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서 수행하듯 살기로 했다 - 비우는 공부를 시작한 후 찾아온 놀라운 변화
김종건 지음 / 도그지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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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시수행자!  참 멋있는 말이다.

“산에 들어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득도에만 전념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수행인가?” 하는 물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이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이 모든 것이 단절된 곳에서 하는 수행이 과연 진짜인가 하고 말이다.

내가 직접 해본 것도 아니고 직접 물어볼 수 도 없는지라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온갖 욕망과 죄가 난무하는 사바세계의 한 복판에서 종교인도 아닌 사람이 수행에 대한 책을 떡! 하니 내놓았기에 호기심이 작동했다.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을 그가 이미 갖고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그것을 생활에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단순히 책에서 본 것과 실재 적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먼 일이다.

 

그래서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하루하루 일터와 가정이 곧 도량이고 만나는 사람이 다 나의 스승이니 삶과 수행은 포개진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별 것 아닌 일에 분노하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걸 두고두고 간직하고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며 사는 게 우리 네 인생이며 일상이 아니던가?

 

세파로 가득찬 복잡한 도시 한 복판에서 관습과 게으름에 찬 편안한 일상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 한 켠엔 감히 따라 할 용기와 부지런함이 없는 나 자신의 게으름이 안타깝다.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고 감히 말은 못하겠다. 그럴 의지도 이젠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물 흐르듯 살겠다는 자기기만의 말로 혼탁한 세류에 몸을 맡기며 사는 나를 합리화하는 것도 지쳤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기에 별스럽게 살고 있는 그가 부럽고 가상하다.

 

그가 행하는 수행의 핵심은 성찰과 절제에 바탕을 둔 규칙적인 공부와 실천이다.

그것이 유교든 불교든 기독교 든 상관치 않고 내게 맞는 공부와 실천 방식을 찾아내 생활에 적용하는 것. 굳이 따진다면 유교의 공자와 같은 삶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글이 도덕교과서가 아닌 이유다.

 

막연히 세상의 진리나 우주 만물의 원리 같이 두루뭉술한 추상에만 매달려 독서를 위한 독서로 허송세월 한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원리를 찾을 시간에 이미 알고 있는 단순한 것 단 한가지라도 꾸준히 실천했더라면 오늘 나는 분명히 그동안의 나와 다른 내가 되었을 것을....

 

욕망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녀도 본인이 만족한다면 나름 행복한 인생임을 굳이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런 삶에 회의를 느끼며 또 다른 ‘뭔가’를 찾고 있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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