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

아들이 답한다.

잘모르겠사옵니다. 딱히 되고 싶은 것은 없사옵고.

그저 게임이나 하면서 치킨 하나 시켜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사옵니다.”

 

아들은 성공이란 단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 세상은 성공이란 단어가 사어(死語)가 되지 않았나 싶다.

TV, 영화,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서는 성공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와 성공을 부르짖고

서점에서는 성공하는 법에 관한 책이 가장 잘 팔리는데

정작 성공해야 할 당사자인 사람들은 성공이란 단어가 낯설다

잊어버린 걸까, 잃어버린 걸까? 


성공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成功이란 공을 이룬 것이다. 공이란 일이나 업적을 말함이니

간단히 말하면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을 이룬 것을 성공이라 할 것이다.

 

성공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성공이었을 것이고

일제강점기에서는 친일하여 출세하는 것만이 가능한 성공이었을 것이고

개발독재시대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 관료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개발 호재가 사라진 저성장과 다원화 시대엔

무엇이 성공의 기준인가?

다를 것은 없다. 여전히 출세하여 고위 관직에 있거나 부를 일구는 것이다.

다만 전에 없던 전문직종이 생겨나 장사나 사업이 아니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가 생겼다는 게 약간 다른 점일 것이다.

 

성공의 기준은 그대로인데 왜 사라졌을까?

그건 성공의 기준에 도달할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사라질 줄 알았던

부의 세습이 더 공고화되었고 그 위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부의 세습은 단순히 돈의 규모만이 아니라 성공에 도달할 기회의 공정성을 훼손하였다.

돈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돈이 많을수록 그만큼 노력은 덜 해도 되는 세상이다.

 

전근대와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점은

돈이 노력을 대체하였다는 것과 돈이 노력을 대체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돈 대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세상.

노력만으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이 점거한 세상.

남들이 내 몫의 파이를 다 가져가는데 보고만 있어야 하는 세상.

신분제의 또다른 모습이 현대에 재현되고 있다.

 

어설픈 경쟁에 뛰어들어 좌절하고 싶지 않겠다는 다짐

사기가 이미 꺾여 싸우기도 전에 져버린 병사의 마음

행여 억지로 싸우다 좌절의 포화에 만신창이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마음

경쟁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회피하는 진정한 속내가 아닐까?

 

그런 현실을 파악한 냉철한 무기력은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 무욕한 자로 자아를 포장하며 근근이 살아가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성공만이 성공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물욕에 푹 빠진 서푼짜리 천박한 인생이라도

 

갖고 싶은 것을 다 욕망하는 걸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할 수도 있어야 하고

그런 세태를 욕하며 대붕(大鵬)을 타고 소요유(逍遙遊)하는 자유가 있어야 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탈속(脫俗)을 내 것인마냥

여린 자아를 보호하며 숨죽인 채 살아야만 한다면

망가진 세상보다 더 불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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