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같은 건물만 그리다가 처음으로 그럴싸한 카페를 그려본다.

어반스케치에서 카페는 단골 주제다. 건물 자체가 이쁘기도 하거니와

여기저기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같은 대형매장 말고

도시 모퉁이나 시골길에 있는 작고 아담한 개인 카페를 말한다.

그런데 갈수록 작은 카페는 사라지고

거대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만 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커피 시장 매출 규모가 대충 4조원이다.

여기에는 소규모 영세 커피 매장의 매출이 포함하지 않았으나

그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다.

 

유럽 거리의 노천카페는 나중에 꼭 저기에 앉아 커피를 마셔보리라

다짐을 하게 만드는 낭만이나 멋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가게들은

그냥 상업적으로 획일화된 방식으로 디자인한 냄새가 너무 풍긴다.

 

커피의 인문학이 아닌 어반스케치를 배우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카페에서 오직 커피와 잡담만 소비한다.

건물이나 주변 환경이 주는 아름다움, 주인과의 인간관계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카페는 커피를 기계적으로 만들어 주는 공장이고

우리는 대량 생산된 커피를 의무적으로 소비해주는 고객에 충실할 뿐이다.

 

우리의 주변은 늘 대형이고 최신이고 첨단이며

유행을 앞서가는 것들이 점유하고

작고 오래되고 변함없는 것들은 밀려나 사라진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는 규모의 경제를 이토록 모범적으로 구현하고 있는지

자본주의의 교과서다.

늘 그러하듯 경쟁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은

가차 없이 소멸할 운명을 벗어날 길이 없다.

 

내가 그릴 수 있는 작고 예쁜 카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말 멋있게 그려 낼 수 있는 그 날이 왔을 때 정작 맘에 드는

소재를 만나지 못할까 가당찮은 생각을 해본다.


어쭙잖은 그림 한 장 그려 놓고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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