻거나 엄청난 위로가 된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소소한 미소를 띄게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책을 읽으며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닷속 생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행동이나 이들이 벌이는 상황은 전부 실제 우리의 일상적인 일들이라서 누군가는 실제로 같은 상황이나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보통 이런 류의 그림 에세이는 함축적인 이야기가 많다. 사실 그 내용 자체는 별 게 없지만 그걸 읽는 독자가 혼자 머리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메세지를 찾아내게 되는데 그렇다보니 그냥 생각없이 진도를 빼듯이 빠르게 읽어나간다면 재미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4컷만화 정도 밖에는 안 되겠지만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어간다면 잔잔한 재미와 소소한 감동,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페이지나 펴서 몇장씩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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