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미있어야 영어가 들린다 - 웹소설 오디오북에서 미드, 영화까지: 들리는 영어를 위한 콘텐츠 가이드북
한지웅 지음 / 느리게걷다 / 2022년 11월
평점 :
우선 [재미있어야 영어가 들린다]란 책의 제목만 보고 많은 사람들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 큰 오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타이틀만 보면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히어링북이거나 웹소설 오디오북에서 미드, 영화 등 여러 콘텐츠의 일부 내용을 수록해놓고 그것을 들어보며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하는 교재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히어링북이나 영어 교재가 아니라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즉, 수많은 콘텐츠 중 영어 공부를 할 때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면 좋을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 카페 등을 보면 수많은 영화와 미드 중에서 영어 공부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사람도 많은데 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인 것이다.
재미있어야 영어가 들린다는 건 어쩌면 누구나 아는 당연한 말이다. 과거에는 뉴스를 보는 것이 듣기 공부에 좋다는 말도 많이 했었다. 아나운서의 정확한 발음과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어휘와 표현들 폭넓게 배울 수 있고, 문법에 맞는 정확한 말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옛날에는 뉴스로 공부를 하라고 말을 했었지만 반대로 뉴스는 상당히 어렵고 또 지루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스보다는 재미있는 미드로 회화 공부를 한다. 한때 가장 유행했던 회화공부용 미드는 단연 '프렌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BTS의 RM도 이 프렌즈로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할 정도로 아주 유명하고, 영어 교재용 미드의 대표주자이다. 하지만 90년대의 드라마로 너무 오래되다보니 지금 젊은 친구들이 보기엔 약간 괴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그래서 자신의 영어 수준이나 취향 등에 따라 자신에게 적당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책은 오디오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으로 나누어서 저자가 추천하는 영어 학습용으로 알맞은 콘텐츠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작품별로 소개하는 콘텐츠의 타이틀과 연도, 러닝 타임 등의 기본적인 개요와 함께 그 콘텐츠의 간략한 내용의 요약이라던지 인상비평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해당 콘텐츠에 대한 소개는 여타의 영상물 가이드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컨데 드라마나 영화, 애니의 경우 특별히 해당 콘텐츠가 왜 영어 학습에 적합한지, 학습교재로서 이 영상만의 장점 같은 것에 대한 이유 같은 것은 거의 나오지 않고 그냥 이 영화는 어떻고, 이 드라마는 어떤 겁니다 라는 식의 일반적인 미디어 비평에 다름 아니어서 굳이 왜 이 콘텐츠가 선택되었는지, 왜 이 콘텐츠를 추천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말하자면 다른 이유없이 정말로 해당 콘텐츠의 재미라는 측면만을 놓고 콘텐츠를 선택한 것처럼 보여진다.
영어 쉐도잉에 적합한 영화나 드라마는 주로 드라마나류를 많이 꼽는다. 액션영화의 경우는 대사가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고, SF 영화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나 어휘들이 많기 때문에 일상적인 회화를 배울 수 있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추천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해리 포터나 스타 트렉, 스타워즈 같은 SF영화가 잔뜩 들어가 있다. 영화 파트만 보면 SF물이 과반을 넘는 것 같다. 물론 SF나 장르 영화라고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 쉐도잉에 적합한 장르를 드라마라고 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 그런지 잘 생각해보라.
각 콘텐츠마다 별점으로 난이도를 달아놓았는데 웃기게도 다큐는 전부 난이도가 3.0이고, 애니는 3.5, 드라마와 영화는 4.0~4.5이다. 난이도를 나누라고 하니까 다큐, 애니, 영화 각장르별로 난이도를 나누어 놓고 각각 일관되게 동일한 난이도의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구분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보통은 하나의 장르 내에서 여러 난이도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예컨데 미드 중에서도 난이도에 따라 쉬운 드라마부터 어려운 드라마를 나누어서 소개하고, 영화 역시 난이도가 낮은 영화와 높은 영화를 구분하여 스스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선택해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장르별로 난이도가 다 똑같은 것만 소개해놓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라면 솔직히 그냥 아무 영화나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 흥행한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되는 거지 굳이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책은 상당히 무성의하게 보인다. 이런 류의 가이드북이라면 소개하는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콘텐츠의 포스터나 관련 이미지를 삽입해서 보여주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여기는 그런게 일절 없다. 그런 포스터나 이미지를 삽입하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 빼버린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콘텐츠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그 콘텐츠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없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애초에 재미있는 영상물이나 오디오북으로 재미있게 영어 학습을 하자는 건 굳이 이런 책을 읽지 않더라도 누구나 안다. 누가 재미있는 영화, 재미있는 미드가 뭔지 몰라서 안 보는 줄 아나? 단지 재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도 있으면서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고, 유용한 표현들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뭔지 모르니 그걸 알려달라는 거지 그저 이 영화가 재미있고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저자의 개인적 소감과 비평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식의 추천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고,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