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의 1/3이 앞으로 자신이 고독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있다.

이제 고독사는 단순히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같은

일부 취약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0.7인 시대에 삼촌, 이모, 고모, 처제, 처남 등

친족을 지칭하는 명칭 자체가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미래의 키워드는 불행하게도 외로움인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며 꺼리는 게 고립이다.

고독감은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감정 중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부른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 혼자 맘 편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산다면, 그래서 의식할 인간이 아무도 없다면

사람들과 함께 살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나를 봐줄 누군가 없다는 것. 내가 의식할 타인이 없다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 가치관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었기에

아마 혼자 산다면 인간으로서 갖춰야 했던 많은 것들이 필요 없어질 것이다.

옷을 제대로 입을 필요도 없고 말을 조심할 필요도 없고 좋은 집도 의미가

없을 것이고 출세도 명예도 도덕도 감정도 다 부질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무척 외로울 것이라는 점이다.

도시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살면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알든 모르든 사람들에 섞여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더 크지 않은가?


혼자이기에 불편한 생활도 문제지만 대화하고 공감할 누군가 없다는

사회적 외로움은 인간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몸이 아파도 배가 고파도 참고 살 수 있어도 외로움을 견디기는 힘들다고 한다.

오죽하면 감옥에서도 독방에 가두는 게 가능 큰 벌이라 하지 않던가?

극도의 외로움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며 존재 자체를 붕괴 시킬 수 있다.

 

스스로 사람을 멀리하고 외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예외이지 않냐고?

그들이 나는 자연인임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피로를

느끼고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상처 받고 고통 받은 자아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다른 그럴싸한 다양한 이유를 대겠지만.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이 굳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다결국 그들은 자발적 외로움이 군중 속의 고독보다 낫다는 결론을 

선택한 것이다.

 

나이 든 자연인이 산에서 산다면 도시 속 원룸이나 고시촌에 사는 

젊은 자연인도 있다.

직장, 결혼 등 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갖지 못하거나 포기한 

이에게 사회적 관계는 사치일 수 있다.

 

제 몫을 못 챙긴 잘못을 따지기엔 우리 사회가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시하거나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스스로든 타의 든 관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온전한 삶을 누리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싫든 좋든 함께 살아야 하고 그게 사람의 운명이라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혼자 행복할 확률보다 함께 했을 때 행복할 확률이 더 크다면

지긋지긋하더라도 여기서 살아야 한다.


그러니 혼자서 잘 살려고 애쓰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4~50대가 넘어가면

더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는 내 노력이 필요한 인위적인 관계만이 가능한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친밀도는 아닐지라도

주기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관계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취미도 좋고 봉사도 좋고 일자리면 더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필요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애썼다면

이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가도록 하자.

이제껏 이해와 득실을 따져 사람을 만났다면

앞으로는 손해 볼 수도 있는 사람이라도 꺼리지 말자.

 

인생 100세 시대다.

1인 가구 시대다.

고독사가 더는 소외계층만의 일이 아닌 시대다.

이젠 살기 위해서 돈으로라도 관계를 사야 하는 세상이다.

 

내 생각과 돈을 꽉 쥐고 외로움과 싸우며 살 것인지

베풀고 이해하며 함께 하는 삶을 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관계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너무 오래 살아서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

왜 난 혼자서 잘 놀까?

어렸을 땐 혼자면 무지하게 외로웠는데 정작 나이가 드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

번잡스럽고 재미도 없고 귀찮고...

 

외로움도 성향이나 나이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난 외로움이 두려워 혼자 있어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늙으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질 것이고

난 그 때를 대비해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기타 치고, 혼자 그림 그리고, 혼자 책 보고 글 쓰고.

 

같이 치고 같이 그리고 같이 보고 쓰면 더 좋겠지만

혼자 있을 때 자신만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본다.

 

진정한 강자는 혼자일 때 강한 사람이다.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정신적 역량이 있어야 비로소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애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고 둘이 있을 때 불편하지 말자.”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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