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죽음, 죽음 이후의 삶
줄리아 아산테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었지만 내용보다‘죽음’이란 단어 때문에 간단히 몇 자 적어 본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삶 다음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인간만이 언젠가는 자신의 생이 마감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음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받은 대가는 자기 존재의 소멸에 대한 불안과 공포다. 그래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은 인류의 숙명이 되었고 문화가 되었으며 결국 종교가 되었다.

 

미신이나 잡술로 취급하며 애써 무시하면서도 의식의 한 꺼풀만 벗기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무의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날라치면 믿지 않으면서 믿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결과물인 차가운 이성은 맨 정신일 때만 유효할 뿐, 누구나 만나는 순간 허무하게 무너질 만큼 막강한 죽음의 위력은 전설, 민담, 신화, 영화, 소설 등, 보다 덜 치명적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생명 소멸에 대한 공포는 제아무리 아름답게 치장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우리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공포데 대해 종교를 통한 영적인 극복 대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사자와의 대화’가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자주 접했던 죽은 자와의 접촉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이야기는 소위 나쁜 혼령 즉 원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이승에 대한 집착이 강한 혼령일수록 좋은 일이 아닌 불길한 일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엑소시스트 류의 영화에서 나타나듯이 대부분의 혼령은 인간에 대한 원한으로 산자의 몸에 들어가 미처 이루지 못한 일을 해결하려 든다.

 

행복하게 죽은 사람은 어지간하면 이승에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승에 남긴 애증의 강도는 출현 빈도수와 비례한다. 물론, 문화적 측면의 관점에서 보면 귀신이란 존재는 인간 무의식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이런저런 제약으로 이룰 수 없는 수많은 관계와 사건은 귀신이란 무형의 그림자를 대리자로 내세우곤 한다. 현실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한 무기력을 공동의 해결사로 해결하고자 하는 집단 무의식의 발로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례를 흘러넘칠 만큼 제시하지만 증명 불가하니 흔히 치부하듯이 사이비 과학이다. 예술과 문화로 사용하지 않고 실재하는 것으로서의 죽음은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않으며 조잡하고 께름칙하다.

 

저자가 교수임에도 영매로 활동하며, 죽음을 문화나 종교가 아닌 과학으로 연구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저자는 심지어 양자역학까지 꺼내 들며 다중우주론을 들먹인다. 저세상을 또 다른 차원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으로서는 거북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 부으며 읽는 이를 긴가민가하게 만든다. 이걸 믿고 안 믿고는 아무도 결정해줄 수 없다.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교수라는 학문적 신분은 독자의 판단을 호도할 여지가 다분하다.

 

정 저자의 권유대로 사자를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실체로 인정하고 그들과 교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이 책에 나와 있는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방법으로 영혼을 불러 볼 일이다. 그러나 난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럴 용기도 없다(진짜 나타나면 어떡해^^;).

 

저세상의 존재유무를 떠나서 난 아직도 이세상과 저세상은 별도의 세계로 구분되어 있고 서로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분신사바’로 귀신과 이야기한 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안 되는데 저 세상의 존재까지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사후세계의 따분한 사례의 나열에 질려 절반도 못 읽고 그저 그런 잡서로 치부하고 덮었지만 왠지 석연찮은 것 하나. 이성의 힘으로 무시하면서도 늘 일어나는 불길한 호기심인 죽음에 대한 비밀은 어쩌면 살아서는 얻을 수 없는, 죽어야만 공유할 수 있는 영원한 인간의 숙제다. 삶과 죽음의 질서를 우리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내세에 대한 주제넘은 관심보다 현세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죽음의 비밀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대응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책에 솔깃해서 펼쳐보는 나는 무엇이 그토록 궁금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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