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를 시작한 지 약 7개월 만에 300시간을 달성했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하여 4개월 만에 100시간,

다시 한 달 만에 200시간에 이은 50일 만의 결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공부하며 느낀 점과

공부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내게 영어 회화는 단순히 외국어 하나 익히자는

실용적인 과제가 아니다.

 

나는 공부의 측면에서 내 나름대로 방법을 따져보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고

영어 공부도 충분히 인문학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인생 공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도전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첫째. 목표의 수치화

 

공부를 단순히 시간의 양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따지는 데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어학 공부처럼 장기간 해야 하고 중간에 성과 측정이 애매하고

최종 목표의 달성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이처럼 단계별로 중간 목표를 설정하여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한두 달 만에 귀가 뚫리거나 말 문이 트일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지만 막상 지루한 과정을 지속하다 보면

지쳐 쉬이 포기하기 쉽다.

 

따라서 이처럼 공부의 수준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공부량이라도 숫자로 설정해 달성하려 노력하고

성공하면 칭찬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차피 3,000시간이든 10,000시간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목표를 시간으로 환산하여

그래프로 가시화하고 달성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300시간

500시간

1,000시간

3,000시간

5,000시간

10,000시간

100.3%

60.2%

30.1%

10.0%

6.0%

3.0%

 

어린아이 수준의 기초 회화 수준을 약 3,000시간 정도로

본다면 현재 10% 달성했고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을 10,000시간으로 본다면

3% 정도 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고 목표가 까마득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간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지점에 서 있을 것이다.

 

둘째. 듣기와 따라 하기

 

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공부량 말고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어 적어 본다.

먼저 속도다. 처음 4개월은 별생각 없이

어플의 기본 설정대로 열심히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배속 기능을 알게 되었고

점차 속도를 높여 듣게 되었다.

희한한 게 처음엔 표준 속도도 버거웠는데

거의 암기 수준으로 따라 하다 보니

속도를 올려도 따라가게 된다.

듣고 따라 하는 속도가 읽는 속도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금은 표준 속도의 2배까지 올려서 듣고 있는데

이 정도면 원어민이 일상에서 말하는 속도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늘 같은 속도로 듣거나 말하지 말고

배속으로 훈련해보기를 권한다.

KTX를 타다 자동차를 타는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문장에 익숙해졌을 때부터 적용할 일이다.

처음부터 하면 잘못된 발음을 익힐 가능성이 높다.

빠른 재생 속도로 뭉개지는 원어민의 발음과

우리가 대충 발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새로운 문장을 만나면 저속으로 또박또박 따라 한 다음에 익숙해지면

재생 속도를 점차 늘리고 결국 2배까지 가능해진다.

더 이상의 빠르기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렇게 발음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필요도 없으니까.

 

셋째. 말하기는 암기로

 

다음으로 듣기와 말하기는 별개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귀가 뚫리는 것과 말 문이 트이는 것은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당연히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처럼 많이 들은 후

어느 날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은 아이와 시간의 값어치가 다르다

아이처럼 듣고 말하길 기다리다 늙어 죽을 수 있다.

대신 아이에게는 없는 지능과 지식이 있다.

 

그러니 성인은 듣는 것과 말하기를 동시에 하는 게 효율적이다.

먼저 귀를 뚫기 위해서 열심히 들어야 할 것이고

청취 훈련도 되지만 동시에 말하기의 준비 단계인

따라 하기를 같이 해야 한다. 단순히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입에서 단 내가 나고 혀가 피로로 굳어질 때까지

따라 하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듣기와 달리 말하기 위해서는 문장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문장이 완전히 내 것이 되어 있어야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고

그래야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외워야 한다.

 

암기 방법도 여러 가지다.

김민식의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처럼 통으로 암기하는 것은

한두 가지 주제로 문답식으로 되어 있는 교재가 적합하다.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여행 영어는 독립적인 문장이라

통으로 외우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순서대로 외우려 애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미니메모장을 활용한다. 흔히 학생들이 단어를 적어 놓고

갖고 다니면서 외우는 조그만 메모장이다.

꼭 링으로 묶어진 것이어야 한다.

링으로 되어 있어야 필요에 따라 카드를 빼고 넣을 수 있다.

 

한 장에 한 문장씩 적되 앞면엔 우리말로 뒷면엔 영어로 쓴다.

그리고 휴대하며 틈틈이 앞면에 적힌 우리말을 보자마자

바로 영어가 튀어나올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한다.

 

중요한 건 머리에서 번역하는 과정 없이

영어가 0.1초 만에 튀어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어야 실제 상황에서 쓸모가 있을 것이다.

 

암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체킹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공부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퀴즈 푸는 느낌이랄까? 재미있다.

 

이렇게 여러 번 보다 보면 보자마자 말할 수 있는

문장이 있는 반면에 볼 때마다 틀리는 게 꼭 나온다.

 

언제 어디서나 바로 나올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장은

카드장에서 바로 빼내어 보관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는 걸 굳이 다시 보는 시간을 아끼자는 것이다.

결국 안 외워진 것만 반복하는 셈이니 효율적이다.

옛날 공부할 때 단어 외우는 방법과 같다.

 

마지막. 암기 문장 수 늘리기

 

이렇게 귀가 트이는 훈련과 말 문이 터지는 훈련 방법이 정리되었고

이제 남은 건 꾸준히 문장 수를 늘리는 것 뿐이다.

이런 단어장이 100개가 필요할지 1,000개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날이 오리라 굳게 믿는다.

 

믿음이란 내가 정확한 방법으로 열심히 하고 있기에

일정 시간만 더해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감을 동반한 자기 확신이다.

 

지금은 늘 실패했던 과거와 다르다.

정작 필요했을 땐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왜 이제야 난 이러고 있는 것인지

왜 꼭 한 걸음 늦는 것인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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