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
호세 A. 디에즈.안드레아 이아코나 지음, 이상원 옮김 / 일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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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바보같이 굴게 하는 건 딱 두 가지, 돈과 섹스다. 섹스를 포함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참으로 오래된 담론으로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도 수많은 밤을 잠 못 들어 하며 시작되는 사랑의 감정에 설레이고, 이별의 마음에 아파하며 고민해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을 알지 모른다. 왜 사람에 빠지면 우리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사랑이란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사랑이란 참 묘하고도 어렵다. [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는 이렇게 묘하고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철학적이나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사랑에 대한 안내서이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남녀간의 사랑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녀가 만나 불꽃이 튀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가 사랑이 식고 이별하게 되는 사랑의 하나의 주기를 각 단계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나타나는 사랑의 사고의 오류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여섯개의 챕터로 먼저 첫번째는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기본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는 여러가지 사랑의 오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앞서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까지 단계별로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오류에 대해 알아본다고 했는데 각 챕터별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깊어지면서 모든걸 소유하려다 이별하게 되는 형태의 4단계로 나누어서 사랑의 한사이클을 만들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랑의 오류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사랑의 진행되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 정확히 구별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략적인 구분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 장에서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열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적어놓았다.


작가가 사랑의 오류에 대해 설명할 때는 그냥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희곡이나 오페라, 혹은 이솝우화처럼 잘 알려진 이야기 등을 예로 들어서 그 사랑의 오류를 분석하고 설명한다. 무작정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심리나 감정을 설명하니 상황과 입장들을 잘 이해하게 되고 설명하는 내용도 쉽게 이해가 된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랑의 오류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환상의 세계인지 알게 된다. 가끔 사랑이라는 개념을 비판적, 냉소적으로 삐딱하게 말할 때의 말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서 재미있다.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사랑의 밀어들이 얼마나 환상이고, 상대에 대한 사랑이란 감정이 허상에 불과한지 알게 되는데 반대로 사랑이란 것의 실체가 이런 것이라니 좀 쓸쓸하게도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환상임을 알고도 그 환상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특별히 사랑을 미화하거나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랑을 다루는 책들은 그렇기에 결국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우리 모두 사랑을 하자는 식으로 결론을 맺는데 여기서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이며 필요한지에 대해 설파하는 대신 덤덤하게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사랑을 분석하기만 한다. 또 연애지침서나 사랑학개론처럼 사랑할 때 유용한 스킬이나 연애 잘하는 법에 대해 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연애수업이 아니라 말그대로 순수하게 약간 학문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수준으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연애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연애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의 인식론과 낭만이 아닌 이론으로서의 사랑을 알게 됨으로서 결론적으로는 기존에 사랑을 바라보던 시각과는 별개의 시선으로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게 될 수 있어서 사랑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깊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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