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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흔히 최종학력이 대졸 정도의 사람이면 지식인으로 인정하며, 당사자도 그 정도면 자신이 무식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알만한 건 다 안다는 식이다.
그러나 컴퓨터공학, 전기공학, 경영학, 경제학 같은 지식에 정통했다고 해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설계하고, 세계에서 제일 빠른 자동차를 만들고, 심지어 우주선을 연구한다고 해서 그 수준에 맞추어 세계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건 전문지식일 뿐이다. 전문지식은 이 사회의 구조물을 구동시키고 운행하는 방법과 그 방법을 구사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매뉴얼일 뿐이다. 세상에 이런 지식인들은 넘치고 흘러내린다.
이 책에서 말한 지식은 이러한 전문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교양지식에 대한 것이며 공유할 수 있는 담론을 말하는 것이다.
엔지니어와 의사가 서로의 지식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안 통할 것이다. 회사원과 자영업자 또한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며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삶터로 바꾸려고 나누기에는 어쩐지 어색하고 부적절하다.
그래서 교양이 필요하다. 교양은 그가 어떤 지식과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에 상관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다. 다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조하든지 논쟁을 하든지 할 것이다. 자동차와 의학지식은 일방적인 설명이지 공감이나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의사와 대등하게 질환에 대해 논쟁할 것이며 엔지니어와 어떻게 자동차엔진에 대해 공감을 나누겠는가?
하지만 교양은 가능하다. 자가기 아는 선에서 대화와 논의와 논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교양이 설 자리가 없다. 교양을 알지만 이야기 하진 않는다. 교양이 전문지식으로 대우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양은 그냥 장식이며 선택이며 사교에 불과하다.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로 사람들은 늘 이야기 한다. 술을 마실 때도 단골 메뉴다. 그러나 과연 이야기나 잡담을 넘어선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다들 생각은 많고 다양하지만 감정적이며 일회성에 머물고 한탄과 화풀이 수준을 넘지 못한다. 깊고 진지한 대화는 어색해진다. 아는 척하는 누구 하나의 일방적인 교양강좌는 지루하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오히려 배척되기까지 한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내용에 대한 공통분모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되나 지적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 보면 개별 지식들은 쌓이는데 전체로 조망해보기는 힘들다. 이 책은 이점에서 그 효용이 탁월하다. 내가 알고 있던 수많은 지식을 큰 틀로 환원시켜준다. 저자는 널어져 있는 구슬들을 잘 꿰어 내 목에 걸어준다.
이 책은 세상을 보는 생각 틀의 목차다. 역사는 이렇게 보고 경제는 저렇게 보라는 타이틀 만을 별도로 만들어 제시해주지만 결코 따로 놀게 하지는 않는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모든 지식을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거칠게 나눴다. 자질구레하게 나누면 헷갈리니 단순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모토가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제목에서부터 분명히 밝혔으니 이걸로 물고 늘어질 일은 아닌 것 같다.
단순화된 틀에 모든 걸 끼워 넣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모두 사고의 옷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옷장을 만들고 각각의 서랍 안에 스스로 자신만의 지식과 사고를 채워 넣으라는 것이다.
이 책은 교양지식의 요약본이다. 이정도 요약을 하려면 엄청난 양의 독서와 생각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온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저자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지식의 수준에 상관없이 아무나 들고 술술 읽기만 하면 개념이 잡히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그런 용도의 책을 많이 접했지만 이처럼 쉽고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책을 본 적이 없다.
좋은 책이고 훌륭한 저자다. 그동안 억지로 구겨 넣어 머릿속에 어지럽게 돌아다니던 각종 지식조각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랄까?
이런 종류의 지식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수월하게 세계의 구조와 생각 틀을 얻었을 것이고, 꾸준히 독서를 한 사람이라면 나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휴식의 기회를 얻었을 것이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