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통증, 수술 없이 벗어나라 - 국가대표 주치의 박진영 원장의
박진영 지음 / 김영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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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달려간 병원은 내게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현대의학은 썩으면 잘라내고 곪으면 도려내는 것에 특화되었을 뿐, 잘못된 관리로 오래되어 고장 난 몸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고작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과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주사 몇 방이 내게 베푸는 시혜의 전부였다.

수 십 년 동안 무관심과 학대로 지친 내 몸을 원래대로 복원시켜 줄 획기적인 방법은 없어 보인다.

평생 노예처럼 봉사하다 힘이 빠져 버린 불쌍한 몸은 게으르고 멍청한 주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들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운동만 열심히 하던데 숨이 조금이라도 가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했던 게으름과 무기력의 결과는 너무나 선명한 대가를 요구한다.

그 게으름에 대한 벌은 딱 그만큼의 부지런함을 요구한다.

갖은 학대로 씩은 고목나무 밑동처럼 말라버린 나의 근육은 식은땀이 쫙 나는 고통과 땀으로 범벅이 된 뒤에야 조금씩 움직여준다.

마치 어린아이가 한 발씩 걷기 시작하는 것처럼 조금씩 움직여 간다.

 

아픈 뒤에야 내가 행한 잘못을 깨닫기 시작한다. 후회는 당연히 너무 늦다.

내 몸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나서야 조금씩 성의를 보여주는 내 몸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몸은 주인의 반성에 조금씩 움직여 준다. 그래도 내 몸 아닌가?

성실한 운동에 딱 그만큼 정직하게 반응하는 내 몸을 바라보며 나를 담고 있는 육체라는 그릇을 그동안 얼마나 홀대해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긴 세월동안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잘 움직이는 않는 오른 팔의 회복 기준을 왼쪽 팔이 움직이는 만큼으로 세우는 모습이 너무 우습다.

팔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미세하게 떨리는 힘줄 한 가닥을 느끼며 몸의 인문학을 공부한다.

몸의 인문학이 별건가? 몸을 단순히 정신에 종속된 물질로 국한된 하위 개념으로 보지 않고 몸의 상태를 관찰하며 변화의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며 삶의 동반자로 바라보자는 말로 이해한다.

 

우리는 낯선 것을 만날 때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내 몸의 일부에 불과했던 팔이 더 이상 내 통제를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난 새로운 의미로서 팔의 존재를 느꼈고 그와 진지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폭염 속 한여름에 벽과 운동기구를 상대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난 사고로 불구가 된 몸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갑자기 부지런해진 내 모습을 아내는 안타까운 눈빛을 또 한 편으론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부실한 남편 덕에 깜짝 놀란 아내는 몇 가지 동작을 따라한다.

“그래. 하나라도 꾸준히 해라. 나처럼 몸의 인문학을 반복하지 말고.”

 

어느덧 내 몸에 조금씩 습관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동작들의 지루한 반복 속에서 스스로를 경계한다. 몸은 결코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타자의 손에 맡겨져 조각조각 분해되는 해부학적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난 내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공짜는 더더욱 아니다.

조금만 나아지면 다시 오만해지기 시작하는 어리석은 마음

몸의 인문학이 마음의 인문학이 되길 바란다.

아~~언제나 난 지난날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원상복구..............

리턴 투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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