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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는 맞춤법입니다
박지원 지음, 정상은 감수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sns나 카톡으로 소통을 많이 하고,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활동도 자주 하다 보니 의외로 매일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리고 아마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글을 쓸 때면 항상 맞춤법이 신경 쓰인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맞춤법이 그 글의 신뢰성과 설득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글을 쓸 땐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정작 맞춤법을 잘 안다고 자신하지도 못하고, 쓸 때마다 헷갈리고, 암기해도 그때뿐이라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기 일쑤다. 아마도 체계적으로 공부해 원리나 법칙을 이해하기보다, 그때그때 접하는 개별 단어만 무작정 외우는 방식으로 익혀서 그런지, 비슷한 유형의 맞춤법이 나와도 또 헷갈리고 예전에 외웠던 것조차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사실 맞춤법은 기본적인 원리와 법칙을 알고 있으면 모르는 새로운 단어가 나와도 그 원리에 맞춰 적용하면 되지만, 지금처럼 개별 단어를 따로 외우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이왕이면 개별 단어를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맞춤법을 이루는 규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식으로 공부해야 오래 기억에도 남고 실전에서도 덜 헤매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쓰는 어휘라는 것도 결국 한정돼 있고,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쓰는 표현들이 대부분이니 자주 쓰면서도 자주 틀리는 몇몇 맞춤법만이라도 확실히 익혀 두면 기본적인 실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맞춤법은 틀린 표현을 자신은 맞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왕이면 맞춤법 책을 통해 한번 제대로 다듬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뉴스는 맞춤법입니다]는 현직 아나운서가 직접 쓴 맞춤법 책이라 그런지 일단 믿음이 간다. 저자가 뉴스 진행은 물론 우리말 겨루기 같은 한국어 퀴즈 프로그램도 맡고 있다니까 실제로 말을 정확하게 써야 하는 자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도 신뢰가 된다. 물론 잘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나운서라면 누구보다 바른 한국어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일상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 맞춤법 정도는 확실히 알려줄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책은 약간 뉴스 컨셉으로 진행되는데 총 세 챕터로 헤드라인1,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맞춤법 25가지, 헤드라인2 자꾸만 헷갈리는 맞춤법 29가지, 헤드라인3 이 정도면 나도 맞춤법 고수 19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속보나 특보라는 이름으로 발음상식, 문해력 관련 이슈, 표준어 관련 내용 내용도 다루고 있어서 맞춤법 이외에도 우리말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도 높일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맞춤법은 총 73가지인데 실제로 내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주 쓰지만 매번 헷갈리는 맞춤법이 맞겠다. 이렇게 쓸 때마다 헷갈린다는 건 이해 없이 무작정 암기하려 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는 맞춤법에 적용된 문법적 규칙, 한자어의 뜻에서 비롯된 의미적 배경, 단어의 구성과 형태를 분석한 설명까지 함께 제시해 준다. 그래서 단순 암기가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면서 왜 그렇게 쓰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 실제 글을 쓸 때도 덜 헷갈린다. 가령 사이시옷 규칙에 따라 순대국, 만두국이 아니라 순댓국, 만둣국으로 적는 이유라든지, 봬요·뵈요나 돼·되처럼 헷갈리는 표현은 ‘봬’가 ‘뵈어’의 준말이고 ‘돼’가 ‘되어’의 준말이라는 식의 설명, 또 재작년의 재(再)가 ‘다시’라는 뜻이라 ‘제작년’이 아니라 ‘재작년’이 맞다는 식의 풀이가 도움이 된다.
또 헷갈리는 맞춤법을 쉽게 기억하도록 돕는 여러 가지 꿀팁도 알려주는데 이게 특히 유용하다. 문법이나 규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맞춤법도 많은데, 그럴 때 저자가 제시하는 기억법이 꽤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 ‘희안하다’를 자연스럽게 잘못 쓰곤 했는데, ㅎㅎㅎ가 세 개나 나오다니 희한해—라고 연결해 외우니 머릿속에 단번에 박혀 더는 틀릴 일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각인되는 팁들이 많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나운서라는 직업 특성상 맞춤법을 바로 구분하는 요령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실제로 기대를 정확히 충족해 주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모든 내용이 한 장 안에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이해하기 좋고, 본문·요약·사용법·암기요령 같은 구성도 그래픽 인포처럼 깔끔해 가독성이 높다. 설명조로 딱딱하게 가르치려는 느낌이 아니라 조곤조곤 옆에서 함께 짚어주는 톤이라, 공부한다기보다 같이 알아가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각 항목마다 만화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 직접적인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환기해 줘서 나쁘지 않다. 평소에는 자주 쓰는 단어임에도 막상 글을 쓸 때마다 헷갈려서 구글링을 하거나, 요즘은 챗GPT를 켜 두고 매번 맞춤법을 확인한다. 이렇게 쓸 때마다 일일이 검색해 확인하는 방식은 당장은 편하지만 오히려 외워지지 않고 반복해서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결국 글을 쓸 때마다 헷갈려 확인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한 번 제대로 이해해 정확히 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이 꽤 도움이 된다. 여러모로 상당히 마음에 들고 실제로 유용하기도 해서 맞춤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