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세트 - 전10권 셜록 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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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 현장에 남아 있는 실타래 같은 흔적을 가지고 탁월한 관찰력과 추리력만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들의 활약은 어린 시절 내게 엄청난 물리력의 초능력을 구사했던 영웅들과 또 다른 ‘영웅’의 모습이었다. 추리소설의 공식 중 하나, 범인 일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절대 범인이 아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하는 마지막 반전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서스펜스의 장이였다.

코난 도일 자신이 법의학을 경험한 의사로서 체험과 상상이 맞물린 셜럭홈즈 시리즈는 그래서 어린시절 내가 컴컴한 골방에 처박혀 애독하곤 했던 탐정소설의 추억이라고 하겠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봉건가족사회에서 범죄 발생의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혁명을 토대로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익명성을 상징하는 대도시로 몰려든 도시빈민층의 증가로 현대식 범죄 또한 그 불길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장발장’ 같은 생계형 범죄의 발생은 부르조아 자본가들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국가 폭력기구인 경찰 권력을 낳았고, 늘어나는 범죄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치안수요는 불가피하게 ‘탐정’이라는 사법권의 ‘사생아’를 배출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물리력을 배제한 채 오로지 두뇌만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탐정의 ‘정의’야말로 법을 지킨다는 명목아래 지배층의 이익에 부합하는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던 근대 경찰국가가 원래 추구했어야 할 가치가 아니었을까?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말했듯이 신체에 대한 처벌에서 정신에 대한 처벌로 형법의 적용대상이 바뀌면서 고문이야말로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를 과거의 역사로 흘려 보내고 오직 차가운 논리로 베일속의 범죄를 밝혀내는 홈즈의 활약을 근대이성의 새로운 사법체계의 구현이라고 한다면 오버일까?

 

공권력이라는 강력하고도 편리한 무기의 사용 대신 길고 긴 두뇌싸움 끝에 어렵사리 잡은 범인을 형법기관에 넘긴 후 파이프를 맛있게 물며 친구 왓슨에게 사건해결방법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곤 했던 홈즈는 어린 시절 그저 멋있게만 보여, 탐정흉내를 내곤 했던 내게, 우리나라엔 존재하지 않았던  그 애매모호한 정체때문에 두고 두고 신비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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