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상은 초연결사회라 한다.

불과 몇십 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IT 기술은

전 지구를 단일 인터넷망으로 네트워크화하여

지리적으로 수 억만리 떨어져 외모, 생활, 가치관 등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연결하여 공동의 문제를 모의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세상이다.

 

인간이 연결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 건 집단생활을 시작한 후였을 것이다.

생존을 경쟁하던 다른 동물에 비해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진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협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연결은 붉은 여왕 효과이다.

경쟁을 통한 상호 변화와 다양성 획득으로

결국 자연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생존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개인적 의미로서 연결은 고독으로부터 탈출, 협력을 통한 생존의 안정성 획득으로 생존과 행복을 얻기 위함이다.

 

사회적 의미로서 연결은 집단지성을 통한 수평적 상호 협력으로

위기에 공동 대응하여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정치적 의미로서 연결은 사회적 연결이 시작이나

변질되어 수직적 위계를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연결이 되었다.

 

문명의 발달은 결국 연결 체계의 고도화와 같은 맥락이니

이처럼 연결을 생존전략으로 택한 인류의 선택은 사회적 동물로 진화를 거듭하였고 성공적으로 지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그러나 연결이 항상 선은 아니었다.

연결은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였고

때로는 권력의 수탈과 탄압을 위한 연결고리로 이용당하기도 한다.


일부의 이익을 위한 연결엔 늘 소외가 필수였다.

자연을 소외시키며 인간 이외의 생물을 소외시켰고

인간 내에서도 나머지 인간을 배제하였다.

자유로운 연결이 아닌 강요에 의한 일방의 연결이 있었고

개방적인 연결이 아닌 폐쇄적인 연결이 있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삶의 환경과 조건이 변해도

인간은 인간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인간은 연결 없이 존재하기 어렵다.

인간이 선택한 숙명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연결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결이 우리만의 우리를 위한 연결에 불과했다면

이제 끊어진 인간과 지구를 다시 연결해야 한다.

 

지구와의 연결이란 자연과의 관계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지구가 인간에게 주는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며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미래 인류의 존망과 밀접한 일이기에 가장 의미가 크다.

 

또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연결도 진행되고 있다.

AI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의 연결이 가시화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기계적인 형식의 연결이지만

미래엔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연결을 모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결대상과 별도로 연결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원시시대의 몸짓, 단순한 음성과 그림에서 말과 글로 진화했고

기술의 발달로 전기와 통신을 이용한 놀라운 소통이 일어났고

미래에는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어떠한 연결이든지 획일화, 단순함으로 연결되는 것은 연결이 아니다.

모든 연결이 하나로 수렴하는 순간 그 연결은 잘못된 연결이다.

뇌의 전기신호처럼 사방팔방으로 연결되는 게 바람직하며

일정한 방식으로 규칙적으로 일방으로 연결되는 건 위험하다.

단방향의 수직적 연결이 아니라 사방팔방 위아래의

비규칙적인 다중연결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에게 연결이란 다름을 전제로

다양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무질서하지만 정연하며

시끄럽지만 조용하고

다르지만 같은 방향이며

모순 같지만 논리적이고

불가능하더라도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그런 유토피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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