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사건이 일단 당사자의 마지못한 인정과 사과로 일단락 되 가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인 자료가 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건을 크게 벌려 놓다, 결국 정치, 외교 스타일로 인정하는 모습이 그의 글 솜씨 답지 않아 아쉽다.
그의 글을 단 한 줄도 읽어 본적이 없고, 그의 책을 단 한 권도 사 본적이 없지만, 그가 가진 문화적 위상과 권력을 감안한다면 책을 좋아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금의 상황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법적으로 창작과 경제는 동위에 있다. 굳이 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타인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를 강탈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기에 창작엔 엄격한 저작권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하늘 아래 창조는 없다고 했다. 인류의 모든 지적 자산은 과거의 유산이다. 과거에 빚지지 않고 현재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책을 필사하는 방법으로 작가수업을 했기에 내 생각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는 궁색한 변명의 소리가 들린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난 이해가 간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의 글을 뼛속 깊이 내면화했기에 어는 순간 내 생각이 되 버렸다는 말이다.
가슴에 팍 꽂힌다. 블로그에 어쭙잖은 몇 줄의 글이라도 끼적거리려면 누군가의 책을 읽어야 가능하다. 이것저것 쓰다 보면 창작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기에 법적인 표절은 아니겠지만 다 누군가의 생각과 글이다. 그리고는 남의 생각을 마치 내 생각인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 처음엔 누구의 말이라고 하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의식하다가 나중엔 아주 자연스럽게 내 생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신경숙의 표절 논란과 별도로 과연 한 권의 책에 저자의 순수한 생각이 몇 줄이나 될까 궁금하다. 내 글에서 순수한 나만의 생각은 과연 한 줄이라도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배우는 과정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을까?
물론, 쓸 데 없는 걱정이다. 나 같은 초짜는 베끼는 거라도 잘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제 때 제 곳에 잘 갖다 붙일 수 있는 것만 해도 상당한 기술이다.
닥치는 대로 베끼다 보면 언젠가는 창의성이 문제가 될 날이 올지 누가 아나? 열심히 공부하고 사정없이 베끼자. 나는 신경숙이 아니고 학생이니까.
“창의성의 비밀은 그 원천을 숨길 줄 아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라.” <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