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식당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인칭 6
싱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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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식당]은 인스타에 연재되는 소위 말하는 인스타툰이다. 인스타툰은 말그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웹툰을 연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스타의 특성상 최대 10장까지 사진파일을 올릴수가 있어서 이에 맞게 10장 분량의 짧은 내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내용을 담은 숏콘텐츠 형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인 웹툰처럼 복잡한 줄거리나 특별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에피소드별로 짧게 감성적인 내용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형식이 많고 이런 류의 인스타툰들은 편안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메세지로 평범함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스토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인 것이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힐링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것 같다.


[냥식당]도 그런 감성적인 힐링툰의 하나이다. MZ세대들이 좋아하는 공감과 힐링, 고양이라는 아이템을 하나의 소재로 하여 만든 고양이 힐링물로 지친 하루의 끝, 고민이나 걱정 그외 각자의 여러 기억과 사연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가장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후 옷장문을 열고 옷장 속에 숨어있는 냥식당으로 가서 냥이 셰프가 만들어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냥식당의 동물들이 들려주는 조언이나 위로의 말에 위안과 깨달음을 얻어서 현실로 돌아온다는 판타지 이야기다. 에피소드와 어울리는 힐링 푸드를 먹으며 셰프와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컨셉을 차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야식당과는 다르게 냥식당은 꿈속이거나 환상일 수도 있고 그저 대뇌망상일 수도 있는 그야말로 판타지의 세계다. 옷장 속 냥식당에는 세 마리의 동물이 항시 대기 중인데 말티즈와 턱시도 고양이, 뱅갈 고양이로 이는 실제 작가가 키우고 있는 동물들이 모델인 것 같다. 메인 셰프는 턱시도 고양이고, 직원인 뱅갈 고양이는 셰프 보조로 가끔 주방에 서기도 한다. 말티즈는 항상 손님석에서 먹기만 하는데 개팔자가 상팔자다.


집으로 돌아와서 세상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때부터 펼쳐지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라는 아늑함과 안정감, 편안함 속에서 그날 하루 일을 결산하듯 낮에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며 그에 대한 반성, 깨달음 혹은 위로나 격려를 받는다. 작가는 냥식당이 어쩌면 나의 꿈속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말하자면 누구나 나만의 냥식당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옷장 속으로 쑥 들어가서 턱시도 고양이가 만들어주는 힐링 푸드를 먹고 있으면 고양이와 말티즈가 옆에서 조언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면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루틴인데 편안한 나의 공간에 들어서자 옷장 밖에는 놓치고 있었던 수많은 진실과 진심을 발견하게 되듯이 그렇게 독자들 개개인들도 매일 자신의 냥식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위로와 격려를 스스로 찾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화의 컷이 많지 않은데 그 많지 않은 컷 안에서 기승전결이 구성되어야 하고 완벽한 해피엔딩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보니 스토리텔링은 굉장히 단순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일상에서의 고민이나 걱정이 발생, 냥식당 입장, 조언과 위로, 해피엔딩이라는 빠르고 단순한 전개가 이어지는데 가뜩이나 분량이 적은데 하나의 에피 속에서 이야기를 완벽하게 끝내려고 하니 일단 에피소드가 정말로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나 말 몇마디로 해결하지 못할 심각한 고민을 다루지는 못한다. 위로나 공감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수준의 작은 고민이나 생각들을 다루고 있고 냥이들의 조언과 일침은 장황한 일장연설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그림과 몇 마디 메세지로 전하고 있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한다는 혹은 전해지는 느낌. 이런게 공감이라는 것인가 싶다. 해결하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정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고민과 걱정, 근심에 대한 해결책을 얻거나 힐링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비록 가벼운 일이기는 해도 누구나 겪을 수 있을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볍지만 폭넓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냥 따뜻한 말과 위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는 '꽃을 좋아하는 엄마'였다. 여친을 위해 꽃을 사가던 아들이 길거리에서 엄마와 마주친다. 엄마는 꽃 안좋아하잖아...라고 아들이 엄마한테 말하자 서운한 엄마는 냥식당에 와서 하소연을 한다. 엄마도 이쁜거 좋아하고 꽃 좋아한다. 자신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양보하고,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키워놓았더니 뭐? 엄마는 꽃 안좋아하잖아? 애새끼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 대략 이런 느낌으로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냥이는 참고 희생하는 엄마보다는 좀 더 좋아하는 거 표현하면서 살아라. 본인을 위하는 게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한다. 뭐 여기까지라면 별 큰 감동이 없었을 건데 장면이 바뀌고 아들이 지하철에서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할머니를 보고 엄마를 위해 꽃다발을 사온다. 엄마는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스스로 깨닫고 엄마에게 꽃다발을 안겨준 아들이라는 장면이 이어지자 괜히 더 찡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엄마에게 참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는 자식들에게도 자식놈들아 엄마 생각 좀 하라고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느끼는 바가 컸다.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나오는 에피외에도 앞서 소개한 '꽃을 좋아하는 엄마' 에피처럼 나이 든 장년층이 나오는 에피가 많은 것도 매우 좋았다.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1 서툴지만 찬란한 날들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일상에서의 고민, 젊은 친구들에게의 응원 같은 내용을 다루고 챕터2 나누며 채워지는 날들에서는 엄마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챕터3 저물며 차오르는 날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추억이 쌓여가는 것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보통 공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주로 인스타툰을 보는 주독자층의 나이대인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될텐데 특이하게 부모님 세대와 그 윗세대에 대한 이야기에도 많이 담고 있다는 점이 작가의 사람에 대한 큰 사랑과 관심이 느껴져서 더욱 따뜻하고 다가와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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