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전자 갤럭시 신상폰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반도체 AI 탑재로 14개 국어(추가 지원 예정 포함)를 통·번역해주는 기능이었다.

내가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에서 영어로 음성서비스를 해주고

반대로 상대방이 영어로 답을 하면 마찬가지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이미 기존에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삼성폰의 기능은

내부 소장으로 통신망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덧붙였다.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 얼마나 실용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뜻 봐도

공식적인 회의가 아닌 관광이나 일상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기계가 통역을 하는 약간의 시차는 있기에

영어로 직접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보다는 불편하겠지만

개인 통역사를 대동해야만 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엄청난 이익이다.

 

하나의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쏟아부을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이건 그냥 가성비 끝판왕 아닌가?

그것도 한 개 언어도 아니고 모든 언어에 다 적용할 수 있으니 따따블이다.

 

당연히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

블루투스 이어폰만 귀에 꽂고 있어도 가능할 것이고

칩을 우리 몸에 내장하는 날이 오면 내 머릿속에서 저절로 통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단 AI 발전이 인간의 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이것 뿐만은 아니지만

막상 현실에서 접하게 되니 새삼스럽게 놀랍다.

 

뉴스를 본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지금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쓸데없는 짓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통역사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재미와 자기만족으로

또는 여행이나 갈 때 써먹을까 하고 공부를 하는데

스마트폰이 다 해결해 준다면 이렇게 힘들게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실용성이 사라진다면 난 단지 취미와 자기만족만을 위해

다른 재미있는 것을 포기한 채 어마어마한 시간을 영어 공부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내 귀로 바로 알아듣고 내 입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경험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AI의 발전이 이런 방향으로 나의 사기를 떨어뜨릴 줄은 몰랐다.

물론 뉴스 하나로 영어 공부를 중단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가 1% 정도 꺾인 건 사실이다.

 

먼 훗날 내 노력에 대한 대가와 결실, 만족감이 미리 차감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서운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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