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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왜 보수정부와 삼포세대를 낳았나?
박세길 지음 / 원더박스 / 2015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역사책을 들었다. 가끔 역사책을 볼 땐 주로 조선시대까지다. 현대사가 가까운 과거라 왠지 익숙하고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알면 알수록 가슴이 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중 힘들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을까마는 특히, 일제강점기부터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고통이 시작되는 어두운 과거며 고난의 시기였다.
저자는 11개의 주제로 우리의 현대사를 되짚으며 짧지만 깊이 있는 시각으로 통찰한다. 복잡한 사건들을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하고 원인을 정확하게 끄집어내 간단하나마 우리 현대사를 개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11개의 주제들을 훑어보자.
첫 번째 질문 : 청년 세대의 고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답 : 외환위기로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기존 정규직의 외면 속에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신규고용을 억제했다.
두 번째 질문 :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답 : 신자유주의 세계 금융 투기 자본의 맛있는 먹잇감으로 전락시켰다. 소수 기득권층만 승자독식의 수혜를 보고 나머지는 개털이 됐다. 이후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우리는 대박을 쫒아 다니며 ‘돈’의 노예가 된다.
세 번째 질문 : 진보개혁 세력은 왜 추락했나?
답 : 보수 세력의 철저한 전략에 완전히 당했다. 국민의 지지라는 힘을 갖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힘 한번 못쓰고 보수의 분열정책에 속수무책 당했다. 보수는 단결했지만 진보는 분열했고 무능했다.
네 번째 질문 : 민족 분단은 피할 수 없었던 일인가?
답 : 세 번 피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현명한 국민은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지도자들은 최악으로 대응했다.
다섯 번째 질문 : 한국전쟁이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답 : 기회가 있을 때 스스로 하지 못하면 결국 남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 질문 :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은 누구인가?
답 : 6.25 전쟁 중에도 학교를 연 교육열, 살인적인 노동시간, 중소기업의 기술력, 누구나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다. 박정희와 재벌은 그에 따른 부산물에 불과하다.
일곱 번째 질문 : 엄혹한 그 시절 민주화는 어떻게 가능했나?
답 : 의로운 학생들이 있었고, 세계적인 5.18 시민정신이 있었고, 노동권을 쟁취한 노조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
여덟 번째 질문 :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몰락의 신호탄인가?
답 :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조차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문제가 된 회사를 국유화했다. 7조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자식의 불장난을 해결해준 사람은 신자유주의가 제일 싫어하는 국가라는 부모였다. 자식의 독립은 아직도 요원한 듯.
아홉 번째 질문 : 촛불 시위는 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인가?
답 : 촛불시위는 새로운 시위 문화의 창조였다. 무겁고 비장한 투사형의 시위를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로 바꾸어 버린 신세대의 재기발랄함은 기성세대 지도자와 대중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자발성, 다양성, 유연성을 무기로 허를 찔린 정권의 항복을 받아내기에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열 번째 질문 :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답 : 세상은 변했다. 자본과 노동의 산업경제방식으론 더 이상 안 된다. 창조적인 인재가 주축이 된 벤처중소기업 육성이 관건이다. 재벌의 상하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평등한 관계와 열린 사고만이 살길이다. 창의적 사고로 무장한 청년인재가 희망이다.
열한 번째 질문 : 어떻게 해야 통일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나?
답 : 키는 남한정부가 쥐고 있다. 제아무리 주변강대국이 설쳐도 결국 당사자인 남과 북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론은 재앙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 개방을 유도하는 경제교류의 점차적 확대를 모색하자. 인구 8천만의 내수시장과 동북아허브, 북한의 우주개발기술. 풍부한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 IT기술 등이 만난다면 대박이 될 것이다.
난 우리 현대사의 키워드를 ‘분단’, ‘한강의 기적’, ‘민주화’, ‘신자유주의’로 보고 싶다.
정치적으로 분단은 친일파 청산에 실패하고 미, 소, 중, 일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남․북 지배층의 권력욕이 야합하여 남․북과 동․서의 분열을 조장하고 지배도구로서 반공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고 성장한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은 전쟁과 기아의 밑바닥에서 시작해 세계 7대 교역국이 되기까지 먹지 않고 자지 않고 자유도 유보하고 인간의 권리마저 포기한 채 죽어라고 일만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가 남긴 피눈물의 산물이다.
사회적으로 민주화는 가증스런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저 살자고 한강다리를 폭파해 미처 피난 가지 못한 수많은 서울시민을 나중에 부역자로 처단했으며, 우리 역사 최대 실수인 친일파청산을 가로막고도 아직까지 ‘국부’로 추앙받는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된 반백년동안의 압제를 기어이 무너뜨린 자랑스러운 민중의 투쟁사다.
국제적으로 신자유주의는 그렇게 힘들게 이룩한 경제성장의 열매를 채 맛보기도 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다 빼앗기고 목을 놓아 울었던 슬픈 이야기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미국에 정치적으로 종속된 후 마지막으로 경제적 주권마저 침탈당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주저앉아 울던 우리 민중들의 고단한 역사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 가슴 아프지만 지나간 역사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한 역사의 결과를 고스란히 뒤집어 쓴 희생양이 현재 청년들이라는 사실은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고용률 40%라는 빛나는 월계관을 쓴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IMF사태 당시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친 정규직 기성세대의 몸부림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야기했다. 노조는 기존 정규직들의 자리보전을, 사측은 비정규직으로 신규 고용을 억제하며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취업대란으로 돌아갔다.
부모가 자식의 자리를 뺏어 차고 있는 이 상황에 부모는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지금보다 적게 받고 짧게 일하고 청년들과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해결책인가?
사회에 진입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그들을 과연 누가 위로해줄 것인가?
지금 아무도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 채 점점 구렁텅이로 빠져 들고 있다.
광복 이후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며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뼈아픈 실수, 우리 민족 최대의 불행인 분단 상황의 딜레마, 수많은 희생자를 발판으로 이룩한 민주화는 여전히 반쪽자리 절름발이 신세. 산업경제의 한계에 부딪혀 제 자리 걸음인 저성장의 경제.
우리나라의 현 주소다.
2016년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누구라도 답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