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는 먹고사는 이야기만 하고 살아야 할까?

사람들이 만나면 하는 이야기에는 대충 주제가 정해져 있다.

 

먼저 돈 이야기.

집값이 올랐다. 떨어졌다.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까? 등 

부동산이 가장 큰 이슈다.

주식도 만만찮다. 개인 보유 주식의 주가 등락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부터 세계 경제까지 한 바퀴 훑고 나면

다들 기관투자가 못지않은 전문적인 지식을 자랑한다.

 

그런데 많이 공부하고 분석했건만 정작 돈을 번 사람은 없다.

잃었다는 사람은 늘 가까이 있지만

벌었다는 사람은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그 누군가.

다 쥐꼬리만한 월급이 문제다. 돈이 있다면 이렇게 주식에

목을 매달지 않아도 되는데 푸념이 뒤를 잇는다.

 

그다음엔 자식 이야기.

시작은 늘 교육 이야기다. 공부를 잘한다, 못한다에서 시작하여

대학교를 가네 못가네, 학원 어디를 보낸다. 학원비가 장난 아니다.

졸업 후 취직을 했네 못했네,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고 자랑 한마디

자랑거리가 없는 사람은 초조하다. 내 자식마저 나처럼 살까 봐 겁이 덜컥 난다.

 

이놈의 세상이 문제다. 도대체 취직할 곳이 없다. 죽어라고 대학을 보내놨는데 나와도 갈 곳이 없다

지금 시대는 부모를 봉양하지 않고 자식을 부양한다.

놀고 먹는 자식을 언제까지 안고 있어야 하나?

앞이 캄캄하다.

 

그다음엔 직장 이야기

직장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승진이지

누구는 무슨 라인을 잘 타서 승진했고 누구는 어째서 밀렸고

다들 얻어 들은 정보를 내놓기 바쁘다. 전부 인사담당자다.

그렇게 잘 들 아시면 자기 승진이나 잘하시지. 남 이야기는 참 쉽게 한다.

 

한 편으론 난 언제나 승진을 할 수 있을까?

라인을 못 탄 내가 한스럽다. 같이 입사해 승승장구하는 동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이러다 후배에게 밀리면 끝장인데...속이 탄다.

 

씹는 이야기도 빠질 수 없지. 상사 험담하기, 후배 욕하기

내가 입사할 땐 이러지 않았는데 요새 들어오는 후배들은 참 별스럽다.

다 이기주의자들이다.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지만 막상 내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요즘 것들을 보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다.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살펴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왜 내가 고참이 되면 바뀌는 거지?

군대에서도 졸병 땐 선임의 군화를 열심히 닦았는데 막상

내가 고참이 되니 각자 닦으라던 과거의 한 페이지가 떠오른다....

새삼 낀 세대의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퇴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명퇴를 할까 말까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퇴직 후

노후 생활고로 이어진다.

자식들을 아직 다 못 키웠는데 나가면 어떻게 살까?

치킨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뭐 좋은 사업 아이템 없냐? 등등

 

노후와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주로 중장년 이상에서 가장 활발한 이야기

다들 자기 아픈데 자랑하기 바쁘다. 많이 아플수록 갑이다.

무엇을 먹어야 좋네 시리즈도 만만찮다.

이 세상의 좋은 약과 보약, 비법이 다 나온다.

떠들면서도 슬퍼지는 마음. 엊그제까지 팔팔한 젊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음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늘 그렇듯 세상 탓이다.

내 자식이 공부를 못하고 내가 아프고 노후에 생활고를 걱정하는

모든 애로사항의 원인은 당연히 나라가 이 모양이어서다.

정치를 비판하고 정치인을 욕하고...

이렇게라도 남 탓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어쩔 것인가?

 

이렇게 저마다 삶의 애환을 풀어 놓고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해주고

짧은 시간이나마 정신없이 떠들고 나도 풀리는 스트레스는 잠깐일 뿐,

제작기 내놓았던 자질구레한 일상의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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