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건 & 호킹 : 우주의 대변인 지식인마을 8
강태길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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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나의 태생에 관한 의문.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알고 싶었다. 거창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에 대한 내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다. 우주는 소위 ‘빅뱅’이란 대폭발로 생겼고, 인간은 원시 유기물에서 진화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고등생물이 되었다는 ‘진화론’이다.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 전부다. 살면서 그 외에 내가 추가로 알게 된 것은 거의 없다. 생명의 기원은 ‘다윈’에게 물어 보기 시작했으나 우주의 기원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을 들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학창 시절 과학 과목에 대한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곤 했는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과학교양서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설명하다 보면 깊이에 대한 한계를 가지기 쉽다. 이 책 또한 그렇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전부다. 우주에 대한 보다 심오한 지식을 기대 했기에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건 과학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이 책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우주에 대한 지식 자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갈래로 나누어진 현대 과학이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저자는 칼 세이건 박사와 스티븐 호킹 박사를 연구 업적과 별개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선 사람들로 높은 평가를 내린다. 근대 과학혁명이 시작 되면서 과학기술은 세분화, 전문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는 다른 말로 과학이 전문가들만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업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기에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과학은 ‘그들’ 외의 사람들을 소외시켰고, 일반 대중과 유리된 과학의 발전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 우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나 중국의 공자, 맹자 같은 현인들이라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가 목숨을 걸고 알고자 했던 지식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뉴턴의 고전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보어의 양자역학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알람에 눈을 뜨면 전기밥솥이 한 밥에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과 재료로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요리 해 먹고,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며 컴퓨터와 전화기로 일을 하고 퇴근 후 TV를 본 후 잠을 잔다. 아프면 병원에 가 X-Ray, CT, MRI를 찍고, 여행을 갈 땐 비행기, 기차를 탄다.

 

그러나 전기밥솥, 냉장고, TV, 자동차, 컴퓨터의 원리와 내부구조를 알고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단지 작동 방법만 알 뿐이다. 이는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문제다.

“원리를 몰라도 운용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예측된 결과를 얻기만 하면 된다.”

결과를 얻기 위해 제작 이유, 원리, 구조를 몰라도 상관없다는 우리들의 생각은 오늘날 과학의 맹신 또는 불신을 일으켰고, 각종 사이비과학과 유사과학이 판을 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중이 과학을 알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당연히 과학자들이 쥐고 있다. 과학을 알기 위해 수학, 물리학 같은 학문을 공부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들이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과학자는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어 쓴 대중과학서를 낼 의무가 있고 우리 또한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철학이 빠진 첨단과학은 그야말로 인류를 멸망으로 빠트릴 흉기가 될 수 있다. 과학엔 눈이 없다. 양심도 없다. 과학이 제 멋대로 발전하는 것을 제어할 사람은 과학자겠지만, 과학자 역시 과학에 소외된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과거의 역사에서 발견한다.

 

건설기술로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결국 폭탄으로 전용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폭사시켰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할 원자력의 가장 큰 업적은 핵무기로의 변신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첨단기술이 전쟁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그 중심엔 뛰어난 과학자 집단이 있으며 그 뒤엔 국가가 있고, 국가를 자본주의가 조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철학이 부재한 과학에 따스한 인간의 숨결을 넣고자 애를 쓰는 소수의 과학지성들의 노력에 박수를 치며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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