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측정-시간의 한 점
옛날엔 시계가 없었기에 시간 측정을 해와 달과 별을 보며 육안으로 대략적으로 계산 했다.그러다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가 발명됐고, 액정으로 표시되는 정밀한 전자시계가 나왔다. 현재는 오차가 3백만년에 1초에 불과한 원자의 진동수를 이용한 세슘 원자시계라는 것이 있어 세계 표준시를 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보다 5만배나 더 정밀한 차세대 표준시계를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이터븀'이라는 원자에 레이저를 쏘여 진동수를 측정하는 기술인데 오차가 1억년이 흘러도 0.91초 이상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연구팀은 오는 2019년까지 300억년에 1초 이내로 오차를 줄여 국제 표준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시간계산의 초정밀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론 의미가 있겠지만 평범한 우리에겐 그 정확성 이란게 별 의미가 없다. 우주의 역사인 137억의 두 배인 300억년에 1초가 틀리면 뭐하고 맞으면 또 무슨 상관이겠는가?
우리에게 중요한건 시간측정의 정확성이 아닌 시간 길이나 사용에 대한 것일 게다.
이런 놀라운 과학의 산물인 시계가 시간을 재는 객체라고 한다면 시간을 재는 주체인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는 정확히 무엇일까? 정지된 시간은 시계를 보면 되지만 흘러가는 시간의 의미는 무엇으로 측정하는가?
시간의 속도-시간의 길이와 질
며칠 전 저녁 뉴스에 시간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가?’ 에 대한 내용이다.
시간엔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이 있다. 각각 객관적 시간과 주관적 시간일 것이다. 물리적 시간은 3차원에 더해져 4차원을 구성하는 것으로 과거엔 앞에서 뒤로 흐르는 절대불변의 기준으로 생각했지만, 물리학이 발달하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력과의 거리에 따라 시간이 변한다는 것이다. 중력이 센 곳에서 시간은 더 천천히 간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수준이지만 내 머리와 다리의 시간은 다르다는 말이다. 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측정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유명한 예인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재는 시간과 기차 밖에서 재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 먼 곳을 갔다 오면 지구인보다 나이를 덜 먹는 것 등이다. 요는 공간과 따로 생각했던 시간 역시 공간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심리적 시간은 더욱 자의적이다. 뜨거운 불구덩이 속의 1초와 남태평양 휴양지의 1초는 엄청난 길이의 차라는 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의학적으로 시간의 차이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나 동감하듯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사건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누구하고 어떻게 놀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면 하나 하나의 미세한 감정까지 곁들어져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의 기억들은 두리뭉실하다. 직장과 집을 왕복하는 반복적인 일상이란 얼마나 따분한가? 어린 시절 하루하루가 새롭던 것에 비해 어른의 삶은 낡은 CD 한 장의 무한 재생이다. 뇌는 기억의 수에 따라 시간을 계산한다. 뇌는 절대적인 시간량이 아닌 상대적인 시간량으로 계산해준다. 참 이상한 녀석이다. 똑같은 하루라도 특별하고 재미있어 기억할만한 내용이 많은 사건들은 실제 소요 시간에 상관없이 길게 저장되고, TV나 보며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다 낮잠이나 자고 끝난 기억할 가치가 없는 하루는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뇌에 저장되지 않은 하루는 그대로 내 일생의 빈 여백으로 영원히 복구되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내가 하루하루 촘촘히 계획을 세우며 늘 새롭게 산다면 그만큼 특별한 일이 많을 것이며 따라서 기억할 것도 많아지니 시간이 늘어난 것이요,
날마다 똑같은 일상만 반복하며 재미없게 산다면 저장할 가치가 있는 기억들이 없어 그대로 사라지니 수명이 짧아진 것이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직장과 가족을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만든다면 내 삶의 시간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열심히 운동해 물리적인 수명만 늘리려고 하지 말고(물론, 하지 않은 사람보단 백번 낫지만) 수명에 상관없이 삶의 질에 투자하는 수준 높은 생명 연장의 꿈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일 터,
그러면 현재 나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는가? 물리적으로든 삶의 질로든 정확하게 일치하는 허무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특별한 것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책 몇 권 읽는 게 전부라고나 할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한반복 되는 이 지겨운 일상에 한 줄기 단비처럼 내 삶을 적실 수 있는 그 ‘무언가’는 과연 무엇일까? 오늘도 찾고 찾는다. 생명연장의 꿈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