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가 200시간(기간으로는 약 넉달)을 넘어가면서 슬슬 정체가 온다.
시작하면서 가졌던 새로움과 어색함이 익숙함과 지루함으로 반복되면서
처음 가졌던 굳은 결심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생겼다.
당연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처럼 끝까지 가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다. 악착같이 채우려 했던 하루 계획이
이래저래 자질구레한 일상으로 조금씩 착오가 생기려 한다.
중요한 건 이럴 때 대처다. 오늘 무슨 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다시 정상적으로 하면 된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내가 예상치 못한 일로 목표를 못 채울 수 있다. 절대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여러 번 되다 보면
안 한 날이 점점 많아지고 하는 것이 오히려 선택이 되어 버린다.
약속도 처음 한 번이 어기기 어렵지 자주 하다 보면 만성이 되고 죄의식이 없어진다.
게으른 뇌에겐 아주 좋은 기회다.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인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별로 성과가 없었잖아. 이젠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너에겐 무리한 목표였어. 다음에 또 기회가 올거야.
네가 포기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이거 아니고도 넌 할 일이 많잖아.”
게으름과 포기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변명이 만들어지고
드디어 게으른 마음과 합의가 된 순간 우리는 또다시 노력을 중단한다.
다소 찝찝하지만 그동안 살면서 자주 있었던 일이니 또 그러려니 하고 잊어버린다.
그렇게 나의 굳은 결심은 햇볕에 눈 녹듯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
젊고, 시간이 많고, 재미있는 일도 많고 하는 이에겐 늘 통하는 이야기지만
나처럼 늙고, 시간도 없고, 딱히 더 재미있는 일도 없는 사람에겐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난 단호하게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친다.
“턱도 없는 소리. 비록 오늘 정해진 공부를 다 못했지만 내일은 다시 할 거야.” 다부지게 말하고 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날 열공한다.
잠시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게으른 뇌는 머쓱해진다.
“머, 정 네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초심으로 돌아가라! 작심삼일도 반복하면 된다.
자신과의 약속을 자주 어기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지키는 게 반복되고 습관화되면 어기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쉬워진다.
조금만 참고 버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