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恒常性)이란 생명이 스스로 최적화 상태를 만들려 하고

이 균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이다.

항상성이란 평형상태며 면역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질병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잘 지키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이미 잘 잡힌 균형을 일부러 깬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흐트러진 균형추를 다시 맞추기 위해 변화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상 없는 균형에 굳이 변화를 가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며

때론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항상성은 우리의 삶과 마음에도 존재한다.

오랜 시간 반복하여 굳어진 생활 패턴과

그에 익숙한 마음에 항상성은 존재한다.

 

항상성의 좋은 점은 안정이다.

안정된 삶, 안정된 마음은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균형과 안정은 옳고 그름도 아니고, 좋고 나쁨도 아니다.

그저 자연의 법칙이며 평균의 황금률일 뿐이다.

 

그러나 안정이 지속되면 보수가 되기 쉽다.

현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변화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설령 나빠지는 조짐이 있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현상에서 멀리 가지 않으려 한다.

 

현재에 만족하라는 말은

지나친 욕망을 경계하라는 뜻이지

건강한 욕망까지 부정하라는 말은 아니다.

 

현실에 만족하면 수구가 되기 쉽다.

현재를 영원히 계속하려는 것이 보수고 수구다.

제자리에 머무르려다 보면 퇴보하기 쉽다.

 

언뜻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아가고 있다면

결국 뒤로 조금씩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동기가 꼭 욕망은 아니다.

물질적인 욕망이 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란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모든 변화가 꼭 현실적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낡고 고리타분한 옛것을 버리는 것도 변화고

한군데에 못박인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도 변화고

자신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화석화된 생각을 바꾸려는 것도 변화다.

늘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마음

한곳에 정착하지 않으려는 유목민의 마음이 변화의 마음이다.

 

변화가 어렵다 해서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조용히 끓는 기름에 차가운 물 한 컵 넣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고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질 힘만 있으면 된다.

 

변화는 현재의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른 자리인지

가만히 서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하고 반문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기존의 나를 지키면서 한 걸음씩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균형 잡힌 인생에 뭔가 새로운 것을 넣어보라

그것이 새로운 경험이든, 지식이든 상관없다.

새로운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무엇이든 넣어보라

 

균형이 깨지며 폭발하든 끓어 넘치든 요동이 있을 것이고

다시 적응이 되면 고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균형은 좀 더 변화된 균형일 것이다.

 

다시 현재의 균형을 깨트리는 뭔가를 계속 넣어

지속적인 화학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도전이다.

반응-균형-반응의 순환이 발전의 과정이다.

 

반복되는 변화는 그 승패와 상관없이 자산으로 남는다.

변화의 불꽃에 미처 다 타지 못하고 남은 찌꺼기는

다른 변화의 불꽃에 다시 타오를 연료가 된다.

 

안정을 경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어제의 나를 반성하고 오늘의 나를 따져보고

내일의 나를 모색해보는 꾸준하고도 집요한 과정을 반복한다면

크게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어는 순간 성큼 나아간

자신을 대면하는 반가운 날을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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