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을 지나가는 것은 힘들다. 더구나 총 같은 무기나 별다른 도구도 없이 맨몸인 경우 더더욱 어렵다. 굶주린 맹수에게 언제 목줄을 물어 뜯길지 모르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와 늪을 만나 휩쓸려 사라지거나, 길을 잃고 헤매다 굶주림에 쓰러져 벌레의 먹이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 정글을 오직 시뻘건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통과하려는 바보가 있다.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걸어가면 통과할 수 있으려니 한다. 아무런 대책도 없다. 만나는 순간, 싸울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정글의 맹수도, 헤엄쳐서 건너기에는 너무 깊고 넓은 급류도, 한 발만 내딛어도 돌이킬 수 없는 늪지대도,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질 것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릴 것도, 폭우가 쏟아져 잘 수 없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가 가진 관심의 전부는 오직 정글을 한발자국이라도 빨리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정글에서 필요한 것들을 일러 주었다. 위협에 맞서 나를 지킬 무기를 준비하자고 했다. 무기 없이 적을 만났을 때, 맨몸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머리를 쓰고 손과 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단련하고 연마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쉽고 편하게 정글을 탈출하기 위해 다들 총을 구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했다. 총은 조준하고 방아쇠만 당길 줄 알면 되지만 맨몸은 내 맘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총은 상대와 상관없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손발은 나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상대를 만나면 힘들다고 했다.

 

그렇게 세세하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정글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눈치다. 총의 위력 따위에도 관심이 없다. 맨몸이 얼마나 허약한지도 관심 없다. 그렇지만 난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언젠가는 정글로 보내야 한다. 그것도 혼자.

그는 정글이 놀이공원인 줄 안다. 그곳에는 친구들만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어리석은 친구를 난 그냥 정글로 보내야 할까? 아니면 총을 억지로 쥐어줘야 할까? 아니면 맨손의 전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는 철없는 내 첫째 아들이다. 바보 같은 놈. 총을 쥐어줘야 하는데......

 

아들아~~ 총 가져가야지 ♬

아버지~~ 무겁고 걸리적거려요 ♪♪

아들아~~ 몽둥이라도 갖고 가거라 ♪

아버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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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7-0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라조의 수퍼맨 라임이 느껴집니다 ㅋㅋ

책을베고자는남자 2015-07-0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위대한 인물이었는데 자식이 영 아닌 경우를 보면. 물론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